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부국인 동시에 참수, 채찍, 투석사형등의 반 인권적 행형제도의 시행으로 유명한 사우디 아라비아의 이브라힘 알 무가이테브라는 한 남성에게 최근 국제인권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11일 한 선교소식지는 전했다.

현재 그는 당국에 의해 재판 없이 장기간 구금되어 있는 상황. 오래 동안 활동해 온 사우디 인권 운동가인 그는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출국해 사우디의 인권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활동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사우디 당국은 그의 출국을 막기 위해 아예 그를 체포하여 감금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체포되기 직전 지인들에게 “나는 감옥에 갈지도 모르고,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도 나의 뜻을 꺽을 수는 없다. 사우디에는 인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실제로 사우디에서는 정치적 비판은 어느 정도 허용된다. 그러나 왕가에 대한 비판은 죽음에 해당하는 중죄이다. 국회라고 부를 만한 기관은 존재하지 않고 지방 단위의 의회 선거도 2005년에야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아라비아 안에서는 개혁과 자유를 외치며 활동하는 소수의 활동가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정치 및 사회개혁과 함께 입헌군주제의 도입을 주장한다.

시아파 이슬람 계열의 저명한 인권운동가인 나지브 알 코나이지도 “사우디인들은 이중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진심을 드러내 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야말로 정신분열증이 집단적으로 발생하기 좋은 상황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많은 사우디인들이 국내에 머물때는 이슬람 율법에 따른 극단적인 금욕주의자인양 행동하지만, 이들이 카이로나 베이루트, 바레인, 혹은 서방의 어떤 나라들을 여행할 때는 극단적인 쾌락주의자로 돌변한다고 지적한다.

사우디에서 이런 식의 개혁개방운동을 벌이는 활동가의 수는 약 1천 명 가량이다. 이들 가운데는 남성도 있고, 여성도 있으며, 순니 계열도 있고 시아 계열도 있다. 이들은 종파와 성별을 넘어서서 국왕에게 국정 전반에 대한 대폭적인 개혁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코나이지도 1980년대와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옥살이를 해야 했다. 이들은 출옥한 후에도 국외 여행이 금지된다. 외국의 불순한 세력과의 연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다.

인권유린국가라는 국내외적인 비난에 직면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기구를 설치했다. 이 기구의 위원장인 자이드 알 후세인 박사는 이러한 기관 운영 자체가 처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위에서 활동해야 할지 스스로도 고민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 기관의 지도급 인사들은 “인권은 온 세계의 보편적인 가치이지 서방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코란도 인권의 존엄함과 인간의 동등함을 주장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 기관이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확보를 위해 소신껏 활동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이 기관은 자신들이 활동한 후 그동안 무소불위로 활동하던 종교경찰(무타와)의 횡포가 줄어들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사우디 아라비아의 인권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들은 단시일 안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의미 있는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2006년에, 사상 처음으로 외국의 인권기관인 Human Right Watch의 대표단의 입국과 이들의 사우디 인권 조사 작업을 허용했다. 허용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변화이기는 하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의 사우디 내에서의 활동은 전혀 자유롭지 않았다.

사데크 알 라마단 이라는 이름의 인권운동가는 사우디인으로 잘 알려진 인권운동가이다. 그는 이웃인 쿠웨이트에서 제작되어 송출되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사우디 인권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이 사우디 일부 지역에서도 시청 가능했기 때문에 그는 사우디 안에서도 상당히 명성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의 국내 강연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는 이슬람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급진적인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의 숨쉴 자유라도 달라는 것이 그의 온건한 투쟁노선이다.

911테러 당시, 비행기 납치에 가담한 용의자 19 명 가운데 15 명이 사우디 국적자로 밝혀진바 있다. 이를 계기로 사우디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도 달라지게 되었다. 이후에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에 사우디인들이 연루됨으로써 사우디 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과 함께, 테러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취할 것을 요구 받게 되었다. 사우디는 이에 대해 “우리는 테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테러는 잘못된 이교도적 신앙을 가진 일부 극단주의자들의 일이다.”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더 나가서 테러리즘을 민주화 운동가들이나 인권운동가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달, 사우디는 9명의 개혁주의 운동가들을 테러리즘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씌워 구속했다. 그들은 그동안 사우디 정부에 대해 사법권 독립과 의회 설치, 그리고 공정한 의원 선거, 인권 보호, 공공의 자유 신장 등을 요구해온 인사들이지 테러리스트들이 아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정치학 교수이자 개혁진영의 운동가인 마트루크 알 팔레 박사는 “그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정부, 특히 내무성에 대한 권력 제한과 왕실의 개입을 자제할 것을 요구한 것 뿐이다.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확실하게 보장된 자유는 먹을 자유와 볼 자유, 들을 자유 뿐이다. 말하는 자유, 비판하는 자유, 쓰는 자유, 특히 정부에 어떤 요구를 하는 자유는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않다. 여행도 자유롭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우디의 활동가들은 최근 미국의 변화된 태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은 그 동안 미군기지까지 내주고 있는 사우디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05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카이로에서 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사우디의 안정과 민주주의 신장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 미국은 앞으로 사우디와 중동에서 활동하는 민주주의 운동가들을 지원할 것이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