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월 27일 국가정보원에 매수된 남한 간첩 2인을 정탐·모략 혐의로 체포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이들 중 1명은 예장 합동중앙총회 주교동측(총회장 조갑문 목사) 소속 김국기 목사(61)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교동측은 이와 관련, 27일 오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김국기 목사는 지난 2003년 수도노회에서 중국 단둥에 파송한 선교사로, 그곳에서 ‘탈북자 쉼터’를 운영하면서 탈북민들과 꽃제비, 조선족들을 돌보고 있었다”며 “북한의 이러한 조치는 국제관례는 물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인도주의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단 측은 “북한 주민들을 10년 넘게 성심성의껏 도왔던 김 목사를 간첩 혐의로 억류한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북한 당국은 조속히 김 목사를 석방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국교회를 향해 김 목사의 무사 송환을 위해 함께 기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국기 목사는 2001년 예장 합동중앙 총회신학연구원을 졸업하고, 2003년 북방선교의 사명감으로 강도사 신분으로 단둥에 갔다. 2004년 잠시 귀국해 수도노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고 한다.
교단 측에 따르면 동갑내기 부인 김희순 사모와 함께 탈북민들이 쉼터를 찾아오면 숙식을 제공하고, 돌아가는 이들에게는 여비와 생필품을 제공했다. 김희순 사모는 현재 치매에 걸린 친정어머니 간호를 위해 일시 귀국한 상태이다.
김 목사 부부는 농기계와 두부 기계, 제빵 기계, 전기 발전기, 미싱 등을 북한 농업과 가정을 위해 제공했고, 한국교회의 도움을 받아 의약품과 의류를 컨테이너에 실어 보내는 등 평소 북한 돕기에 앞장섰기 때문에, ‘간첩’이라는 북한 측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조갑문 목사는 “2년 전 김 목사가 잠시 한국에 왔을 때 선교보고를 들은 적이 있고,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김국기 목사는 지난해 연말 북한의 초청을 받아 단둥에서 신의주를 거쳐 평양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인 26일 “반공화국 정탐과 모략행위를 감행하다 적발·체포된 괴뢰정보원 간첩 김국기·최춘길의 국내외 기자회견이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렸다”며 “이들은 국정원에 매수돼 북한 정보를 수집·제공하거나 북한체제를 비방하는 활동을 펼쳤다”고 방송했다.
이에 통일부는 27일 북한 측에 이들의 석방과 송환을 요구하는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으나, 북한 당국은 수령을 거부했다. 통일부는 “이 두 사람과 김정욱 선교사의 조속한 석방 및 송환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