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로마서 5:4)
보통, 사람들은 오늘 힘든 삶을 하루빨리 마감하고 고통이 없는 평안함이 찾아오기를 학수고대하며 산다. 돌이켜 보매 미국 땅에 발을 딛고 살아왔던 수십 성상의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그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지난 날들이 별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니까. 고통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는 동안 그 젊고 풋풋했던 동안의 모습들은 사라지고 이제는 흰머리가 제법 자리를 잡아가는 오십줄의 중년이 되고 보니 고통스럽게만 느껴졌던 그때 그 시간들이 그저 빨리 지나갔으면 싶었던 그 마음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성경의 한 구절이다. 영어성경에서는 '연단'이 Character 즉, 성품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삶의 환난 중에서도 그것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며 묵묵히 인내할 때 비로소 우리의 성품은 강건해 지며 그러한 성품으로 말미암아 결국 소망을 이루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하는 말씀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을 걱정하며 사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우리가 다시 한 번 가만히 생각해 보면 걱정하는 삶은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연명하는 것이다. 호흡만 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즐기고 살아야 하는 오늘이 내 앞에 도래했는데 오늘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저 호흡하며 내일 더욱 좋은 날만을 기다리는 형국인 것이다. 걱정이 많은 오늘은 별로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 일게다. 환난이 닥칠 때 인내하지 못하고 좌절할 때 오늘의 의미를 알지 못하며 내일에 대한 소망도 잃게 된다.
우리 민족이 옛 부터 힘든 역사를 살아왔다. 척박한 환경에 놓여 지면서 자연은 우리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고 더욱이 열강에 포위되어 외세의 침략이 끊이지 않는 불안한 형국의 지형적 조건 속에 놓여 있었다. 사람들의 마음이 언제나 걱정으로 싸여 있었고 어쩌다가 잠시잠깐 화평한 날이 도래하게 되면 그것은 폭풍전야 일 것이라고 의심하며 오늘을 마음껏 즐기지 못했다. 이런 심리는 조상 때 부터 대물림되면서 이미 애 저녁에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내며 세계 10위권 안 팍의 경제강국으로 급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늘 뭔가 부족하다 생각하며 풍요로운 내일을 기약해야 하는 불안감이 떠나지 않는 일종의 유전적 신경정신 쇄약증에 시달리고 있다.
다시 말해서 지금 우리 한국인에게 성경의 로마서 5장 4절은 하나님의 괘변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는 어떤 이상한 나라의 믿음일 뿐이다. 나는 내 생애 처음으로 경험했던 박정희 대통령으로 부터 시작해서 몇 십년이 지난 오늘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한국의 대통령들이 취임과 동시에 한결같이 발표했던 대국민 담화의 기본골자가 천편일률적으로 온 국민이 하나로 단합해서 '이 어려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삶의 위기의식의 조장이었음을 너무도 생생히 기억한다. 조상 때부터 듣고 살아온 '먹고 살아야 한다'는 그 자조 섞인 삶의 한탄이 신앙처럼 귀에 못이 밖힌 우리들의 조급함은 오늘이 즐겁거나 행복하지가 않고 항상 이 고통의 통로를 빠져나가 걱정 없는 내일로 가기위해 오늘을 연명하고 있는 듯한 심리이다. 그런 까닭에 남과 북이 지난 60여년의 세월을 편안히 살지 못하고 여전히 서로를 경계하고 반목하며 니가 없어져야 내일 내가 제대로 살 수 있다 라는 착각속의 인생을 영위하고 있다. 이제 인생이 얼마 남지 않은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이여, 민족의 분단 속에서 권력 그 자체가 자신들을 영원히 행복하게 해 줄성 싶은지 곰곰이 헤아려 보아야 한다. 또 다른 안타까운 현실이 있다. 한국의 부모들이 자식들의 성공된 내일만을 위하여 오늘 고통에서 헤어나올 생각들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연명할 뿐이다.
어느 날 문득 지금까지의 내 삶을 되돌아보며 너무도 힘들었던 사건들이 불행했다고 생각하며 그곳을 빠져 나오기 위해서 몸부림쳤던 행동들이 어리석었음을 간파했다. 좋고 나쁜 그 모든 것들이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내 삶의 전부인 것을, 그 삶을 거부하며 거기서 탈출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을 뿐이다. 오늘의 어려움을 호들갑떨지 않고 묵묵히 헤쳐 나가며 연단하는 사람들에게 오직 소망은 이루어 질것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