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현재 샨르우르파(Şanlıurfa)는 터키 동남부에 위치해 있으며 남쪽에 시리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샨르우르파는 '선지자들의 도시', 혹은 '나그네들의 도시'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 별칭처럼 샨르우르파는 아브라함 3종교라는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의 믿음의 조상들이 활동했던 '성지'이며, 예전부터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원행에 나선 많은 나그네들의 고단한 여정에 편안하고 아늑한 쉼터를 제공했던 도시였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샨르우르파는 메소포타미아 북부, 그러니까 상류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강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소아시아 동쪽의 아나톨리아 지방과 메소포타미아 지방을 잇는 교역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샨르우르파 근처에 남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우리 귀에 익숙한 '하란(Haran)'이라는 도시가 나옵니다. 바로 구약성서 창세기에 많이 등장하는 지명이지요.

이곳은 다메섹, 수리아 안디옥과 더불어 예전 성서에서는 '아람 땅'으로 불렸던 곳입니다. 이 땅에 거하던 사람들을 '아람 사람'이라고 불렀습니다. 또한 이곳은 동방에서 실크로드를 오가는 많은 약대 상인들의 '쉼터'였으며, 현재는 전쟁 때문에 고통받고 상처받은 많은 시리아 난민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2. 역사

샨르우르파는 히타이트가 아나톨리아를 통치하고 있을 당시 '우르슈'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청동기부터 사람들이 문명을 이루어 살기 시작했습니다. 히타이트가 해양 민족인 프리기아에 멸망당하면서, 우라루트라는 왕국이 그 뒤를 이어 세워지며 이곳은 그 통치 하에 들어 갔습니다.

B.C. 4세기 초에는 알렉산더 대왕이 점령해 이름을 '에데사'(Edessa)로 명명, AD 1516년 오스만 제국이 이곳을 점령하고 '우르파'(Urfa)로 변경할 때까지 그렇게 불렸습니다. 

에데사는 초대교회 당시부터 복음을 받아들여 기독교가 흥왕했던 도시였습니다. 외경 중 '아부가르와 그리스도의 서한집'과 '다대오 행전', 그리고 교회사가 유세비우스의 '교회사'에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원래 에데사를 수도로 하는 오스로에네(Osrhoeno) 왕국 왕인 아부가르가 중병에 걸렸는데, 그의 사절 한난이란 사람이 예루살렘에 갔다 예수님을 만났고, 다녀와서 예수에 대한 보고를 왕에게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아부가르 왕은 예수께 사절을 보내 자기 병을 치유해 달라는 청을 했는데,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 중 한 명인 다대오를 보내 그를 치유해 주셨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적적으로 병을 고친 아부가르 왕을 비롯해 많은 신하들이 기독교로 개종했다고 합니다.

기독교를 서방 제국에서는 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313년 공인했고, 395년 테오도시우스 1세 황제가 로마의 국교로 선포했는데, 이보다 200년이나 앞선 200년경 동방 제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국가 종교로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데사의 기독교 부흥은 이후 로마 제국의 박해를 피하려는 기독교인들을 동방으로 이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에데사를 동방 기독교의 중심지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사도행전 2장을 보면 오순절에 예루살렘을 방문했던 무리들 중에 바대인, 메대인, 엘람인, 메소보다미아인, 본도인 등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보입니다. 이들은 동서로 이란 고원지대에서 에게해까지, 남북으로는 흑해와 카스피해 아래로 아라비아 사막에 이르는, 고대 근동의 많은 지역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수리아(Syria) 안디옥을 지나 이들 지역으로 나가는 관문(Gateway)이 바로 에데사입니다.

이후로도 오스로에네(Osrhoene) 왕국은 431년 에베소 종교회의 때 파문당한 네스토리우스파의 본거지가 되었고, 그들에게 조로아스터교 문화권에 속하는 페르시아, 힌두 문화권에 속하는 인도, 불교 문화권에 속하는 중앙아시아와 몽고, 그리고 7세기 초에는 유교 문화권에 속하는 중국 당나라에까지 선교의 길을 터 주었습니다.

