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현재 샨르우르파(Şanlıurfa)는 터키 동남부 지방에 위치해 있으며 남쪽에 시리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접경도시입니다. 샨르우르파는 '선지자들의 도시', 혹은 '나그네들의 도시'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 별칭처럼 샨르우르파는 아브라함 3종교라고 하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믿음의 조상들이 활동했던 '성지'이며, 예전부터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원행 길을 나선 많은 나그네들에게 고단한 여정에 편안하고 아늑한 쉼터를 제공했던 도시였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샨르우르파는 메소포타미아 북부, 그러니까 상류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강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소아시아 동쪽의 아나톨리아 지방과 메소포타미아 지방을 잇는 교역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샨르우르파 근처에 남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우리 귀에 익숙한 장소인 '하란'(Haran)이라는 도시가 나옵니다. 바로 구약성서 창세기에 많이 등장하는 지명이지요.

이곳은 다메섹, 수리아 안디옥과 더불어 예전 성서에서는 '아람 땅'으로 불렸던 곳입니다. 이 땅에 거하던 사람들을 '아람 사람'이라고 불렀습니다.

또한 이곳은 동방에서 실크로드를 오가는 많은 약대 상인들의 '쉼터'였으며, 현재는 전쟁 때문에 고통받고 상처받은 많은 시리아 난민들에게 나그네로서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2. 역사

샨르우르파는 히타이트가 아나톨리아를 통치하고 있을 당시 '우르슈'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청동기 때부터 사람들이 문명을 이루어 살기 시작했습니다. 히타이트가 해양 민족인 프리기아에 멸망 당하면서 이 도시는 우라룻트라는 왕국이 그 뒤를 이어 세워지며 그 통치 하에 들어 갔습니다.

BC 4세기 초에는 알렉산더 대왕이 점령해서 그 이름을 '에뎃사'(Edessa)라고 명명해서 AD 1516년 오스만 제국이 이곳을 점령하고 그 이름을 '우르파'(Urfa)로 변경할 때까지 그렇게 불렸습니다.

에뎃사는 초대교회 당시부터 복음을 받아 들여서 기독교가 흥왕했던 도시였습니다. 외경 중에 '아부가르와 그리스도의 서한집'과 '다대오 행전', 그리고 교회사가인 유세비우스의 '교회사'에 이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원래 에뎃사를 스도로 하는 오스로에네(Osrhoeno) 왕국의 왕인 아부가르가 중병에 걸렸었는데, 그의 사절 한난이란 사람이 예루살렘에 갔다가 예수님을 만났고 예루살렘을 다녀와서 예수에 대한 보고를 왕에게 했다고 합니다. 예수님에 대한 얘기를 들은 아부가르 왕은 예수께 사절을 보내 자기 병을 치유해 달라는 청을 했는데,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 중 한 명인 다대오를 보내서 그를 치유해 주셨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적적으로 병을 고친 아부가르 왕을 비롯하여 많은 신하들이 기독교로 개종하였다 합니다.

서방 제국에서는 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313년에 기독교를 공인했고, 395년에 테오도시우스 1세 황제가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로 선포했는데, 이보다 200년이나 앞선 시기에 동방의 제국에서는 200년 경에 기독교가 세계 최초의 국가 종교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뎃사의 기독교 부흥은 이후 로마제국의 박해를 피하려는 기독교인들을 동방으로 이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에뎃사를 동방 기독교의 중심지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사도행전 2장을 보면 오순절에 예루살렘을 방문했던 무리들 중에 바대인, 메대인, 엘람인, 메소보다미아인, 본도인 등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보입니다. 이들은 동서로 이란 고원지대에서 에게해까지, 남북으로는 흑해와 카스피해 아래로 아라비아 사막에 이르는 고대 근동의 많은 지역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수리아(Syria) 안디옥을 지나 이들 지역으로 나가는 관문(Gateway)이 바로 에뎃사입니다.

