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0년 만에 이뤄진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과 고려총회의 통합은 지난해, 아니 한국교회사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였다. 고신과 고려는 원만하게 진행된 논의 과정,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서로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 통합 이후에도 아무런 잡음 없이 부드럽게 융화되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도전을 줬다.
바로 이 역사적이고 감동적인 교단 통합에 많은 공로자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김철봉 목사(예장 고신 직전총회장, 사직동교회 담임)다. 김 목사는 부총회장 출마 당시부터 고려측과의 통합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직후부터 이를 과감하게 추진하기 시작해 마침내 관철시켰다. 본지는 최근 구(舊) 고려측 4개 노회 여전도회연합회 수련회 주강사로 참석한 김철봉 목사를 만나, 통합의 추진 배경과 과정, 그리고 이후 과제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김 목사와의 일문일답.
-고려측과의 통합을 추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작년은 해방 70주년 분단 70년이었고, 한국교회로서도 일제 하에서 벗어나 새롭게 출발한 지 7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였다. 이 한 해를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를 몇 년 전부터 깊이 고민해 왔는데, 고신과 고려의 통합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이자 사명이라는 감동이 강하게 일었다.
특히 우리 고신과 고려의 형제들이 헤어지게 된 때가 1976년이었는데, 당시 제가 고려신학대학원 3학년 졸업반이었기에 그 아픔의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봤었다. 몇몇 동기들과도 나뉘게 됐다. 그래서 저는 '때가 되면 다시 합해야 한다. 그리고 그때 나도 힘을 보태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갖게 됐다.
그래서 2013년 부총회장 출마 당시 공약 중 하나로 고려측과의 통합을 내걸었고, 당선 직후부터 이를 위해 적극 나섰다. 고신 사무총장과 고려 총무에게 협조를 강력히 요청했고, 당시 고려 총회장이던 천환 목사님과도 만나면서 물꼬를 텄다."
-통합 합의 중 고신측의 은급(연금)재단과 유지재단 등의 혜택을 고려측에 동일하게 제공하는 등의 파격적인 내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신측이 이를 만장일치로 가결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통합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어려운 일은 거의 없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기 때문에 은혜를 주신 것 같다. 우리는 원래 한 형제였으니 양측 통합추진위원회가 만날 때마다 분위기가 좋았다. 고려측은 40년 동안 신앙 양심과 성경 원칙을 지키기 위해 작은 교세로 교단과 신학교 등을 운영하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반면 고신측은 아름다운 고신대 천안캠퍼스, 대전 세계선교센터, 부산 고신대복음병원과 종합대학교, 서울 반포의 총회본부 등 하나님께 많은 복을 받았으니, 이 모든 것을 당연히 기쁘게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진심을 설명하고 보여 드리니 점점 더 많은 분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셨다.
우리는 많은 계획을 세우지 못했지만, 그저 서로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립고 안타까워서 정말로 아무 조건 없이 하나되었기에, 이는 한국교회 역사상 가장 순수하고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통합이었다고 자부한다.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
-통합 이후 약 6개월이 지났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
"잘 알려진 대로 모든 형제들이 매우 기뻐하고 있다. 무척 잘됐다고 고백한다."
-이후의 과제를 꼽는다면.
"고려측에서 합류한 200여 교회들을 잘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부교역자 자원들을 지원해 주고, 선교사·목회자 계속훈련을 제공하는 등 좋은 것들은 함께 누려야 한다. 그리고 전국장로회·전국남녀전도회·주일학교연합회·SFC 등이 함께 모이고 훈련하면서 심리적·정신적·영적·물리적으로 하나돼야 한다.
우리와 같은 신앙을 가진 또 하나의 교단이 있다. 바로 예장 합신이다. 지금도 교류는 하고 있지만 그 차원을 넘어 통합을 염두에 두고 기도하고 계획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정통 신앙을 가진 한국교회 교단인 고신과 합신의 과제다.
하나된 우리 고신은 통일한국에서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고신이 가진 대표적 영적 유산이 바로 정통신앙·개혁주의신학·순교정신인데, 이를 바탕으로 북한에 교회를 재건하는 일에 우리가 상당한 책임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다."
신사참배와 공산주의에 맞선 순교신앙을 한 뿌리로 가진 예장 고신과 고려는 안타깝게도 1976년 제26회 총회 시 '신자 간의 사회법정 소송에 대한 이견'으로 분열됐다. 그러나 양측은 이 문제에 대해 "신자 간의 사회법정 소송은 불가하다"는 의견 일치를 이뤄 지난해 9월 통합했다.
양측의 합의문은 구체적으로 △통합 시 양 총회의 모든 역사(총회 회기, 교회 역사, 신학교 졸업 기수 등)는 병합되며, 고려총회의 노회는 그대로 유지하고 통합 총회의 행정 개편과 함께 지역노회로 편성한다 △또 양 총회 소속의 목사·선교사·교역자의 신분은 헌법대로 보장하며, 항존직을 비롯한 교회의 직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교회(당)는 가급적 유지재단 가입을 권장하고, 목회자에게 은급(연금)제도 혜택 및 계속 수학의 기회 등은 양 총회 공히 동등하게 제공한다 △고려신학교 신학원(M.Div 과정)은 고려신학대학원의 역사와 병합하며, 졸업자의 학적은 고려신학대학원에서 관리하고, 재학생은 신입생으로 입학(특례)하게 한다. 고려신학교 여자신학원은 해 노회에서 운영한다. 통합에 따른 경과조치와 추후 필요한 사항은 양 총회 통합위원회가 합의해서 처리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