문화선교연구원이 최근 '2016년 10대 문화선교 트렌드'를 발표했다.

교계 분야에서는 ①종교개혁 500주년 D-1년, 준비 본격화 ②화해와 평화의 좁은 길 ③'가나안 성도' 담론을 넘어서 ④3040 싱글들을 위한 새로운 틀 짜기 ⑤일터 신학과 일터 영성의 부상, 사회문화 분야에서는 ①불안의 일상성 ②출구 없는 '헬조선'? 해법은 어디에... ③브랜드 소비에서 가치 소비로 ④그들의 위대한 취향 ⑤차세대 플랫폼의 등장, 가상현실(VR) 기술 등 각 5가지이다.

이른바 '100만 가나안 성도' 시대를 맞아, 교회가 절차와 재정 운영 과정에서 투명하고 소통에 힘써야 함을 요청받고 있다. 목회자 세금은 이미 불가역적 상황이 됐고, 세부 문제만이 남았다. 목회자 이중직 문제와 일터 신학의 대두는 목회자 과잉 공급에 따른 자구책이면서도, 이원론적 신앙을 극복하는 긍정적 시도이다. 빼놓을 수 없는 교계 이슈는 종교개혁 500주년인 내년(2017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연구원 측은 "이 논의가 단지 소모적 행사에 그치거나 행사를 위한 이벤트로 머물지 않고 종교개혁 정신에 비추어 본 회개와 갱신의 계기가 된다면, 종교개혁 500주년 준비는 한국교회의 내적 변화와 개혁의 모멘텀이 될 수 있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사회적으로는 정치와 경제, 국제정세 분야 등에서 전방위적 위험 요소들이 산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의 성장이 주춤하고 미국의 금리가 인상돼 대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한국 경제도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또 지구촌 곳곳에서 테러가 자행되고 이에 따른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지리라는 점, 난민 증가 등 평화 정착과는 거리가 먼 상황들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적으로는 '총선'을 앞두고 갈등 양상이 더욱 심해지고, '헬조선' 담론이 이어지면서 찬반 논란이 뜨거워질 수 있다. 세대 간 갈등은 세대 안 갈등으로 번지면서 '세대 안 계층 갈등'으로 옮겨 붙을 수 있다. 

이에 앞서서는 2015년 '문화선교 트렌드'를 회고하면서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이는 2015년 현재를 정반대로 들여다보게 만든 '마법의 거울'이 됐는지도 모르겠다"며 "과거의 추억을 꺼낸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의 삶이 고달프다는 말"이라고 했다. 교계에서는 △생계를 위한 목회자 이중직 필요성 △종교인 과세 국회 통과 △해방 70주년과 선교 130주년 맞아 연합행사 등이 있었다. 다음은 교계와 사회문화 분야 '2016년 10대 문화선교 트렌드'의 구체적인 소개.

①종교개혁 500주년 D-1년, 준비 본격화

각 교단들은 산하에 대부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2016년 1년간 '500주년 종교개혁 기념행사 준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기념했던 2007년이나, '광복·분단 70주년'을 기념하면서 '통일'을 주제어로 모든 역량을 결집한 지난해 2015년과 지금의 준비 과정이 별반 다르지 않은 양상이라는 점.

즉 그동안 행사는 많았고 물량은 막대하게 투입됐지만, 정작 전달돼야 할 정신과 실천력은 제대로 담보하지 못했던 난맥상이 또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교단과 각 단체별로 '서로 질세라' 기획 중인 행사들의 면면을 보면, 중복과 전시성 행사로 끝나 버린 2007·2015년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2016년에는 새해 초반부터 한국교회가 공교회적으로 라운드테이블에 앉아, 2017년을 어떻게 보내며 2016년 1년간 종교개혁 500주년 준비를 어떻게 치열하게 보낼지 논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오롯이 종교개혁의 정신과 실천력이 한국교회 전 성도에게 파급돼야 한다.

 

②화해와 평화의 좁은 길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총선, 노동개혁법 개정과 핵실험으로 촉발된 남북관계 악화, 테러와 보복 공격 등, 사회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교회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출몰할 것이다. 수없이 겹치는 반평화적 상황 속에서 화해를 이루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각 기관이나 단체마다 '평화와 화해'에 대한 이야기가 늘어났고, 예장 통합은 제100회기 주제를 '주님, 우리로 화해하게 하소서'로 정하기도 했다.

수없이 겹치는 반평화적 상황 속에서 화해를 이루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이 땅의 평화로 오신 그리스도를 믿는 기독교인에게 기대되는 것은 화해자의 역할이다. 공공성 회복을 통한 교회 정체성 회복과 남북한 평화공동체를 향한 비전 제시, 인간 존엄성을 담보하는 정치·경제적 체제 수립과 포괄적 사회문화 수용을 위한 노력 등이 절실하다.

③'가나안 성도' 담론을 넘어서

최근 소위 '가나안' 성도에 대한 담론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가나안' 성도는 그리스도인이면서 교회를 나가지 않는 탈-교회, 엄밀히 탈-조직교회 성향을 정체성으로 삼은 성도를 말한다. 지금까지 '가나안' 성도 담론은 현상을 분석하고, 성장 일변도 노선을 수정하여 성숙을 추구하고 시대에 적실성 있는 응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득해 왔다. 

이제 어느 정도 공감대를 얻은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다양한 목회적 대응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가치를 지향하거나 현대 문화의 흐름을 적극 수용하는 공동체, 수평적이며 구성원의 의견이 잘 반영되는 의사결정 구조, 부담이 덜하고 느슨한 형태의 모임 등이 곳곳에서 나타날 것이다.