이후로도 오스로에네(Osrhoene) 왕국은 431년 에베소 종교회의 때 파문당한 네스토리우스파의 본거지가 되어주었고, 그들에게 조로아스터교 문화권에 속하는 페르시아, 힌두 문화권에 속하는 인도, 불교 문화권에 속하는 중앙아시아와 몽고, 그리고 7세기 초에는 유교 문화권에 속하는 중국 당나라에까지 선교의 길을 터주었던 나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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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르우르파 고대 성채 ©레팜(Refugees Family) 선교회 제공

3. 성서와 샨르우르파

아브라함

예전 지금으로부터 약 4천년 전인 BC 21세기 경에 갈대아 우르에 살던 아브라함이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창12:1)는 하나님의 소명을 1,600km가 넘는 대장정의 원행을 하다가 '하란'에 잠깐 머물러 살게 됩니다.

여기서 아브라함이 소명을 받은 곳이 갈대아 우르인지 아니면 하란인지, 그리고 아브라함의 고향이 갈대아 우르인지 터키 샨르우르파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많은 기독교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은 갈대아 우르가 아브라함의 고향이고 거기에서 소명을 받은 것이라 주장을 하고 있고, 이것이 전통적인 견해라 받아들여 집니다. 여기서는 전통적인 견해를 중심으로 글을 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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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의 이동 경로 picok.co.kr ©레팜(Refugees Family) 선교회 제공

이와는 별개로 이슬람교에서는 아브라함의 고향이 갈대아 우르가 아니라 이곳 샨르우르파(또는 우르파)라고 주장합니다. 이슬람교의 성지인 '아브라함 탄생동굴'이 있고, '아브라함 연못'도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회에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아브라함은 우르에서 하나님의 소명을 받아 자기 고향 땅을 떠나서 1,600km 먼 여정을 시작합니다. 아브라함은 우르를 나올 때에 아내인 사라, 그의 아버지인 데라, 동생 하란의 아들인 롯과 함께 동행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메소포타미아 평원 지대를 지나 지금의 터키 땅 '하란'에 잠시 머물게 됩니다.

아브라함이 이동한 경로는 비록 평지가 많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인 메소포타미아를 지나왔지만 그래도 많은 가족과 동물들을 이끌고 차도 없는 시대에 1,600km를 이동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먼 여정 가운데 지친 그들은 하란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란 땅에 머무는 동안 그의 아버지 데라가 죽었고, 이곳에서 많은 재물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은 때가 되어서 그동안 모은 재물과 아내 사라, 조카 롯, 가솔들을 데리고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떠나서 마침내 가나안 땅으로 들어 갔습니다.(창12:5)

아브라함은 하란에 머무르면서 자신이 어디로 가야할지를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하란이 그를 가나안으로 인도한 것 같습니다.

성서를 보면 아브라함은 우르를 나올 때에 처음부터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처음 아브라함을 소명하시는 장면을 보면 하나님은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고 하십니다.(창12:1) 아직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께서 나중에 알려 주시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믿음장'인 히브리서 11장 8절은 보면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 기업으로 받을 땅에 나갈쌔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갔으며'라고 말씀합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예비하신 '약속의 땅'이 어디인지 갈 바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먼저 믿음으로 순종했다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에게 있어 하란 땅은 고단한 여정에 쉼을 준 곳이고, 물질의 복을 받은 곳이기도 하며, 장차 '약속의 땅'이 어디인지 알게 한 곳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있어서 하란은 육적으로, 영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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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란의 전통 주거양식. ©레팜(Refugees Family) 선교회 제공

이삭의 아내 리브가의 고향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 살면서 이삭을 낳았고 그가 장성하면서 아브라함은 이제 그를 위해 신부감을 데려오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의 종 엘리에셀을 '나홀의 성', 혹은 '밧단아람'이라 불리는 하란으로 보내 이삭의 아내를 구해오게 합니다. 실제로 엘리에셀은 브두엘의 딸인 '리브가'를 만나서 그녀를 이삭의 아내로 데려오게 됩니다. 브두엘이 아브라함의 동생인 나홀의 아들이니, 조카의 딸을 이삭의 아내로 들인 것입니다.(하란을 나홀의 성이라 부른 이유는 아마도 아버지 데라와 형인 아브라함과 함께 우르를 나온 나홀이 아브라함과 달리 하란에서 정착해 살았기 때문인듯 보입니다.)

