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상을 떠나신 제리 포웰 목사님은 지난 반세기 미국 정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의 하나입니다. 일찍이 미국 정치가 자유주의자들의 영향 아래 들어가는 것을 염려해서 기독교 보수주의를 기반으로 한 정치 세력을 일으켰습니다. 모럴 머조러티를 만들어서 복음적인 기독교인들이 정책과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촉매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기독교 우파 (Christian Right)이라는 새로운 정치 세력은 제리 포웰 목사님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기독교 우파를 미국에서 암적 요소로 보는 이들과 기독교 우파가 미국의 희망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찬반의 갈림 속에서도 제리 포웰 목사님은 최근 돌아가실 때까지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미국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는 가장 정치적인 종교인, 가장 과격한 정치인, 경직된 근본주의자로 쉽게 낙인찍지만 제리 포웰 목사님은 항상 자신의 고향인 버지니아의 크지 않은 한 지방 도시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교육 사업을 일으킨 교회 목회자로 자신을 보이기를 애쓰셨습니다. 어디서든 자신은 교회의 목사임을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고, 아무리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해도 교회의 성도들의 일을 먼저 챙기는 모습을 일관성있게 보여 주셨습니다. 때로 거물급 정치인을 기대하고 포웰 목사님을 만나 인터뷰를 시작하던 사람들도 즉시 한 교회의 담임목사의 모습을 대하고 달라진 분위기의 대화로 끌려가곤 했습니다.

한교회의 목회자로 살겠다고 하나님과 약속하고 시작한 목회입니다. 하나님께서 교회를 통한 영향력을 키워 주시고 시대를 따라 세상을 향한 영향력을 허락하신다고 해도 늘 하나님께서 맡기신 교회라는 작은 동산의 동산지기를 하는 것이 가장 소중하고 가장 즐거운 일입니다.

교회의 목회자로 머물기를 즐거워 한다는 것은 교인들의 행복을 가장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교회 성도들이 훈련받아 위대한 하나님의 일을 맡을 수 있는 헌신자로 변화되는 것이 우선하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가장 즐거워하는 일은 교회 성도들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행복을 가로막는 질병과 재앙, 기근과 전쟁에서부터 보호받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오래 동안 기도했던 일이 이루어져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기적과 표적을 경험하고 새로운 희망을 얻는 것입니다.

지난 몇 주간에 기쁜 소식을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추구하던 모든 길이 하나씩 막혀 버려서 이제는 다 포기해야만 할 때에 하나님께서 기도와 말씀을 통해서 용기를 주시고 결국은 절묘한 때에 맞춰서 이미 지나가 버린 것 같은 기회가 다시 열려 가장 멋진 방법으로 기도 응답을 얻게 되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여러 가지 복잡하게 얽힌 문제로 추방의 가능성까지 연결되는 심각한 상황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으나 기도하고 간구한 것에 넘치게 더 이상 좋은 길이 없을 만한 가장 선한 해결을 보게 하시는 기도 응답의 체험을 하신 교우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경제적으로, 신분의 문제로 지난 수년간 마음과 생활에 많은 고통을 겪게 되었지만 마치 광야 길을 걷는 것과 같았던 시절이 순식간에 마무리되고 하나님께서 새로운 사업, 새로운 출발을 허락하셨다는 간증을 듣습니다.

우리 교우들이 많이 찾아가는 어떤 의사 선생님이 하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밖에서 듣기로는 재정도 어렵고 건축 프로젝트가 지연되어 교회가 많이 힘들다고 알았는데 우리 교우들을 만나 보니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행복해 보이는 성도들이라는 것입니다. 한빛지구촌교회 수십 명의 성도들을 맞아 보았지만 그 중에 한명도 예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자식의 성공만을 채근하는 부모는 이미 부모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낳아서 키운 부모는 자식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낳아서 키운 부모는 자식이 어디 가서 욕먹지 않고 바른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때 행복합니다. 거기에 부모 닮아서 그렇다는 말을 듣는다면 다리에 힘이 빠질 정도로 행복할 것입니다. 목사의 행복도 바로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 장세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