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라질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이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이번에도 다시 한 번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국으로 4강 진출의 신화를 이루었던 그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염원하였지만 아쉽게도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2002년 4강 진출의 신화를 이루며 전 국민에게 큰 기쁨을 가져다 준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로 히딩크 감독이다. 히딩크 감독은 외국인으로 그간 한국 축구에 만연해 있던 ‘연고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실력으로 꼭 필요한 선수를 선발했다. 학연과 지연을 따지지 않고, 다양한 계층과 지역에서 필요한 선수들을 뽑아 그들을 하나로 융합하여 팀을 이루어 2002년 월드컵을 전 국민의 큰 축제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이와 비슷한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당시 월드컵 개최국이자 우승국인 프랑스 축구팀도 순수 백인 프랑스인이 절반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예전부터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의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저마다 다른 다양한 배경과 언어와 생각을 가진 11명의 선수들이 한 팀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축구 골 하나 넣은 것에 수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고 환호했다. 단일 민족, 단일 문화가 아닌 다양한 계층의 선수들이 함께 모여 용광로처럼 융합하여 다문화적 팀을 이루어 볼을 찼더니 마침내 월드컵 우승의 기쁨까지 가져다 준 것이다.
성경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보도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사도행전 2장에 나오는 오순절 날 마가 다락방에 성령이 임하는 사건이다.
마가 다락방이라 이름 하는 곳에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의 배경을 가진 120명이 모였다. 그곳에서 제자들은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이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우리를 구원하셨다”는 복음의 말씀을 선포했다. 그런데 그 곳에 앉아있는 모두가 사용하는 언어가 서로 달랐음에도 마치 한 언어를 듣듯 선포된 말씀을 알아듣고 감사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성령’이 그들 가운데 함께 하셨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이들을 하나로 융합하여 서로 소통하게 만드신 분이 바로 성령이다. 성령이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서로를 소통시켜 세상에 나가 하나님의 부활을 증언하는 한 팀을 만드신 사건, 그것이 바로 마가 다락방에 임한 성령의 역사이다.
성경에 보면, 성령을 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기뻤는지, 너무 기뻐서 얼굴이 마치 술 취한 사람 같았다고 보도하고 있다.
성령께서 주시는 이러한 기쁨과 환희의 축제는 월드컵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또 다른 기쁨의 축제인 ‘월드 피플컵’ (World-People-Cup)이라고 할 수 있다. 성령이 우리에게 오시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영원한 생명과 하나님 나라로 이끄시는 분으로 고백하게 된다. 이 확고한 믿음이 우리에게 있을 때 삶의 기쁨이 있고 승리가 있다. 슬픔과 좌절 속에 묻혀있던 우리의 삶은 성령의 역사와 함께 기쁨을 누리는 삶으로 변화된다.
최근 한국뿐만 아니고 서구 사회 역시 기독교인 수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한국 교회는 같은 생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만 뭉치는 “끼리끼리 증후군”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교회가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를 끌어안지 못한 채 서로 끊임없이 갈등하고 분열한다. 반면 서구 교회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공동체로 함께 신앙을 고백하기 보다, 교회 공동체를 벗어나 홀로 신앙 생활을 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성령의 역사는 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성령은 서로 간에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자기의 생각과 문화를 고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끌어안게 만드신다. 나 홀로 믿는 개인적인 신앙이 아니라, 성령의 능력은 공동체가 함께 신앙을 고백할 것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성령을 “통하게 하는 영”, “생명의 영”, “하나되게 하는 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교회력으로 우리는 지금 성령강림절을 보내고 있다. 성령께서 지금 우리를 “월드 피플컵”인 생명의 축제로 부르신다. 성령께서 임하시면, 우리의 삶은 기쁨과 열광의 도가니로 변화되고 하나가 된다.
월드컵의 한국전은 끝났지만, 성령께서 베푸시는 “월드 피플컵”의 축제는 한 순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된다. 이제 성령의 충만한 기쁨의 은혜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