야곱의 아내 라헬과 레아의 고향

야곱은 에서의 복수를 피하기 위한 도피의 목적과 아내를 얻을 목적으로 '밧단아람'으로 불리는 하란 땅으로 향합니다.(창28장) 이삭의 당부대로 어머니 리브가의 고향인 하란에서 아내를 구하려고 하는데 거기서 어머니 리브가의 오라비인 라반의 여식을 만나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됩니다. 야곱은 외삼촌의 딸들 즉 이종사촌인 레아와 라헬을 아내로 맞아 들이게 되죠. 아람 사람 라반은 이렇게 야곱의 장인 어른이 되었습니다.

또 이곳 하란은 형의 복수를 피해 도망쳐 온 곳이기도 한데, 두려움에 떨던 야곱에게 20년 동안 안식과 피난처가 되어 주었습니다. 고향 땅 우르를 나와 나그네 길을 떠났던 조부 아브라함에게 안식과 피난처가 되어주었던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3대에 걸쳐서 히브리 민족은 하란 사람, 즉 아람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삭의 아내 리브가와 야곱의 아내 레아와 라헬은, 히브리 사람의 조상이 된 아람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아람 땅 하란은 아브라함과 이삭, 그리고 야곱에게 있어서 뗄레야 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입니다.

이와 같이 하란, 즉 아람 땅은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친정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심지어 모세 5경 중 하나인 신명기에서 모세는 자신들의 조상을 '유리하는 아람 사람'(신26:5)이라고도 표현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람'은 누구일까요? 노아의 아들 3아들 중 셈에게 엘람과 앗수르, 아르박삿, 룻 그리고 아람 이렇게 다섯 명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이 아르박삿의 후손이니까 아람 사람들과 이스라엘 사람들은 셈족 계열로 정말 형제지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21세기 나그네들이 쉼을 얻는 곳, 하란

4년 전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많은 수의 시리아 난민들이 포연을 피해 '아람의 땅'과 '나홀의 성'이었던 이곳 샨르우르파 주변으로 몰려 들었습니다. 400만 명 이상이 고향 땅을 떠나 난민이 되어 해외를 떠 돌고 있습니다. 이곳 터키에도 200만 명(2015년 11월 통계)이 넘는 시리아 난민들이 각처에 흩어져 지내고 있는데, 샨르우르파가 그 중심지로 떠올랐습니다. 시리아의 국경 도시인 '코바니'가 바로 샨르우르파와 인접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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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난민들. ©레팜(Refugees Family) 선교회 제공

지금의 시리아는 예전 성서 속에서 '아람', 혹은 '수리아'로 불리던 나라입니다. 위에서 설명 드렸던 것처럼 셈의 막내 아들인 '아람'의 후손들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의 조상들, 즉 이삭과 야곱에게 배우자를 제공했던 나라입니다. 이스라엘과는 사돈 관계에 있는 나라인 셈이죠. 이스라엘과 사돈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의 후손들이 또 다른 나그네인 난민 신세가 되어 찾아온 것입니다.

