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교회들이 가장 단기선교에 집중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한인교회들이 7월과 8월에 거쳐 단기선교를 통해 현지에 뿌리는 복음의 씨앗은 단기선교가 거듭될수록 자라나거나 장기선교로 이어지며 선교의 풍성한 열매로 드러난다. 단기선교 시즌을 맞아 기독일보는 모범이 되는 한인교회의 선교 사례들을 연재한다.
첫 번째 순서로 아이티에서 많은 땀을 흘렸고 현재는 선교의 귀한 열매들을 맺고 있는 열방교회(담임 안혜권 목사)의 선교 사례를 보도한다. 열방교회는 특히 보다 폭넓은 선교와 개 교회 차원을 벗어난 연합선교를 지향하기 위해 별도의 NGO를 설립, 교회 재정과 분리해 운영하는 등 새로운 선교모델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풀빵 먹는 아이티 어린이들, 붕어빵과 함께 전해진 복음
한국의 대표적인 추억의 먹거리이자 지금도 한국의 길거리에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붕어빵이 아이티 현지 어린이에게는 인기다. 진흙 쿠키를 즐겨 먹는 아이티 어린이들에게 붕어빵이 처음 소개된 것은 아이티 대지진 이후 열방교회 선교팀이 아이티를 방문하면서부터다.
아이티는 지난 2010년 1월 대지진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당했다. 지진 전에도 사회 기반 시설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폐허가 된 땅에는 아무런 희망도 없어보였다. 대지진 직후에는 구호에 집중했고 어느 정도 수습이 진행된 후에도 현지에 만성적인 식량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먹거리가 턱없이 부족했을 때 생각한 것이 간단히 구울 수 있는 붕어빵이었다. 열방교회는 이에 직접 붕어빵 기계를 한국에서부터 들여와서 아이티로 보냈다.
현지에 붕어빵 기계는 큰 역할을 해냈다. 진흙 쿠키로 끼니를 때우던 아이티 어린이들에게 붕어빵 기계는 밀가루 풀을 넣으면 물고기모양 빵이 돼서 나오는 최첨단 기술처럼 보였다. 맛도 진흙쿠키에 비교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낯설던 붕어빵이 이제는 현지 어린이들의 최고 인기 간식이 됐다. 막 구워진 붕어빵을 손에 들고가는 아이들의 표정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다.
이 붕어빵은 현지 어린이들에게 영양 간식이 되면서 복음을 쉽게 전할 수 있도록 경계의 벽을 허물어주는 역할을 했다. 열방교회는 현지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 건물이나 책상 의자 등을 단기선교기간 중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붕어빵을 제공하며 학교 시설까지 정비하니 아이들이 선교팀의 말을 잘 따를 수밖에 없다. 선교팀은 단기선교 기간 중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아이티에 전해진 붕어빵에는 한국교회의 사랑과 복음이 함께 담겨져 있는 것이다.
열방교회는 앞으로 붕어빵 외에도 좀 더 쉽게 현지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기계를 제공할 계획이다. 안혜권 목사는 “이제는 붕어빵과 같이 호떡같이 좀 더 쉽게 만들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장비들도 제공해서 현지 아이들을 배부르고 맛있게 먹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계장이 변해 학교로, 재건하고 또 재건
열방교회는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아이티에 총 11차례 단기선교를 다녀왔다. 단기선교팀이 출정하지 않은 방문까지 합치면 아이티를 향한 그간의 발걸음은 더욱 늘어난다.
열방교회가 아이티 현지 선교에서 가장 크게 비중을 두는 것은 건축사역이다. 여름방학 이외에 진행되는 단기선교는 모두 단기선교팀들이 눈 붙일 겨를없이 재건사업을 하다 돌아왔다. 2010년도에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대지진을 맞았으니 사회기반 시설이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이에 열방교회는 학교, 교회, 시설물 등 가리지 않고 건축하고 재건하고 있다.
학교, 교회, 시설물은 기본이며 학교에 필요한 책상, 의자, 칠판, 학교 책꽂이, 교회에는 장의자, 식탁, 성구, 선교사 사택에는 가구 등을 일일이 제작하고 있다. 이러한 건축과 재건의 일들은 현지 선교사의 도움대로 협조하고 있다.
단기선교팀의 밤을 잊은 노력은 단시간에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양계장 기둥 몇 개 있던 곳이 학교로 변한 현장도 있다. 실제 레오간에 세워진 학교는 기둥 몇 개 남은 양계장을 개조한 것이다. 여기에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세워졌다. 열방교회는 이제 고등학교까지 세워지기를 소망하고 있다.
