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서북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시(市)에서 성지순례에 나섰던 탑승객이 탄 고속열차가 탈선해 최소 80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부상자는 143명.
25일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42분(현지시간)께 수도 마드리드에서 출발한 국영철도회사 소속 렌페 고속열차가 페롤에서 95㎞가량 떨어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중앙역을 4㎞쯤 남겨둔 지점에서 탈선했다. 당시 승객 218명과 승무원 4명이 탑승하고 있던 열차는 선로를 이탈하면서 객차 대부분이 옆으로 쓰러졌고, 이 중 4량은 전복돼 선로 바깥에 나동그라졌다. 또 1량은 차체가 심하게 찢기는 등 심하게 파손됐다.
스페인 당국은 이번 참사의 원인이 기관사의 증언을 토대로, 과속 운행에 있는 것으로 잠정 파악하고 있다. 당시 열차는 시속 80㎞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시속 220㎞로 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사는 사고 직후 열차 내 무전기를 이용해 "양심에 걸린다"며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탑승객은 "열차가 과속 운행하는 가운데, 커브길에서 선로를 이탈하는 순간 '쾅'하는 소리가 들렸고, 연기와 작은 불길이 보였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한 탑승객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객차가 수차례 뒤집혔고, 몇몇 객차는 서로 포개진 상태로 정지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에 객차 안에 갇혔다"며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사상자는 미국인과 영국인 등이 포함됐으나,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대부분이 야고보를 기리는 축제에 참가할 순례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지역은 스페인의 유명 순례길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종착점으로 알려진 도시다. 해마다 약 6백만명의 순례객이 몰려드는 유명한 성지로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의 무덤이 있어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9세기 이곳에서 야고보의 유해가 처음 발견된 이래,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려고 걸었던 이 길을 일명 '산티아고 순례길'이라 불려왔다.
이번 사고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시는 25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성 야고보의 날' 관련 축제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한편, 사고는 1972년 세비야 인근에서 열차 탈선으로 77명이 사망한 사고 이후 최악의 열차 사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