예전에 아브라함과 야곱에게 고단한 나그네의 여정 속에서 안식과 피난처가 되어주었던 것처럼, 하란은 지금도 아람 사람의 후손들에게 안식과 피난처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4. 교훈

2011년 1월 튀니지에서 한 청년의 분신 사건을 계기로 촉발되어 아랍 세계를 휩쓴 '아랍의 봄'(재스민 혁명) 바람은 독재자 아사드가 정권을 잡고 있는 시리아에도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아사드 정권이 시위대를 강력 진압하면서 지금의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었고,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는 내전과 IS와의 전쟁으로 점차 절망의 땅, 죽음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많은 예지디, 시리아 난민들이 전쟁을 피해서 전세계로 흩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시리아 난민들은 터키와 인근 중동 국가들은 물론이고 아메리카 대륙, 유럽 세계에까지 퍼져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한국까지 시리아 난민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시리아인 디아스포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 입니다.

하나님은 예전 유럽과 아시아에 흩어져 있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을 통해서 바울의 선교 사역이 크게 열매맺게 인도하셨습니다. 이제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형제지간이자 사돈지간인 아람인, 즉 시리아인들을 디아스포라로 흩으시는 작업을 하고 계십니다.

하나님께서 어떤 계획이 있으셔서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허락하셨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중동 땅의 복음화를 위해서 시리아인 디아스포라를 준비하신다는 것입니다. 시리아인 디아스포라는 하나님의 분명한 싸인입니다.

현재 터키에서 나그네로서의 삶을 보내고 있는 난민들도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그리스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보내줘야 합니다.

그리고 예전 아브라함이 하란 땅에 거하면서 '약속의 땅'이 어디인지 확신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들에게 '약속의 땅'이 어디인지 어느 곳이 '가나안 땅'인지 어떻게 하면 그 길을 갈 수 있는지, 어느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지 분명하게 제시해줘야 할 것입니다.

5. REFAM(Refugees Family) 사역

저는 최근 하나님이 제 마음을 동하셔서 터키를 찾아와서 난민촌에서 나그네의 삶을 사는 이들의 의식주와 관련된 기본적인 생활을 돕고 그들에게 복음을 증거하는 사역을 위해 난민촌을 찾았습니다. 2박 3일의 일정으로 디야르바크르, 씨르트, 바트만, 샨르우르파 등 시리아와 이라크를 접하고 있는 터키 동남부 일대에 있는 난민촌 답사를 다녀온 것이죠. 그래서 다음에는 그 이야기를 자유로운 형식으로 나누고자 합니다.

11월 23일 마르딘(Mardin) 공항에서 내려서 차를 렌트하여 마르딘 주변을 돌아보다가 저녁 7시가 넘어서 디야르바크르로 핸들을 돌렸습니다. 다음날 디야르바크르에서 사역하시는 K 선교사님을 만나서 도움을 받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디야르바크르 근처에 츠나르(Çınar)라는 작은 도시가 있는데 그곳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그래서 츠나르 근처 인적이 드문 호수 근처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숙박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2박을 차에서 보내로 했습니다. 양치와 세면용으로 사용할 큰 물통 한 개와 식용으로 쓸 작은 물병을 몇 개를 사서 차에 실었습니다.

그리고 2박 3일 동안 '씨밋'(Simit)이라 불리는 도넛 모양의 빵이 있는데 식사 대용으로 그 빵을 6개 사서 갔습니다. 한 끼에 한 개씩 먹으면 되리라 나름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기름도 아끼려고 시동도 끈 상태에서 그냥 차 문만 잠가놓고 두꺼운 파카를 입인 후 바지도 내복과 체육복을 입고 그 위에 청바지를 입고 추워서 잠이 안올까 염려하여 멜라토닌이라는 수면 유도제까지 먹고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잠을 청했습니다. 피곤했는지 금방 잠이 들었는데 얼마나 잤을까...서서히 두툼한 이불과 옷을 통과하여 살 속을 파고드는 한기 때문에 도저히 추워서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밤 12시가 조금 넘었더군요. 하는 수 없이 차에 시동을 걸어서 히터를 틀어 놓고 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난민들도 이렇게 추위 속에서 잠을 청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쉽게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 최저 기온이 영상 1도였는데도 추위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는데, 이제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면 난민들 잠자리가 많이 춥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많이 되더군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한 씨밋 빵 1개와 물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간단히 양치를 하고, 수건에 물을 적셔서 고양이 세수를 했습니다. 차에서 숙박을 해결하려니 모든 것이 힘들었습니다. 이틀을 이렇게 생활해도 힘이 드는데, 난민들은 짧게는 수 개월, 길게는 몇 년 동안을 이것보다 훨씬 열악한 조건에서 생활하는데 그들의 불편함과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이렇게 난민들의 어려움과 애로 사항을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씨르트]