생생한 성지 이야기 원제연
▲아브라함의 이동 경로. ⓒpicok.co.kr 제공

 

3. 성서와 샨르우르파

아브라함

약 4천년 전인 B.C. 21세기경 갈대아 우르에 살던 아브라함이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창12:1)는 하나님의 소명을 따라, 1,600km 넘는 대장정을 하다 '하란'에 잠깐 머물러 살게 됩니다.

여기서 아브라함이 소명을 받은 곳이 갈대아 우르인지 아니면 하란인지, 그리고 아브라함의 고향이 갈대아 우르인지 터키 샨르우르파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많은 기독교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은 갈대아 우르가 아브라함의 고향이고 거기에서 소명을 받은 것이라 주장하고 있고, 이것을 전통적인 견해로 받아들입니다. 여기서는 전통적인 견해를 중심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이와 별개로 이슬람교에서는 아브라함의 고향이 갈대아 우르가 아니라 이곳 샨르우르파(또는 우르파)라고 주장합니다. 이곳에 이슬람교의 성지인 '아브라함 탄생동굴'도 '아브라함 연못'도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회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브라함은 우르에서 하나님의 소명을 받아 자기 고향 땅을 떠나 1,600km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아브라함은 우르를 나올 때 아내인 사라, 아버지인 데라, 동생 하란의 아들인 롯과 동행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메소포타미아 평원 지대를 지나 지금의 터키 땅 '하란'에 잠시 머물게 됩니다.

아브라함은 비록 평지가 많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인 메소포타미아를 지나왔지만, 그래도 많은 가족과 동물들을 이끌고 차도 없는 시대에 1,600km를 이동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먼 여정 가운데 지친 그들은 하란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란 땅에 머무는 동안 그의 아버지 데라가 죽었고, 이곳에서 많은 재물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은 때가 되어 그동안 모은 재물과 아내 사라, 조카 롯, 가솔들을 데리고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떠나 마침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갔습니다(창 12:5).

아브라함은 하란에 머무르면서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하란이 그를 가나안으로 인도한 것 같습니다.

성서를 보면, 아브라함은 우르에서 나올 때 처음부터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처음 아브라함을 부르시는 장면을 보면, 하나님은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고 하십니다(창 12:1). 하나님께서 나중에 알려 주시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믿음장'인 히브리서 11장 8절은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 기업으로 받을 땅에 나갈쌔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갔으며"라고 말씀합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예비하신 '약속의 땅'이 어디인지 갈 바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먼저 믿음으로 순종했다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에게 있어 하란은 고단한 여정에 쉼을 준 곳이고, 물질의 복을 준 곳이기도 하며, 장차 '약속의 땅'이 어디인지 알게 한 곳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있어 하란은 육적으로 영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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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란의 전통 주거 양식. ⓒ레팜선교회 제공

 

이삭의 아내 리브가의 고향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 살면서 이삭을 낳았고, 이삭이 장성하면서 아브라함은 이제 그를 위해 신부감을 데려오기로 마음먹습니다. 그의 종 엘리에셀을 '나홀의 성', 혹은 '밧단아람'이라 불리는 하란으로 보내 이삭의 아내를 구해 오게 합니다. 실제로 엘리에셀은 브두엘의 딸인 '리브가'를 만나서 이삭의 아내로 데려오게 됩니다.

브두엘이 아브라함의 동생인 나홀의 아들이니, 조카의 딸을 이삭의 아내로 들인 것입니다(하란을 나홀의 성이라 부른 이유는, 아마도 아버지 데라와 형인 아브라함과 함께 우르를 나온 나홀이 아브라함과 달리 하란에서 정착해 살았기 때문인듯 보입니다). 

야곱의 아내 라헬과 레아의 고향

야곱은 에서의 복수를 피하려는 목적과 아내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밧단아람'이라 불리는 하란 땅으로 향합니다(창 28장). 이삭의 당부대로 어머니 리브가의 고향인 하란에서 아내를 구하려는데, 거기서 리브가의 오라비인 라반의 여식을 만나게 되고 결혼을 합니다. 야곱은 외삼촌의 딸들, 즉 이종사촌인 레아와 라헬을 아내로 맞아들이지요. 아람 사람 라반은 이렇게 야곱의 장인어른이 되었습니다.

