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눈물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호소하는 자녀들을 포함한 가족들의 영상을 공개하면서 탈북자들의 재입북을 권유하고 나섰다.
탈북자를 '배신자'로 매도하며 강경하게 비난하던 북한이 '가족의 눈물 영상'과 유화적인 어조를 앞세워 탈북자에게 재입북을 권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김정은 체제 이전에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던 모습이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TV는 이날 '남조선에 있는 리용철에게 보내는 아들 리석의 편지'라는 제목의 20여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13년 전 남한으로 간 탈북자 '리용철'의 가족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해 시종 눈물을 흘리며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라'고 재입북을 호소하고 가장의 탈북에도 차별 없이 지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상에 등장한 가족들은 아내 심성실(46살), 맏딸 리미향(22살), 둘째 딸 리미경(19살), 막내 아들 리석(16살), 조카 박광일(38살) 등으로, 자신들을 남포시 항구구역 항두동에 거주한다고 소개했다.
영상에서 맏딸 리미향씨는 "차별하지 않고 우리들을 잘 대해주는 우리 당을 버리고 아버지는 왜 그렇게도 멀리 남조선으로 갔느냐"며 "그런 지옥같은 데서 살지 말고 고마운 우리 당의 품으로 돌아와 같이 살자"고 부탁했다.
조카 박광일씨는 "조국과 인민을 배반하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원망하면서도 "꼭 조국, 고향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부모 처자와 친척들도 만나 행복하게 살기를 학수고대한다"고 당부했다.
북한은 최근 들어 대남선전매체 등을 통해 탈북자들의 열악한 삶을 부각하고 향수를 자극하며 재입북을 권유해왔다.
북한이 이처럼 최근 들어 탈북자에 대해 '유화책'을 펴는 것은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다시 유인함으로 내부적으로 주민들 결속하고 추가적인 탈북을 막는 한편, 국제사회의 인권 공세에도 대응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제기가 북한에 적지 않은 압박이 되고 있고 조금이라도 개선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