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국 기업이 만든 상품 중에서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현지에 가서 직접 관찰하고 제품 디자인에 반영시키는 것입니다.

러시아에서 잘 팔리는 한국산 냉장고는 보드카와 같은 술을 30분 안에 급속 냉장시켜 주는 공간이 있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이 파티에서 보드카를 냉동시켜 마시는 것을 보고 만든 것입니다.
미국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한국제 드럼식 세탁기도 미국인들이 빨래하는 방식을 잘 관찰한 결과를 적용해서 성공한 것입니다. 미국인들이 자주 빨래를 하고 세탁량이 많다는 점, 자주 열어보고 확인하는 습관, 건조기와 함께 사용하는 점 등을 관찰하고 나서 미국에 맞게 디자인을 했습니다. 용량을 키우고, 문을 투명하게 해서 빨래되는 과정을 볼 수 있게 하며, 세탁기와 같은 모양의 건조기도 개발했습니다.

미국 가정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냉장고를 사용하는 방식을 조사한 결과 일반적으로 냉장고의 위쪽에 위치한 냉동실보다 냉장실의 문을 더 자주 여닫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덜 사용하는 냉동고를 아래쪽으로 옮겼습니다. 이 제품이 전통적인 미국 상표 냉장고에 익숙하던 미국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파고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같이 한국 기업들이 전 세계 소비자들의 삶의 현장을 직접 파고 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 기업은 지금까지 선진국의 상품을 모방했습니다. 각 분야에서 앞장서는 기업들이 새로 내 놓는 상품들을 연구해서 따라잡는 식으로 물건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세계에서 1등과 2등을 다투는 제품을 만들게 되자 모방할 앞서가는 제품이 없어졌습니다. 다른 회사의 제품을 연구하는 대신에 이제 직접 소비자의 생활에서 제품 개발의 아이디어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시아를 뜨겁게 달구던 한류의 열품이 식어가고 있습니다. 아시아를 넘어서 미국과 유럽에 한국 문화를 수출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한류가 맹위를 떨친 것은 문화 선진국의 제품을 잘 베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드라마, 영화, 대중음악 등 고품질의 문화 선진국의 문화 상품을 높은 수준으로 베껴서 모방의 완성도를 높여서 중급 시장에 팔고 있는 것입니다. 문화 선진국에 문화를 공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들의 삶을 알아야 합니다. 문화는 한마디로 정신적인 즐거움입니다. 수요자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고 그들의 역사적인 배경과 누적된 문화적인 감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동양에 비해서 서양에서는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이 엄청나게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들이 꼭꼭 닫고 살고 있는 듯한 사적인 영역에서 그들의 삶을 공유하지 못한 채 그들이 만든 문화 상품만을 통해서 접근한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합니다.

이제는 달러로 표시되는 판매 실적만 높이는 국제 세일즈맨이 아니라 국제적인 삶의 감각을 가지고 인맥과 관계를 넓힐 줄 아는 깊이 있는 인물들을 키워 내야 합니다. 한국 대학들이 취업 학원이 된 듯 선진국에서는 2년제 기술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을 버젓이 대학 학위 과정으로 제공하면서 앞서가는 대학이라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벗어나서 삶, 정신, 역사, 드라마 등 리버럴 아트에 투자해야 합니다. 상품 개발을 위한 기술자를 만들기보다 세계사를 이해하고 각 나라의 역사, 민족과 언어의 배경에 대한 기본 상식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제 남의 것을 베껴서 생존하는 단계를 벗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쉬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제공하는 위로와 즐거움보다 복음이 더욱 더 값지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제 세상에서 주는 풍요와 일락이 점차 정신적인 영역까지 그 세력을 넓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복음이 세상에서 주는 만족에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수긍하지 못합니다. 이제 복음을 전해야 할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사람들의 삶에 더욱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들도 미처 알지 못하던 문제와 질문, 해결되지 않은 숙제, 채워지지 않은 빈 공간을 찾아내야 합니다. 만약에 복음 전하는 자들이 불신자들의 삶의 영역에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열쇄를 발견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곧 복음은 세상에서 그 경쟁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복음은 영원한 일등 상품입니다. 복음을 전하려는 노력도 일등 서비스의 자리를 잃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글 장세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