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을 모욕했다는 혐의로 태형 1,000대와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사우디 블로거 라이프 바다위(Raif Badawi·31)가, 이번에는 배교 혐의로 다시 재판에 회부될 처지에 놓였다. 이슬람 국가에서 배교는 사형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바다위는 '사우디 자유민주주의 포럼'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하고 사우디의 정치와 이슬람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2012년 이슬람 모욕죄와 사이버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미 1차로 채찍 50대를 맞고 중상을 입은 그는, 175,000파운드(약 27만 달러)의 벌금도 물어야 할 상황이다.
그의 아내인 엔사프 하이데르는 채널4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당국이 태형을 계속 집행한다면, 남편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다위의 가족들은 그의 석방을 위한 캠페인이 진행 중인 공식 페이스북에 성명을 내고 "우리는 신뢰할 만한 소식통에게서 '사우디 형사재판소 내부에서 바다위를 배교 혐의로 다시금 재판에 회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사우디법에 의하면, 변절 혐의는 참수형까지도 가능하다"고 알렸다.
이어 "법원이 바다위에게 징역 10년 및 태형 1,000대를 선고했던 판사에게 이번 사건도 배정했다는 정확한 정보를 입수했다. 이 판사는 라이프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으며, 2번이나 그를 배교자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당시 그 판사의 요청은 형사재판소가 사건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그러나 최고사법평의회가 지난해 9월 19일 제정한 새로운 법규에 따르면, '사형', '투석형', '손발절단형' 등 중형에 해당하는 범죄 사건의 경우에는 형사재판소에서도 관할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바다위의 가족들은 "이 판사가 항소법원 재판부에 '배교' 혐의를 주장할 것으로 보이는 몇 가지 분명한 이유들이 있다. 그가 판결문에서 '라이프의 배교 혐의에 대한 분명한 증거를 갖고 있으며 이를 확신한다'고 말했다는 점이 반드시 알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바다위가 이 같이 편협한 자들에 의해 끌려다니지 않도록 도와줄 것을 전 세계 시민들과 정부에 요청한다. 살만 왕이 라이프 바다위를 용서하고, 그를 석방시켜 캐나다에서 가족들과 재결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한편 중동 순방에 나선 찰스 왕세자가 오는 10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을 만나 바다위의 사면에 대해 논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영국앰네스티인터내셔널의 케이트 앨런은 "우리는 왕세자가 이번 방문에서 사우디 왕실에 잘 정리된 입장을 전달해 주기를 바란다. 그의 외교적 중재가 바다위의 석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찰스 왕세자는 이날 요르단 방문을 시작으로 6일간의 중동 방문 일정을 시작했으며, 사우디,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를 거쳐 다시 영국으로 돌아간다. 그의 사우디 방문은 이번이 공식적으로 12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