디야르바크르에서 출발하여 약 3시간를 달려가서 씨르트(Siirt)라는 곳에 도착했는데, 이곳은 다른 지역의 난민들과 다르게 어떤 독지가가 자신 소유의 주택 여러 채를 임시로 난민들에게 무료로 임대를 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곳도 이라크에서 넘어온 예지디 난민들이 약 500명 가량 생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난민들의 관리 감독은 시에서 맡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예지디 난민들은 겉보기에는 좋은 주택에서 좋은 조건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 그렇기도 합니다), 이것은 잠시 동안이라고 합니다. 이 주택의 주인이 언제까지 이들 주택을 무료로 난민들에게 임대를 해주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실제로 들리는 소문으로는 주인이 난민들에게 조만간 주택을 비워달라는 요청을 한다는 소문이 있어서 주택의 문제가 현실로 다가올 개연성이 다분한 실정입니다. 게다가 터키의 계절이 겨울 우기에 접어들어서 내년 4월까지는 비나 눈이 계속 오고 추울텐데 주택에서 내몰리면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생활 필수품도 많이 모자란 실정입니다. 식량 배급도 옥수수 죽같은 음식을 하루 3끼를 해결하고 있어서 영양 문제도 상당히 있다고 합니다.

난민촌에서 들은 얘기인데 이들 중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에 다닐 어린이들과 청소년 문제입니다. 이들이 난민촌에 머무는 동안 이들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허송세월만 보내는 것 때문에 고민이라고 합니다. 이들에게 영어나 컴퓨터 등 앞으로 이들이 인생을 살아갈 때 기본적으로 필요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질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또 청소년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근처 공장에 가서 노동을 한다고 합니다. 하루 20리라(8천원 정도)의 일당을 받으며 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이곳은 외부에서 원한다면 시에서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켜줄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이들이 난민촌에 머무는 동안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레팜(Refugees Family) 선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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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디 아이들 ©레팜(Refugees Family) 선교회 제공

[바트만]

바트만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라크에서 넘어온 예지디인들의 난민 캠프가 있는 곳입니다. 이곳도 바트만 시에서 관리 감독을 하고 있어서 시 관리인들의 허가가 있어야만 출입과 구제 활동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바트만은 늦은 밤 시간에 방문해서 예지디인들을 만나는게 힘들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관리인들이 K 선교사님이 교제하고 있던 하와스라는 청년과 친구들을 불러내주어 면회를 허락해줘서 만나 교제할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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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디인들의 난민 캠프에서의 교제. ©레팜(Refugees Family) 선교회 제공

하와스라는 청년은 이라크에 있을 때 학교 선생님이었다고 하는데 영어를 조금 할 수 있어서 대화하는데 수월하였습니다. 하와스와 대화하면서 이곳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위한 학교가 없어서 그것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곳도 시의 관린 감독이 심해서 마음대로 어떤 활동을 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는 곳입니다. 마찬가지로 이곳도 난민들에게 휴대전화를 소지하는 것과 외출을 허락하고 있어서 제한적으로나마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하여 교제하며 복음을 증거할 수 있는 길이 있었습니다.

