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TV의 '브리테인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전국노래자랑”이나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과 비슷한 아마추어 가수들을 위한 경연대회 성격의 쇼 프로그램입니다. 저도 전에 한번도 본적이 없었는데 지난주에는 그 프로그램 동영상을 몇 차례나 연거푸 시청을 했습니다. 그것은 그 대회에 출연한 폴 포츠(Paul Potts)라는 사람 때문입니다. 영국 사우스 웨일즈에서 휴대전화 세일즈맨으로 일하고 있는 36살의 평범한 사람인데 그 대회의 예선과 준결승을 거쳐 결승에서 우승하는 장면의 동영상을 올려놓은 유튜브에는 전 세계에서 5백만명이 넘은 네티즌들이 시청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대회 예선에 처음 출연한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아주 평범한 중년 남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치열이 고르지 못해 어눌한 말투, 툭 튀어나온 배, 긴장한 듯 무표정한 얼굴, 게다가 남루하게 보이는 외모까지.. 제가 봐도 너무나 어수룩하게 보였습니다. 그런 외모 때문인지 심사위원은 그가 “오페라를 부르겠다”고 하자 약간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어디 한번 해보라는 식의 표정을 짓는 것이 역력하게 보였습니다. 그가 택한 곡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중에서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라는 곡이었습니다. 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르는 것을 들어서 저도 잘 알고 있는 유명한 오페라였습니다.

그러나 “Nessun Dorma…” 폴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마자 폴을 쳐다보지도 않고 펜을 물고 있던 심사위원, 아래만 쳐다보던 심사위원이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어 폴을 쳐다보고, 초점 없이 무대를 응시하고 있던 다른 심사위원의 눈도 휘둥그레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폴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지 불과 10초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이어서 관중석에서는 그가 노래의 고음 부분을 말끔하게 처리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그렇게 터진 환호와 박수는 그칠 줄을 모르고 계속되었습니다. 이에 폴은 감격스러운 듯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상기된 얼굴로 노래를 계속했고 그 노래를 듣고 있던 저도 마음이 뭉클함을 느꼈습니다. 노래의 마지막 부분인 피날레를 멋진 고음의 열창으로 끝내자 심사위원들과 청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고 그중에 여러 사람들은 감동어린 표정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기도 했습니다.

그날 심사를 맡은 세 명의 심사위원들도 폴의 노래에 대해 최대의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마치 눈을 확 뜨게 만드는 신선한 공기와 같습니다. 너무나 환상적입니다“
"당신은 굉장한 목소리를 가졌습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노래한다면 당신은 이 경연대회를 통틀어 가장 사랑받는 우승자 중 한명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작은 석탄 조각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다이아몬드로 변할 것입니다"
격찬에 이어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그의 예선 통과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준결승에서는 안드레아 보첼리가 부른 유명한 노래, 'Time to say goodbye'를 너무나 감동적으로 불러 통과하고, 결승에서는 다시 예선에서 불렀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불러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는 결승전에서 심사위원이 “당신은 내일, 월요일에 녹음 계약을 하게 될 것입니다”고 평한 것처럼 그 대회 직후 자신의 독자 음반을 녹음 출간하는 계약을 하게 되었고, 자신이 그렇게 원했던 성악가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폴은 어렸을 적부터 오페라 가수가 되고 싶었고 자기는 그것을 위해 타고났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러나 그러한 그의 꿈은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으로 인해 쉽게 이루어지질 않았답니다. 한때 그는 비싼 레슨비를 내면서 성악공부도 했고 29살 때에는 자비를 들여 이태리 오페라학교에 입학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종양으로 수술을 하게 되고, 그 후 설상가상으로 교통사고로 쇄골이 부서져 2년이란 세월을 병상에서 보내게 되면서 노래를 부르지 못했고, 퇴원한 후에는 그동안 진 빚을 갚기 위해 노래대신 생계를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며 살다가 자신이 그렇게 부르고 싶은 오페라를 사람들 앞에서 한번 부르고 싶어 경연대회에 참가했다고 합니다.

폴의 노래에 심사위원이나 청중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인 것은 비단 그의 재능만은 아닌 듯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노래, 그러나 여러 가지 여건들이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하고 싶고 또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노래를 포기하지 않고 부르는 그의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고, 또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으로 하지 못하고 사는 아쉬움들을 가지고 살아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