또 이곳 하란은 형의 복수를 피해 도망쳐 온 곳이기도 한데, 두려움에 떨던 야곱에게 20년 동안 안식과 피난처가 되어 주었습니다. 고향 우르에서 나와 나그네 길을 떠났던 조부 아브라함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3대에 걸쳐 히브리 민족은 하란, 즉 아람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삭의 아내 리브가와 야곱의 아내 레아·라헬은, 히브리 사람의 조상이 된 아람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아람 땅 하란은 아브라함과 이삭, 그리고 야곱에게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입니다.

이와 같이 하란, 즉 아람 땅은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친정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심지어 모세오경 중 하나인 신명기에서 모세는 자신들의 조상을 '유리하는 아람 사람(신 26:5)'이라고도 표현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람'은 누구일까요? 노아의 세 아들 중 셈에게 엘람과 앗수르, 아르박삿, 룻 그리고 아람 이렇게 다섯 명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이 아르박삿의 후손이니 아람 사람들과 이스라엘 사람들은 셈족 계열로 정말 형제지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21세기 나그네들이 쉼을 얻는 곳, 하란

4년 전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많은 수의 시리아 난민들이 포연을 피해 '아람의 땅'과 '나홀의 성'이었던 이곳 샨르우르파 주변으로 몰려들었습니다.

400만 명 이상이 고향 땅을 떠나 난민이 되어 해외를 떠돌고 있습니다. 이곳 터키에도 200만 명(2015년 11월 통계)이 넘는 시리아 난민들이 각처에 흩어져 지내고 있는데, 샨르우르파가 그 중심지로 떠올랐습니다. 시리아의 국경 도시인 '코바니'가 바로 샨르우르파와 인접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시리아는 예전 성서 속에서 '아람', 혹은 '수리아'로 불리던 나라입니다. 위에서 설명드렸던 것처럼 셈의 막내 아들인 '아람'의 후손들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의 조상들, 즉 이삭과 야곱에게 배우자를 제공했던 나라입니다. 이스라엘과는 사돈 관계에 있는 나라인 셈이죠. 이스라엘과 사돈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의 후손들이 또 다른 나그네인 난민 신세가 되어 찾아 온 것입니다.

예전 아브라함과 야곱에게 고단한 나그네 여정 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하란은 지금도 아람 사람의 후손들에게 안식과 피난처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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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난민들. ⓒ레팜선교회 제공

 

5. 교훈

2011년 1월 튀니지에서 한 청년의 분신 사건으로 촉발되어 아랍 세계를 휩쓴 '아랍의 봄'(재스민 혁명) 바람은 독재자 아사드가 정권을 잡고 있는 시리아에도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아사드 정권이 시위대를 강력 진압하면서 지금의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었고,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는 내전과 IS와의 전쟁으로 점차 절망의 땅, 죽음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예지디·시리아 난민들이 전쟁을 피해 전 세계로 흩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시리아 난민들은 터키와 인근 중동 국가들은 물론이고 아메리카 대륙, 유럽 세계에까지 퍼져 가고, 심지어는 한국에까지 들어 오고 있습니다. 시리아인 디아스포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예전 유럽과 아시아에 흩어져 있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을 통해 바울의 선교 사역이 크게 열매를 맺게 인도하셨습니다. 이제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형제지간이자 사돈지간인 아람인, 즉 시리아인들을 디아스포라로 흩으시는 작업을 하고 계십니다.

하나님께서 어떤 계획이 있으셔서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허락하셨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중동 땅의 복음화를 위해 시리아인 디아스포라를 준비하신다는 것입니다. 시리아인 디아스포라는 하나님의 분명한 사인입니다.

현재 터키에서 나그네의 삶을 보내고 있는 난민들도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그리스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보내 줘야 합니다.

그리고 예전 아브라함이 하란 땅에 거하면서 '약속의 땅'이 어디인지 확신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들에게 '약속의 땅'이 어디인지, 어느 곳이 '가나안 땅'인지 어떻게 하면 그 길을 갈 수 있는지, 어느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지 분명하게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계속> 

레팜(Refugees Family) 선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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