[샨르우르파]

바트만에서 차를 타고 디야르바크르에 K 선교사님 부부을 내려 드리고 디야르바크르를 지나 바로 샨르우르파(Şanlıurfa)로 향했습니다. 바트만에서 디야르바크르까지는 차로 5시간이 넘게 걸리는 여정인데 시간이 없는 관계로 밤길 운전이지만 위험을 무릎쓰고 달려야 했습니다. 이곳은 쿠르드족 민병대와 터키 군인들간의 교전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지역이고, 요즘은 IS 대원들의 테러 문제도 일어나는 곳이라 특히 밤길 운전은 위험했습니다. 실제로 곧곧에서 터키 군인들이 검문 검색을 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밤 12시 경에 샨르우르파 인근에 인적이 드문 곳에 차를 세워두고 대충 고양이 세수와 양치를 한 후 차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와야 해서 새벽에 일어나서 씨밋과 물로 대충 아침 식사를 하고, 인근 난민 캠프로 향했습니다. 샨르우르파 인근에 수루츠(Suruç)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도 정부가 운영하는 난민 캠프가 있습니다. 이곳은 다른 곳과 다르게 시리아 코바니에서 온 아랍계 시리아 난민들이 모여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난민들이 고향 코바니로 돌아갔고 갈 곳 없는 나머지 난민들이 추운 겨울을 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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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디인들의 난민 캠프의 어린이. ©레팜(Refugees Family) 선교회 제공

아침 일찍 방문해서 그런지 시에서 나온 관리인들과 난민들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캠프 울타리 주변을 돌아보고 있는데 멀리서 저의 아들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한 아이가 달려 왔습니다. 관리자가 없어서 그런지 울타리 밖으로도 자유롭게 나왔다 들어가곤 하였는데, 밖으로 나온 아이에게 아침 밥을 먹었냐고 물어보니 먹었다고 했습니다. 배가 부르냐고 물으니까 곤란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래서 차에 있던 귤 3개를 주었는데, 아주 좋아하더군요. 먹을 것을 좀 준비해 올 것을 하는 후회가 많이 들었습니다.

그 아이도 너무 좋았는지 귤과 과자를 주자마자 달려와서 제 양쪽 볼에 키스를 하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마음이 짠해지며 코끝이 시큰해져 왔습니다. 아들 생각이 나서 더 애틋한 마음이 들었나 봅니다. 그리고 이제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데 거의 모든 아이들이 얇은 옷 몇개를 겹쳐 입는 것으로 추위를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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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디인들의 난민 캠프의 어린이. ©레팜(Refugees Family) 선교회 제공

터키 동남부 지역에는 아직도 많은 곳에서 정부가 세운 난민 캠프와 시에서 세운 난민 캠프, 그리고 도시로 스며든 난민들이 각자 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시간 관계상 마르딘, 디야르바크르, 씨르트, 바트만, 샨르우르파만 답사를 다녀왔지만, 이 외에도 쉬르낙, 미디얏, 비란쉐히르, 실로피, 지즈레, 가지안테프, 하타이, 비스밀, 에르가니 등의 많은 도시에서 시리아, 이라크 난민들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

시리아 내전과 급진 이슬람 단체인 IS와 관련된 정세가 터키, 이란, 미국, 러시아, 유럽 등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얽히고 섥혀서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여러 국가에서 지금처럼 자기들의 이익만 앞세워서 행동을 한다면 문제 해결이 요원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난민 문제 해법도 요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다국전 군이 전투기와 미사일을 이용한 폭격 위주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IS를 박멸하기 위해 지상군을 파병할 가능성도 다분하고, 만약 그렇게 되면 다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다시 난민들이 터키로 몰려올 것으로 예측됩니다.

