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정보화 시대가 기독교와 교회, 그리고 선교전략 등에 많은 변화와 영향을 줬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임할 후기 정보화 시대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더 큰 변화의 물결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에 IT와 기독교 관련 다양한 주제를 깊이 논의하고 특히 통섭적 접근을 시도하는 'IT와 기독교 학술 포럼'이 열려 관심을 모았다.
1일 건국대에서 'IT와 기독교 통섭 연구원'(IT and Christianity Consilience Institute)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는 황영헌 상무(KT)가 "정보기술과 신학의 만남: 아이갓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아이갓"(iGod, 크레이그 뎃와일러 지음, 아바서원 펴냄)을 중심으로 발표했는데, 이는 그가 번역한 책의 이름이기도 하다.
책의 저자인 크레이그 뎃와일러(Craig Detweiller)는 Fuller Theological Seminar에서 M. Div와 Theology and Culture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영상제작자, 저술가, CNN, NYT, NPR 등에서 문화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문화와 신앙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으며, 황영헌 상무는 "아이갓을 통해 그의 고민의 범위를 우리의 삶과 문화, 그리고 신앙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정보기술로 확장함으로써 독특하고도, 통찰력 있는 서적을 우리에게 선물해 줬다"고 평했다. 크레이그는 책 속에서 정보기술의 흐름의 속살을 파헤치고, 특별히 말씀이라는 검으로 정보기술의 생각과 뜻을 쪼개고, 판단하며, 이를 통해 우리 크리스천들이 이러한 기술에 대해 가져야 하는 자세를 도전한다.
크레이그는 먼저 '아이갓'에 대해 설명하는데, 이 말은 월간지 NewYork 2006년 6월호에 표지모델로 스티브 잡스를 다루며, 그를 아이갓이라고 명명한데서 유래했다. 이 책에서는 스티브 잡스를 첫 아이갓, 그리고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레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를 아이갓으로 칭하고 있다. 이들은 인류의 고민을 해결해준 신과 같은 존재라는 의미이다. 이어 "IT 기술이 시대를 규정한다"면서 ▶먼저 외양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외치는 애플 ▶인터넷 ▶풍요로운 온라인 쇼핑 시대를 열어낸 아마존 ▶검색 알고리즘으로 세계를 지배한 구글 ▶소셜 네트워킹의 진화 ▶진정한 친구인지 진짜 원수인지를 묻는 페이스북 ▶청중들을 참여자로 만든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 대한 평가와 신학적인 비평을 곁들인다.
특히 저자 크레이그는 아이갓의 최종목적을 진단하기 위해 프랑스의 신학자이자 고생물학자였던 테이야르가 1920년데에 제안한 누스피어(noosphere)란 개념을 소개하는데, 누스피어란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특정한 생물학적 실체가 우리 눈 앞에 형성된 것, 추가된 행성의 층이자 위로 성장하는 생각하는 실체의 외피를 의미한다. 황 상무는 "이러한 개념은 오늘날의 컴퓨터 네트워크, 또는 소셜네트워크가 만드는 새로운 세계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했다.
테이야르는 이러한 누스피어가 "오메가 포인트"라는 신비로운 순간으로 향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기계와 인간이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수렴하며 만들어진 신경 네트워크가 우리를 하나로 만들고 하나님께로 인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레이그는 이러한 누스피어를 믿으면서도 우리의 육체의 부활과 영생이 있을 것이며, 오메가 포인트는 알파와 오메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크레이그는 "이제 기술자들은 하나님의 현존이 힘의 근원이고, 우리에게 비취는 유일한 빛임을 인식하며, 혼돈을 항구에 정박시키는 일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부름 받은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고, "비록 인류의 기술이 오류를 내포하지만, 기술과 발전은 하나님의 축복이며 선한 것을 향하여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신학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믿음"이라며 "기술을 하나님께서 주신 다양성을 담은, 감람나무 가지를 뻗는, 생명을 살리는 방주로 이용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황영헌 상무는 크레이그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일반계시를 성경의 특별계시를 통해 평가한다"고 설명하고, "이러한 시도는 필요한지, 그렇다면 우리나라 신학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크게 포착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 했다. 더불어 "죄성에서 출발한 기술을 적극 수용하는 교회의 모습 또한 소유욕과 드러냄, 십자가 고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나태라는 잘못된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느냐"며 하나님을 찬양하고, 베풀고 나누기 위한 기술의 사용을 위해 교회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과연 정보기술이 새 예루살렘에 대한 소망을 가지게 할 수 있겠느냐"면서 하나님 없는 특이점을 지향하는 기술 전문가들의 의도에 맞서 기독 정보기술인들 이 해야 할 사역은 어떤 것이 있을지 고민해 보자고 했다.
황 상무는 "그 동안 정보기술에 대한 우리의 통찰력이 깊지 못했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정보기술을 향한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동시에 고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의 삶과 신앙 마저 변화 내지는 변질시키는 정보기술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연구가 이어지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쳤다.
한편 행사에서는 고현석 박사(Ph.D.)가 "아이갓에 대한 신학적 응답"을 했는데, 그는 "오늘날 IT 기술은 2000 년전 로마의 도로망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그 당시 이미 건설되어 있었던 약 40 만킬로미터에 달하는 로마 제국의 도로망은 예수 복음을 전파하는데 있어서 예비해 놓으신 하나님의 계획이었는데, 마찬가지로 오늘날 세계를 빛의 속도로 연결해 가는 이 시대의 문명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IT 기술은 분명 총체적 선교의 한부분으로서 자리메움을 하고 있다"며 "총체적 선교(Holistic Mission)는 선교의 대로가 되어 '문화명령'과 '선교명령'을 포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