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대한민국 우등생"이란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의 명문대생 250명을 연구하여 이들의 특별한 진학 노하우를 밝히려고 했다. 하지만 저자는 '비법'을 찾을 수 없었고, 오히려 "복습을 정기적으로 했다", "암기에 시간을 투자했다", "스케줄을 잘 관리해서 공부했다", "노트를 잘 정리했다", "목표를 두고 공부했다" 등의 지극히 당연한 답만 얻게 되었다.
결국 저자는 우등생들의 특별한 노하우란 없으며 "모두에게 통용되는 만능 공부 방법이란 없다"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검증되었다는 점이 좀 아이러니하다.
공부에는 지름길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결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학부모는 지름길을 찾기 위해 허다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 요즘은 학원 외에도 '명문대학 진학 설계사'와 '작문 코치' 그리고 인터뷰(면접)를 준비시켜 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꼭 그렇게 해야만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가? 아니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꼭 그런 방법을 택해야 하는지 부모는 심각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지나친 부모의 '열정'은 학생으로 하여금 잘못된 '지름길'을 찾도록 만들기도 한다.
사실 컨닝하는 학생 중 다수는 점수에 아주 예민한 학생들이며 어떻게 해서든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컨닝도 하고 친구의 숙제를 베끼기도 하며, 별 생각없이 표절을 범하기도한다. 부모의 그릇된 요구가 자녀로 하여금 그릇된 결정을 내리게 한다면 이것은 모순이요 큰 문제이다. 노력해서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지나치게 사교육을 의지해 진학하는 것은 그 방법과 목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리고 진학 후 모든 교육과정을 잘 마치고 졸업할 확률도 떨어진다. 대학 진학은 학생의 실력, 대학에서 제공하는 전공분야, 부모의 재정지원, 원하는 거주지역 등의 요소를 충분히 고려한 후 가장 적합한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무조건 인지도 높은 대학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과 동기로부터 시작된다.앞서 언급한 책 끝 부분에 "내 아이 우등생으로 만드는 십계명"이란 섹션이 있다. 이 부분 또한 저자의 연구 결과인데, 저자는 다음과 같은 지침을 통해 부모가 자녀를 도울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라.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할 때는 틀에 박힌 이야기를 삼가라. ▲TV 드라마보다는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보이라. ▲아이를 외롭게 하지 말라(혼자있게 하지 말라). ▲교재가 어렵더라도 목차의 내용 정도는 부모가 가끔씩 훑어보라.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라. ▲아이 앞에서 선생님을 흉보지 말라. ▲신경질을 무작정 다 받아주지 말라. ▲아이의 시간 관리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찾아보라. ▲칭찬을 아끼지 말라.
그런데, 이 '십계명'은 절대 낯선 것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강사들이 세미나를 통해 이런 점들을 다루고 있는가? 얼마나 자주 지면을 통해 이런 내용에 관한 글을 읽을 수 있는가? 하지만 얼마나 많은 부모가 귀를 기울이고 실천하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우등생을 만드는 것보다 우선 좋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좋은 학생은 좋은 부모, 좋은 선생, 올바른 동기부여, 그리고 규칙적인 습관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잊지말자. 이제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하여 최선을 다한 결과에 만족하는 부모, 교사, 그리고 학생이 되어보자. 자랑스러운 우등생, 최선을 다해서 부끄럽지 않은 학생을 배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