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7월만이 보여 주는 모습이 있습니다. 습지에 세워진 도시답게 본격적으로 찌는 더위가 시작됩니다. 북버지니아를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깊은 인상을 얻고 돌아가게 만드는 잘 관리된 숲과 공원들이 여름의 짙은 초록으로 덮입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메트로폴리스이지만 놀랍게도 차분한 분위기는 어디를 가도 주변을 둘러싼 초록 때문이기도 합니다. 몇몇 대로를 벗어나면 차도의 주변을 가득채운 나무와 푸른 들에 싸인 채 운전을 하는 맛이 일품입니다. 때로는 하늘까지 덮은 숲은 이 지역 특유의 습한 더위와 잘 어우러집니다.

7월이 다가오면 조금 여유 있는 샤핑 센터 주차장에는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 판매대가 세워집니다. 미국기로 장식되고 미국기의 세 가지 색깔인 적, 청, 백색으로 뒤덮인 판매대에서는 불꽃놀이 폭죽을 팔기 시작합니다. 일년에 한번 며칠 열리는 폭죽 시장입니다. 골목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만들면서 터뜨릴 폭죽에서 상당한 높이로 발사되는 로켓 형식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바닥에 던져 터트리는 장난감 같은 다양한 폭죽을 팝니다. 거의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준비합니다. 인구 수 천 명 되는 작은 시에서부터 카운티와 주 정부, 그리고 연방 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불꽃놀이 준비에 분주합니다. 디씨에서는 대규모 건축같은 규모의 폭죽 준비가 진행됩니다. 페어팩스시 같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도시에서는 규모가 작아도 자부심과 은근한 경쟁심으로 불꽃놀이를 준비합니다. 당일 구경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곳곳에 임시 주차장을 마련하고 셔틀버스 운행을 미리 알립니다. 메인 스트리트 주변에는 셔틀버스 타는 곳, 주차하는 곳을 알리는 임시 도로 표지판이 세워집니다.

전통적인 독립기념일 바비큐 파티를 하기 위해서 가정마다 분주해 집니다. 그릴을 닦고, 프로판 개스를 구입하고, 바비큐 연장 녹을 닦아 냅니다. 이웃을 초청하기 위해서 연락을 하기도 하고 동네에서 같이 파티를 하기 위해서 의논을 하기도 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휴가 시즌이 시작되는 분위기 여기저기서 느껴집니다. 회사에서는 일을 한 단계 마무리 하려고 서두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미국의 수도가 있는 지역이다 보니 워낙에 공무원 인구가 많기도 해서 그렇겠지만 국가 기관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여름을 맞아 한 풀 꺾이는 연방 정부 페이스에 맞춰서 움직입니다. 점심시간을 마치고 손에 냉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은 휴가 계획과 일정에 대한 이야기가 꽃 핍니다.

연방의회의 회기에 맞춰서 돌아가는 이 지역에서 이제 마지막으로 상정할 법률과 결의안을 두고 최종 줄다리기를 하느라 바쁜 상황에서 로비 단체와 이익 집단들의 광고와 집회, 홍보가 집중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파견된 분들 중에는 여름에 이동이 많은 관계로 이사할 준비, 새로 파견 오는 분들을 영접할 준비, 일을 인수인계 할 일로 바빠지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여름 계획을 아내와 의논하면 문득 아내가 걱정스레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독립기념일이 수요일인데"라면서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수요일이 휴일이면 사람들이 이리 저리 월차를 내서 한 주간을 다 쉬든지 아니면 사흘이나 나흘을 쉬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교우들 중에서 스몰비지니스를 하시는 분들은 자칫 한 주 매상이 심각한 타격을 받습니다. 독립기념일이 월요일이면 하루 매상이 날라 가는 것으로 끝나겠지만 하필 수요일이라면 업종에 따라서 한 주 매상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마침 워싱턴 지역에서 독립기념일을 맞아 여행하는 인구가 60만이 넘는다는 뉴스와 함께 그 중에서 반 정도가 금요일에 떠난다는 소식을 방송으로 들으면서 걱정이 더해 졌습니다.
쉼과 재충전의 시기를 맞아 창 밖에 가득한 진초록을 내다보면서 우리 교우들의 사업과 가정에 염려거리가 생기지 않기를 기원해봅니다.

/글 장세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