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역사학자였던 아놀드 토인비는 인간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말한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에게 찾아오는 수많은 도전을 어떻게 잘 이겨내고 극복했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하고 그런 도전을 잘 이겨낸 민족이 역사의 주인공이 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수많은 도전과 시련을 극복하고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이 시대 가장 뛰어난 발전을 이룩한 대한민국은 참으로 위대한 민족임에 틀림없다.
도전과 응전이라는 토인비의 공식은 민족의 역사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생에도 적용된다. 한 개인도 평생을 통해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되고 그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그 삶의 열매가 달라진다. 최근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그런 인생의 도전 중에는 '잘 늙는 것'도 있다는 점이다.
잘 사는 것이 도전이고 잘 죽는 웰 다잉이 인생의 큰 도전이라는 사실은 많은 분들이 말씀했고 그래서 잘 알려져 있지만 잘 늙어가는 것도 한 사람의 일생에 있어서 큰 도전이라는 사실이 조금씩 늙어가면서 새롭게 느껴진다.
연세드신 어른들이 많은 교회를 섬기는 까닭에 나는 늘 젊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지내왔다. 실제로 내가 교회에서 처음 부교역자로 섬기기 시작했을 때 나를 '젊은 목사'로 부르시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삼십대 후반이면 과히 젊은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어르신들 눈에는 새파란 젊은이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나도 몇 년 후면 육십을 바라보는 중늙은이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서서히 늙어가는 증상들이 몸에도 마음에도 나타난다. 흰머리가 많이 늘었을 뿐 아니라 눈도 전 같지는 않고 그 외 여러 가지 증상들이 느껴지고 그와 더불어 정서적인 감정도 조금은 다른 듯 하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문득문득 느끼는 것은 이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또 그런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그렇게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몸은 늙어가도 마음은 늘 청춘이라는 표현처럼 몸의 변화를 마음으로까지 선뜻 받아들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그런 노화 현상을 마지 못해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더더욱이나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난 교회 안에 계신 많은 믿음의 어른들을 다시 한 번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교회 안의 연로하신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 "곱게 늙어간다"는 표현이 적합한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 분들도 여러가지 면에서 노화의 도전을 적지 않게 받고 계신다. 몸도 옛날같지 않고 마음도 그렇고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주류에서 한 발 비껴 서 있는 소외감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은 결코 신세를 한탄하거나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체념하지 않으신다. 겉사람은 후패할지라도 속사람은 날로 새롭다는 말씀처럼 젊은 시절보다 더 뜨겁고 더 순수한 삶의 자세를 가지고 계신다. 나도 늙어가는 마당인지라 이제는 이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알 것 같다. 고맙고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가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낫다는 성경 말씀처럼 이 분들이야 말로 진정한 용사요, 진정한 삶의 승자이다. 이런 귀한 인생의 모범되시는 분들이 교회 안에 많이 계시다는 사실은 얼마나 놀라운 축복인지 모르겠다. 귀한 믿음의 어른들이 천국가는 그날까지 이렇게 아름답고 신실한 모습으로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기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