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성경의 눈으로 보다

협동조합, 성경의 눈으로 보다
(Photo : ) 협동조합, 성경의 눈으로 보다

앤드류 매클라우드 | 아바서원 | 216쪽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

유엔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였던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에서 발효된 '협동조합(協同組合·cooperative)'에 대한 법적 정의이다. 좀더 들어가면 △출자 규모와 관계 없이 1인 1표제(주식회사는 1주 1표) △5인 이상이면 자유롭게 설립 가능 △업종 및 분야 제한 없음(금융·보험업만 제외) △영리법인의 경우 신고제, 비영리법인의 경우 인가제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법률은 최근에야 발효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농협·수협·축협 등을 대표로 오랫동안 이름을 알려왔고, 박원순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에서 협동조합 운동에 적극 나서면서 일종의 '대안적 경제'로서의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는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 조직"이라고 설명한다. ICA가 1995년 발표한 7대 원칙은 △자발적이고 열린 멤버십 △민주적 회원 통제 △회원의 경제적 참여 △자율과 독립 △교육·훈련·정보 △협동조합들 간의 협동 △공동체에 대한 관심 등이다(154쪽). 협동조합은 산업혁명으로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부가 집중되자 소외된 이들이 함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시도됐으며, 19-20세기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공동 소유' 등의 협동조합 개념은, 곧바로 스스로 기쁘게 자신의 소유를 내어놓았던 초대교회 공동체를 떠올리게 한다. 협동조합 전문가인 저자는 신구약 성경에서 그 모델을 찾아보고, 현대 기독교 협동조합의 '본보기들'과 '반면교사'를 소개하며, '행동'을 취하는 데 필요한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가장 세속적이고 이기적으로 흐를 수 있는 경제 영역도 하나님 안에 있어야 한다는 '거듭난 경제'의 목표를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협동'이다. 협동은 기독교 역사 가운데 큰 역할을 수행해 왔고, 교회가 거대한 권력기관이 됐을 때조차 일부 그리스도인은 변두리에서 일하며 예수가 가르친 협동적 방식을 따랐다.

저자는 "성경 이야기의 큰 그림을 보면 더 많은 책임과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움직임이 있고, 위험을 감수하고 실수를 저지르고 또 용서받을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존재한다는 패턴을 볼 수 있다"며 성경이 말하는 협동의 특징으로 ①각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원을 자발적으로 나누는 일 ②권력이 어느 개인의 손에 집중되지 않고 다함께 결정을 내리는 일 ③개인의 책임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공동 규율을 집행하는 일 등 세 가지를 제시한다.

성경적 협동의 모습으로는 이집트 사막의 수도원과 중세부터 산업혁명 사이의 유럽 농민부락, 초기 미국 역사의 유토피아 공동체 등을 소개하지만, 이스라엘의 키부츠와 이슬람의 상호보험회사 등 기독교에 기초하지 않은 협동도 존재하는 것처럼 '협동조합'이 기독교만의 것은 아니다.

저자는 "협동조합 모델의 장점은 좀더 정의로운 세계를 향한 점진적 변천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라며 "혁명은 필요하지 않고, 모델이 많을수록 성장과 배움의 기회가 더 늘어나며, 궁극적 목표에 이르는 단계를 밟기 쉬워진다"고 말한다. 협동조합은 최근 주목받는 '공정무역' 등을 통한 제3세계 선교에도 유용할 수 있다.

저자는 "협동조합은 초기 신자들의 공동체주의에 비하면 엉성한 모조품에 불과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를 제공하고 우리가 함께 지낼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향한 걸음마를 가르친다"며 "협동조합은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자유와 평등과 정의의 새 질서를 위한 시험장이자 건축용 블록들로, 우리가 이 땅을 협동적인 천국으로 만들지 경쟁적인 지옥으로 만들지는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무한 경쟁시대에 내몰린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를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협동조합을 설립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구성원들에게 큰 그림을 그려 주면서 '정확히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를 알리고 뜻을 모아야 한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표 등과 비슷한 모델이 이미 있다면 인터넷 등을 참고해도 된다. 충족해야 할 필요가 파악됐다면 조직을 갖추고, 교회와 별개 조직이 되려면 지속가능한 사업을 위해 자립 가능성 등을 따져보는 등 현실 점검도 필요하다. 조합원을 구해 자금을 마련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시작하면 된다.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은 '계(契)'라는 상부상조의 조직이 오랫동안 이어 온 나라인지라 협동의 개념이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인의 관대함은 새로운 협동의 세계를 세우는 데 꼭 필요한 든든한 토대"라는 말로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 책을 출간한 출판사 아바서원도 협동조합을 표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