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각) 파키스탄 교회에서 일어난 자살 폭탄 테러로 8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테러를 규탄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 집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영국 BBC는 24일 “현재 파키스탄의 정치·종교 지도자들은 이같은 공격을 비난하고 있고, 분노한 군중들은 거리로 나아와 소수자들을 보호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묻고 있다”고 전했다.
이슬라마바드, 라호르, 가라치, 페샤와르 등지에서 테러를 규탄하고 정부 당국이 소수자 보호에 더욱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AFP 통신은 이날 이슬라마바드의 주요 고속도로에 약 600명의 시위자들이 모여 도로가 통제됐으며, 국회 밖에는 2,000명 이상 되는 사람들이 운집했다고 보도했다. 테러가 발생한 지역인 페샤와르의 경우, 시위대가 희생자들이 머물었던 병원의 창문에 돌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BBC의 현지특파원은 시신이 담긴 관이 나열돼 있는, 처참한 현지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끔찍한 테러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파키스탄 정부는 3일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교계 지도자들 역시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테러를 저지른 이들은 분명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서 전쟁과 증오의 잔인함을 비난했다.
앞선 22일 파키스탄 페샤와르 시내에 위치한 올세인트 교회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 81명이 사망하고 12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탈레반과 관련된 2개의 이슬람 무장단체는 파키스탄 부족 지역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무인기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 같은 테러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5월 미국 국무부 산하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 Commission on 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가 발표한 연례 ‘국제 종교 자유 보고서’(Annual Report of 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현재 ‘특별 관심 국가(Countries of Particular Concern)’에 선정되어 있지 않은 국가 중 최악의 종교 자유 침해 국가로 지목된 바 있다.
이에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미국 정부가 파키스탄을 다시 ‘특별 관심 국가’로 선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 위원회는 “파키스탄은 정부가 기독교인과 힌두교인, 그리고 이슬람 소수 종파와 같은 소수 종교인들을 보호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종교 자유 침해에 관여하고 있으며, 종교간 충돌 사건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