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룹바알의 아들 아비멜렉은 기드온의 서자입니다. 그래서 그는 왕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이 되고 싶었던 아비멜렉은 세겜에 가서 그 어미 형제에게 ‘우리 어머니가 이곳 출신이니 부디 나를 왕으로 세워달라’고 간청해서 결국 그가 왕이 됩니다. 세겜 사람들은 같은 세겜 사람이라는 이유로 아비멜렉을 왕으로 세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아비멜렉은 끔찍한 골육상잔의 비극을 저지르고 맙니다. 기드온의 아들 70명을 다 죽였습니다. 그 가운데 다행히 막내 아들 요담은 살아납니다. 사사기 9장에는 하나님께서 요담을 통해 세겜 사람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요담의 예언이 그대로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 아비멜렉에 대해 비유로 가시나무로 빗대어 말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가시나무 그늘 아래로 들어오지 않으면 불 사르리라’ 한 예언대로 사람들을 불 살라 죽이고 결국 아비멜렉도 비참하게 죽습니다.
9장 끝까지 보면 그렇게 해서 세웠는데 아비멜렉을 또 배반합니다. 그러니 가만 있지 않고 전쟁을 하게 됩니다. 많은 세겜 사람들이 아비멜렉에 의해 죽게 되고, 아비멜렉도 결국 세겜 사람들에 의해 죽게 됩니다. 아비멜렉은 한 여인이 던진 맷돌에 두개골이 깨져 옆에 있는 청년에게 칼로 찔러 자신을 죽게 해달라 하여 그렇게 비참하게 죽습니다.
모든 백성이 고통받고 왕도 죽는, 이 비참한 결말의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가만히 보면 이는 세겜 사람들의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왕이 잘못 세워짐으로 인해 서로가 고통을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 편이라 해서 자기 민족이라 해서 아비멜렉을 왕으로 세운 탓에 결국 온 나라가 엉망진창이 된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우리가 자주 저지르는 실수 중에, 내 편이 아니라고 문제를 삼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자기 일만 하고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자세입니다. “포도나무는 포도주를 내고 감람나무는 기름을 내면 된다”는 식의 자세입니다. 자기 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기쁨을 주면 되지 내가 굳이 왕까지 되어야 하느냐?”고 하면서 다 사양합니다. 진실한 사람이라 하면서 오히려 자기 일만 생각하는 개인주의에 가득차 공동체가 무너지고 아파하는 것에 대해선 전혀 마음을 두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적지않은 그리스도인들이 좀처럼 타인을 위해, 혹은 교회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기 시간을 내려 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내게 부담을 주지 말고 요구하지 말라고까지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기억하십시오. 그러한 개인이 모여있는 공동체는 결국 무너지고 맙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세겜 사람들이 그러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나 혼자만 편하자는 생각과 무관심 때문에 결국 아비멜렉이 왕이 됨으로 말미암아 모든 백성이 고통을 당합니다. 무릇 모든 일을 함에 있어 사사로운 인정이나 이기적인 생각을 갖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내의 일, 남편의 일이라고 구분을 지어서는 안 됩니다. 내가 만족하고 잘하고 있다고 해서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하면 안 됩니다. 무관심이 이스라엘을 어렵게 하는 것입니다.
각자 자기가 속한 공동체 안의 아픔을 돌본다면 가시나무가 왕이 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입니다. 백성에 대해 전혀 마음을 두지 않고 생각하지도 않으니 열매도 없고 기름도 없는 가시나무가 왕이 되어 얼마나 백성을 고통스럽게 합니까?
나만 아는 이기심과 무관심 때문에 모두가 고통스럽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공동체가 아픔을 겪고 있을 때엔 비록 내가 부족하더라도 어떤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희가 행한 것이 진실되고 의로우냐?(16절)”고 물은 뒤 “진실하고 의로우냐?(19절)”고 재차 묻습니다.
하나님 앞에 부끄러움이 없다면 하나님의 역사는 그런 이들을 통해서 이뤄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행하는 일들이 과연 “진실한 일인가? 의로운 일인가?”를 따지고 물어야 합니다.
아무쪼록 교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세겜 사람들 처럼 인정에 끌려 살아가지 않고 하나님 앞에 의로운지, 하나님 앞에 진실한지를 늘 생각하는 자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하면 하나님께서 여러분이 기도하고 계획하는 모든 것을 아름답게 이뤄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