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자신이 인간이기 이전에 일본인이라고 생각한다. 우치무라 간조도 "내가 예수를 더 좋아하는지 일본을 더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고백하였다. 일본인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집착은 독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선 일본인을 파악하는 열쇠로 사무라이 시대의 영향을 살펴 보기로 하겠다.
일본인을 외면적으로 묘사하는 대표적인 단어로 키쿠바리(배려), 야사시(싹싹함), 질서의식, 절약정신, 근성(철저함) 등을 들 수 있다면, 이와 달리 일본인들의 내면을 대표하는 단어로 분노, 고독, 소심함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듯 질서를 잘 지키고 친절하며 상냥한 그들의 내면에는, 가족과 친구 심지어는 부부 사이에도 서로 마음을 통하지 못하고 벽을 쌓고 살아가는 고독, 그리고 그들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와 그로 인한 억제된 분노, 그리고 다른 이들의 평가에 전전긍긍하는 소심함과 그로 인한 두려움 등으로 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특성은 사무라이 시대의 불안정한 정세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전국시대 및 막부시대의 혹독하고 살벌한 사회환경 속에서, 힘없는 백성들이 법의 정당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스스로 지켜야 했던 상황에서 저절로 굳어진 민족성이라고 여겨진다.
농민들은 자신의 토지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무장을 해야 했고, 그 후 자연스럽게 무장집단과 이들을 지배하는 권력자가 출현하게 됐다. 그들은 보다 큰 권력과 토지를 얻기 위해 투쟁하였고, 그 전국시대의 혼란 속에서 개인의 생존 방식이 독특하게 굳어져 오게 된 것이라 생각된다. 힘의 우세가 정의를 대신하는 무력투쟁의 혼란 시대에,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관의 정립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일본인에게 영웅으로 추앙되는 세 사람의 인물, 즉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행적은, 그야말로 오늘날 일본인들의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안정된 사회 유지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법과 질서를 오직 무력을 바탕으로 한 절대권력으로 대치하고, 인간의 양심과 존엄을 자신들의 권력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무자비한 살생으로 억압하고, 단지 소수의 사무라이 지배층의 과욕을 위해 대부분의 백성들의 희생과 고난을 방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소수 지배층의 권력독점구조는 군국주의 시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권력지배층의 이러한 무력적인 횡포와 억압 속에서 일반 국민들의 자의식과 자존감은 억압되어 상실되었고, 개인의 양심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조차 어렵게 되어, 현대의 일본인의 정신구조가 이와 같이 독특한 형태를 띠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신구조를 대물림하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이 얼마나 깊이, 그리고 얼마나 넓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 보는 것이 일본선교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일본인들은 자기 자신의 행복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있으며, 이의 실현을 위해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엄격한 책임과 의무를 강조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몫을 다하지 못하는 구성원에 대해서 엄하게 처벌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따라서 일본인들에게는 회개와 용서라는 개념이 자리잡을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