[사역]

시리아와 이라크 고향 땅을 두고 떠나 온 난민들은 자신들이 가진 이슬람에 대한 정체성 혼돈과 거부감이 아주 높아진 반면, 기독교인들이 사랑으로 섬기는 것을 보고 마음이 활짝 열려있습니다. 복음 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주어졌기에 이 때에 주님의 이름과 사랑으로 섬긴다면 많은 영혼들이 주께 돌아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우리 나라에 복음이 들어오고 얼마 후에 혹독한 일제의 식민통치와 6.25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민족들의 몸과 마음은 가난해졌고, 상한 심령으로 복음이 뿌려졌을 때 말씀이 잘 자라날 수 있는 옥토로 준비되어졌습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축복하시고 세계 선교를 위해 사용하시기 위해 허락하신 하나의 연단이었던 것 처럼,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넘어 온 난민들에게 내전과 IS의 횡포를 허락하신 것은 하나님의 이들을 향한 놀라운 섭리와 계획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우리 믿는 사람들이 나서서 그들을 위해 중보하며, 물심 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복음을 증거하는데 온 힘을 다하길 바라실 것입니다.

[마무리]

끝으로 이제 터키는 겨울 우기에 접어드는 시기라 내년 3월까지는 춥고 비나 눈이 계속 올겁니다.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면서 식량을 우선적으로 제공하다보니, 겨울에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입을 옷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거의 모든 난민촌의 형편이며, 일단 바람과 비를 막아 주는 텐트는 겨울의 한기를 막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엮시 거의 모든 난민촌이 처한 상황입니다. 참고로 작년 터키의 겨울은 몇십년 만에 최고로 춥고 눈이 많이 왔던 겨울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작년과 올해 중반보다 난민 문제가 IS의 테러와 다국적 연합군 이슈에 밀려 전세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지원과 보급이 많이 줄고 있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많은 난민들이 터키 전역과 유럽 지역, 고향으로 이동했다고 하지만, 많은 난민들이 여전히 남아 있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난민들의 경우는 갈 곳이 그래도 있고 경제 여건이 뒷받침 되는 사람들인 반면에, 난민촌에 남아 있는 분들은 정말 연고지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이라 이분들이 진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더욱 필요한 때라고 생각됩니다.

[기도제목]

● 시리아와 이라크를 위한 기도 : 주변 나라들과 세계 열강들의 얽히고 섥혀 있는 이해 관계로 인해서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시리아 수많은 예지디인들을 학살하고 소녀들과 여성들을 납치하고 강간하는 ISIS(혹은 IS)가 하루 속히 퇴치되어서 시리아와 이라크 땅에 주님의 평화가 임하도록 기도해 주세요.

● 난민들을 위한 기도 : 장기간 지속되는 난민 생활로 인하여 점점 피폐해져 가는 시리아 난민과 이라크 난민들을 축복하셔서 물심 양면으로 많은 온정의 손길이 끊이지 않아 고통받고 있는 영혼들이 위로받고 힘들 얻어서 소망을 갖고 모진 세월을 잘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시도록 기도해 주세요. 특별히 수백만 명의 죄없는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탐욕과 죄악 때문에 고통 당하며, 현재와 미래를 저당 잡혀서 아무런 소망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현재의 생활에 있어 중요한 문제인 의식주 문제와 미래에 다가올 중요한 문제인 교육의 문제가 잘 해결되어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 후원을 위한 기도 : 레팜이 이제 처음 시작하는 단계인데 뜻을 합하여 동역할 수 있는 동역자들을 많이 보내 주셔서 고통 당하는 영혼들을 더욱더 많이 위로하고 돌아볼 수 있기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할 일은 많고 레팜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영혼들은 많이 있지만 사역자나 재정(후원금), 보급품이 턱없이 모자란 실정입니다. 하나님께서 많은 신실한 주의 백성들의 마음을 감동시키셔서 많은 후원자들이 일어나서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도록 기도해 주세요.

[성지선교회가 레팜선교회로 명칭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합니다. 마지막 때에 하나님께서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무엇인가 기도하다가 약한 자들과 영혼들을 돌보고 구원하는 일을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고 시급하게 생각하는 것이라 확신이 되어 모든 스텝과 선교회의 시스템이 난민들 섬기는 것과 영혼 구원하는 사역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안락함을 모두 버리고 광야로 나가기로 결정을 한 것입니다.]

레팜(Refugees Family) 선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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