④3040 싱글들을 위한 새로운 틀 짜기

연애·결혼·출산의 3포 세대를 넘어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의 5포, 꿈과 희망의 7포, 그리고 다 포기하는 n포 세대에 이르렀다. 교회에서도 결혼이 늦어지거나 아예 포기하는 바람에 장년부로 편입되지 못하는 싱글들이 늘고 있다. 30대 중후반 이상 미혼 성인남녀들을 위한 공동체를 청년부 내에 따로 구성하는 등, 교회마다 자구책을 마련해 왔다. 이는 교회의 다음 세대에 대한 우려로 이어져,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성도의 삶의 자리와 관심사, 욕구에 따라 다양한 작은 공동체들을 구성해 교회 내 게토화를 막고, 소통과 역동을 꾀하며 공동체의 건강성을 추구하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한국교회는 '신앙의 대물림'을 위해 젊은 세대에 대한 이해와 수용적 노력이 절실하다.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흐름을 읽고, 구조적 혁신을 시도하는 교회들이 늘어날 것이다.

⑤일터 신학과 일터 영성의 부상

교회와 세상, 신앙과 삶, 하나님의 일과 세상의 일로 구분짓는 이분법적 도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 아래 하나의 삶, 하나의 영역으로 '모든 것이 주의 일'이라는 일침은, 목회자 뿐 아니라 일반 성도에게도 유효하다.

생존을 위협하는 칼날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 노동의 의미와 인간의 가치가 경제논리로 평가되는 것이 현실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 성도도 일터 신앙에 대한 논의를 교회에 적극 요청할 것이다. 이에 선교 현장으로서 일터 이해와 삶의 현장과 맞닿은 목회 담론 등 이분법적 도식이나 이원론, 기존의 일터 신학을 뛰어넘는 새로운 일터 영성이 다양하게 출연할 것이다.

①불안의 일상성

2016년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사회의 키워드로 '불안'을 들고 있다. 격렬해지는 테러와의 전쟁과 끝없는 난민 행렬, 총체적 경제 위기 등은 개선될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여기에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쟁과 정치 주체들 간의 대결 구도, 소모적인 정치 과잉 등은 불안감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높다. 

한국교회는 만연한 불안을 직시하고, 불안에 취약한 직업과 교육, 소득의 소외계층들에 더욱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가치지향적 삶의 방식들을 유통하면서 자족하며 사는 삶을 강조하고, 이웃 간의 나눔과 연대라는 기독교적 가치들이 확산될 수 있는 제안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불안의 해결책은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직시하고, 하나님나라의 가치들이 개인과 사회 속에 구현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②출구 없는 '헬조선'? 해법은 어디에...

'헬조선'이라는 용어는 젊은이들의 현실 인식 및 세대 간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금수저·흙수저' 논쟁도 회자됐다. 이런 세대·계층 갈등 담론은 올해도 지속될 것이다. 

교회는 저성장 시대 삶의 자리에서 곤경에 처한 청년 세대를,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심정으로 돌볼 수 있는 이해와 공감, 실천의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청년 세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동시에, 세대 통합과 협력의 장을 의식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약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의 편에서 공공적 대안들을 적극 탐색해야 한다.

③브랜드 소비에서 가치 소비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브랜드나 로고가 드러나는 과시적 소비를 통해 존경의 대상이 되려 한다. 그러나 최근 기존의 소비 패턴에서 브랜드를 지우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의 준말)'라는 신조어가 새로운 소비시장을 이끌고 있다. 불경기로 인해 최고보다 최선의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 패턴은 자칫 자신의 선호도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관심도에 따라 구매하는 '밴드왜건 효과'나 어떤 제품에 사람들이 몰리면 차별화를 위해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스놉 효과'를 낳을 수도 있고, 저렴하다는 이유로 충동구매의 욕구가 일 수도 있다. 이를 벗어나 거룩한 저항과 자발적 단순성을 추구하는 자기-절제의 미학이 필요하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존재가 소비가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왔음을 인식하고, 소박·불편하더라도 가치를 지향하려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④그들의 위대한 취향 

취향을 개성이자 정체성으로 인식하며 드러내고 즐기는 것에 익숙한 시대다.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남과 다른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내며 열심을 내는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늘어나고 있다. 자신들의 취향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통해 남들과 구별짓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로 두루뭉수리한 것보다, 세밀하고 다양하면서도 분명한 콘셉트가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교회는 불변하는 진리와 함께 사람들의 변화하는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하는, 공동체의 다양화 모색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 교회 내부의 취향 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맞춤 전략이 필요한데, 그 폐쇄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⑤차세대 플랫폼의 등장, 가상현실(VR) 기술

가상현실 기술은 교회에 가지 않고도 주일예배를 교회에서'처럼' 드리거나, 어쩌면 2천 년 전으로 돌아가 열두 제자와 함께 예수님의 말씀을 듣도록 할 수도 있다. 이처럼 2016년 IT 분야에서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기술은 중요한 키워드다. 기업들이 가상현실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것이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가장 큰 차세대 플랫폼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교회 안으로 수용하는 데는 치열한 신학적 논의가 전개될 것이다. 가상기술 플랫폼이 대중화되고 합리적 비용으로 조정된다면, 교회는 별다른 고민 없이 예배 실황 가상기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예배의 본질적 요소를 재확인하고,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교회는 미디어가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생활 환경'이 되었음을 인식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사명을 감당할 것인지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