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만이 유일한 교회라는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문서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공표하면서 수십년을 이어 오던 종교간 연합과 일치의 흐름이 위기에 처했다. 이 문서 공표 이후 전 세계 개신교회들이 유감을 표명하는 등 여파가 거세지자 가톨릭 내부에서도 이 문서에 대해 “가톨릭 내부의 신학적 입장을 나타내는 문서일 뿐이다”라는 소극적 태도, “가톨릭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 주고 있다”는 적극적 태도, “교리는 그렇지만 타 교회, 타 종교와의 대화는 계속해야 한다”는 현실적 태도 등으로 입장이 나뉘고 있다.

한 분이신 예수를 그리스도로 모신다는 점에서 가톨릭과 개신교는 분명 한 형제이며 지체이지만 교리적, 역사적, 현실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 가톨릭이 교리적 측면에서 스스로를 구원의 유일한 길 혹은 유일한 진정한 교회라고 주장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가톨릭뿐만 아니라 개신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는 자신들의 독특하고 고유한 교리를 지니며 이 교리를 소신있게 가르치며 선교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타 종교와의 차별을 강조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렇게 다름을 강조하다가 상대방을 틀리다고 하면 곤란하다. 가톨릭을 제외한 다른 교회는 진정한 교회가 아니라든지, 부적절한 교회라든지 흠이 있다는 내용은 분명 현 시대 교회간 연합과 일치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황당하기까지 하다. 이번 문서가 문제가 되는 것은 가톨릭의 우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가톨릭의 교리를 차분히 설명하는 형식이 아닌 타 교회를 비하하는 형식을 띠었기 때문이다. 동일한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교회를 비하하면서 가톨릭만이 유일하다 하는 주장은 결코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이다.

지금 세계는 전쟁과 테러, 위기와 혼돈에 빠져 있다. 세계의 교회는 인간이 만들어 낸 교리의 차이보다는 하나님께서 주신 그리스도의 유일성에 의거해 연합해야 할 의무에 직면해 있다. 그리하여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며 악의 세력과 대결해야 한다. 힘을 모아도 쉽지 않은 싸움인데 하필 이런 때에 발생한 이번 사건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의 지도자이자 세계적 종교지도자로서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 교리야 어떻든 간에 이것이 교황을 통해 공표됐을 때 세계 교회가 겪게 될 충격을 감안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개신교계도 성급하게 판단하고 분노할 필요는 없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믿는 두 형제가 “나의 제사만을 하나님께서 받아 주실 것이다”라고 주장하길 바라지 않으실 것이며 이로 인해서 서로를 반목, 질시하며 들판에 나가 분쟁하는 것은 더더욱 원하지 않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