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식품의약국(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가 태아 유전자 조작에 대한 임상 실험 허가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인 가운데, 지난 3일 영국 과학자들은 2년 내에 3명의 부모로부터 유전 물질을 추출해 태아를 만들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 대체요법(mitochondrial replacement)'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미토콘드리아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2명의 여성으로부터 추출한 난자와 1명의 남성으로부터 추출한 정자를 이용한다.
영국의 '인간수정및배아청'(Human Fertilization and Embryology Authority: HFEA) 소속 과학자들은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세포 내에 존재하는 작은 구조물이다. 미토콘드리아 내에는 미량의 유전자가 들어 있다. 이 유전자는 모두 어머니의 난자 속에 있던 미토콘드리아로부터 온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내 유전자에 변형이 일어나면, 생존에 위협하는 심각한 희귀병을 앓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신생아의 대략 1천 명에서 4천명이 미토콘드리아 질병을 갖고 태어난다. 미토콘드리아에 결함이 발생하면, 심장병, 간질, 시력상실 등 선천성 질환을 앓는다.
미토콘드리아 내 DNA는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로부터만 유전된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를 지닌 여성의 난자로부터 이 결함이 있는 미토콘드리아를 다른 여성의 난자로부터 추출한 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로 바꾸면, 유전적인 결함을 지닌 여성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유전적 변화는 그 다음 세대에까지 전달된다.
2008년 영국 뉴캐슬 대학 과학자에 의해 '부모 3명'의 인간 배아 제조에 성공했으며, 2012년 10월 24일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연구진이 남성 1명과 여성 2명의 DNA를 이용해 초기 상태의 배아 13개를 만들어 냈다고 보도했다. 2012년 1월에는 미국의 같은 대학 연구팀이 6마리 원숭이 유전자로 키메라(한 개체 속에 다른 개체의 세포가 섞여 있는 생물. 그리스 신화의 괴물 이름에서 유래)원숭이 3마리를 탄생시켰다. 이 배아들을 태아로 성장시킨 경우는 없었다.
이 기술은 수년간 과학과 윤리의 문제로 논의됐다.
영국의 인간수정및배아청은, 미토콘드리아 대체 요법의 안전성과 효과에 관해 특정한, 한정된 부류의 부모들에 한해 이 요법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다(not unsafe)"고 조언했다.
영국 국립의학연구소 발전유전학센터 소장인 로빈 러벨 뱃지(Robin Lovell-Badge) 줄기세포 연구 교수는 일련의 최종적인 실험이 완료되면, 2년 안에 3명의 사람으로부터 태아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러벨 뱃지는 "나는 2년이 이 기술을 평가하는 데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종류의 실험들 모두 완료하는 데 약 2년이 걸릴 것이다"라고 BBC에 말했다.
그러나 과학심사패널(scientific review panel)의 회장인 앤디 그린필드(Andy Greenfield) 교수는 안전성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러한 기술들이 인간에게 안전한가? 실재로 사람에게 그것을 실시해 보기 전에는 우리는 알 수 없다.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진, 우리는 이 기술이 100퍼센트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시험관아기시술((in vitro fertilization, IVF)이 새로운 기술이었던 때를 회고해 보자, IVF를 실용화하기 전 이러한 모든 질문들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미국 FDA의 세포,조직,유전자치료자문위원회(Cellular, Tissue and Gene Therapies Advisory Committee)는 2월 25-26일 인간을 대상으로 한 미토콘드리아 대체 요법을 승인할 것인지를 놓고 청문회를 열었으며, 6월 4일, FDA 대표는 크리스천포스트에 아직 이 사안에 관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답했다.
FDA가 승인하면, 3명의 부모를 지닌 아기를 출생시키는 실험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이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아기를 탄생시키는 이 기술의 긍정적인 방향에만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2월에 뉴욕타임즈 사설란에서 유전학과 사회센터(the Center for Genetics and Society) 마시 다노브스키(Marcy Darnovsky) 사무총장은 태아의 유전자 조작 행위를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에 비유했다.
다노브스키는 "이는 위험한 시도다. 이러한 기술은 용도에 따라 자녀들의 모든 세포를 바꾸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다음 세대로 전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레곤 보건과학대학(Oregon Health and Science University) 연구원들이 미토콘드리아 대체요법으로 5마리 원숭이를 만들어 냈고 지금까지는 건강해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이 대체 기술을 인간 수정란에 적용하려는 이 연구원들의 작업이 전도유망해보이진 않다고 지적했다.
선임 연구원 슈크라트 미탈리포프(Shoukhrat Mitalipov) 생식 생물학 교수는 네이처에 "인간 난자와 정자의 수정에 의해 형성된 단일 세포들의 접합체 절반 이상이 원숭이의 수정란에서는 관찰되지 않은 기형을 지닌다. 인간 난모(卵母) 세포는 더 다루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FDA의 자문 위원은 이번 청문회에서 미토콘드리아 조작의 과학적 측면만 다룰 것이며, 윤리적이며 정책적인 문제는 논외로 삼는다. 그러나 그것들은 우리가 반드시 신중하게 다룰 문제다.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을 꼭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