학교를 세우자 문맹률이 급격하게 줄었다. 실제 레오간에 있는 학교에서는 문맹퇴치를 위한 교육을 실시 최근까지 5기가 졸업했고 마을의 문맹률이 거의 정복되는 기적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 문맹을 퇴치하면 성경 보급도 더욱 쉬워지고 복음 전파도 효율적이다. 계속된 재건에 교회까지 세웠고 앞으로 고등학교까지 세워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열방교회는 이제 더욱 장기적인 차원에서 기술학교를 세우려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직접 물고기를 잡아줬다면 이제는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건축사역을 위해 힘을 쏟은 열방교회 단기선교팀의 열정이라면 기술학교를 세워 현지인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재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이끌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안혜권 목사는 “각종 건축 기술과 기계를 다루는 기술, 또 가구를 만드는 기술을 가르칠 기술학교의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현지인들이 재건하고 건축하면서 실제 그들의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사역의 방향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열방교회의 아이티 단기선교팀이 건축만 진행하는 것은 여름에 많은 인원이 참여할 때는 태권도 시범팀, 안경사역, 여름성경학교팀, 의료선교팀 등 여러 사역팀들이 함께 참여해 진행한다. 한쪽에서는 건축하고 재건하면서 한쪽에서는 여러 방면으로 마을 사람들을 돌보고 나면 침체됐던 마을의 분위기는 일시에 살아난다.
안혜권 목사는 “선교 사역도 갈수록 더 전문화 돼가고 더 구체화 돼가면서 하나님이 선교 속에서 열방교회를 사용하고 계심을 눈으로 본다”면서 “선교에 참여하는 대원들의 선교 마인드가 남달라 늙어서도 죽을 때까지 헌신한다는 고백을 들을 때 늘 마음이 기쁘다”고 말했다.
열방교회의 단기선교팀 중에는 아이티에 6번 이상 다녀온 이들도 꽤 있다. 특히 은퇴 이후에 거기서 살면서 복음 전도자로 살 계획도 지금부터 진행하고 있다. 폐허가 된 한 지역을 맡아 건축하고 재건하며 지역을 변화시킨 열방교회의 아이티 선교 사례는 타 교회에도 좋은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전건축 중에도 선교...선교 재정은 교회서 분리해 NGO로
열방교회는 아이티 선교 외에도 아프리카 카메룬 지역에 3층 규모의 선교센터를 지었고 지속적으로 기도하면서 센터의 내실을 보강해 나가려 하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함춘환 선교사의 나병환자 사역을 후원하고 있고, 지교회인 메릴랜드 열방교회와 함께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의 섬에 교회를 건축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까지 한국의 소년소녀 가장 10가정을 12년간 후원하기도 했다.
열방교회는 직접적인 선교활동 뿐만 아니라 뉴욕을 거쳐 가는 선교사들에게 항상 거처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 오는 선교사들이나 단기선교팀들은 뉴욕을 거쳐서 비행기를 갈아탈때가 많은데 열방교회는 이렇나 선교사들을 위해 교육관을 제공한다. 이제는 선교사들이 직접 열방교회를 찾기도 한다. 안혜권 목사는 “이것은 뉴욕에 있는 교회로서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열방교회의 이러한 적극적인 선교활동은 성전건축 중에도 계속됐고 건축 이후 융자를 갚아 나가는 힘든 환경 중에도 중단하지 않은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안혜권 목사는 “큰 부담이 되지만 그렇다고 선교사역을 줄이는 일은 없었다”면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선교는 늘 하나님이 채워주시고 교회 재정과 성도들의 가정을 늘 넉넉하게 채워주심을 경험한다”고 간증했다.
열방교회의 선교는 개교회만의 선교가 아닌 연합선교의 큰 울타리를 지향하며 이룬 것이기에 주목된다. 열방교회는 아이티 지진 이후 더욱 큰 틀의 선교를 위해 ‘Allnations Vision’이라는 이름으로 교회 밖에 NGO단체를 세웠다. 이는 열방교회를 포함한 누구든지 함게 동역할 수 있는 울타리를 의미하며 지금까지도 여러 교회와 여러 성도들이 함께 이 울타리 안에서 사역했다.
열방교회의 모든 선교재정은 교회에서 분리해 이 ANV로 들어간다. 아이티 지진 직후에는 각지에서 이 단체로 헌금을 보내고 기도의 힘을 모아줬고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아이티가 변할 수 있었던 것은 교회 밖에 ‘ANV’라는 NGO 울타리를 만들어 연합선교를 펼쳤기에 가능했다. 열방교회가 ANV를 통해 지향하는 ‘모두의 선교 공동체’라는 개념은 개교회화 된 현대 교회들에 연합과 일치의 좋은 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