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나 사모
(Photo : 기독일보) 정한나 사모

지난 2월에 인도를 다녀왔다. LA 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거의 11시간을 날아가서 1시간 40분을 기다려 다시 인도 뉴델리 공항으로 9시간 반을 날아갔다. 밤낮도 바뀌고 시간, 분초까지도 완전 다른 지구 반대편에서 사는 사람들 속에 2주를 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처음 뉴델리 공항에 도착하니 우리나라 60년대 후반으로 타임머신을 돌려놓은 것 같은 풍경들이 낯설기만 했다. 먼지가 휘날리는 비포장도로, 치안불안으로 위험한 공항과 기차역, 오고가는 거리마다 넘쳐나는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 신호등이 없는 도로에 총알보다 더 빨리 질주하는 자동차들과 길 한가운데 서 있는 소떼들, 자전거와 손수레, 모터사이클을 개조한 택시와 인원이 초과된 버스까지… 다시 가라면 절대 못갈 것 같은 인도의 풍경이었다.

게다가 말 한 마디 못하는 벙어리 신세가 얼마나 답답한지 21세기 바벨탑 한 가운데에 선 것 같았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 눈앞에 벌어졌다. 그토록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기쁨이 넘치는 한 여인의 삶을 지켜보면서 엄청난 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과 미국에서 “꿈땅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10세에서 22세까지의 자녀들 18명과 홀사모님들과 강사들까지 34명이 인도에서 만났다. 지난 10년간 갑자기 목사인 남편을 천국으로 보낸 가족들을 섬기는 일을 통해 연결된 홀사모 가정들이었다.

우리 모두를 자원해서 인도로 초청한 분이 5년 전 혼자되신 40대 중반의 젊은 사모님이셨다. 20년 전에 결혼하자마자 인도 선교사로 들어가셔서 첫째와 둘째를 낳고 지금까지 인도 남부와 북쪽 펀자브에서 780명의 초·중·고등학교와 고아원, 신학교까지 엄청난 사역을 감당하고 계신 여장부 선교사님이셨다. 사실 그분을 위로하고 도와 드리려고 떠났는데 오히려 큰 감동과 도전을 받고 돌아온 것이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었지만 남편이 남기고 가신 사역들을 기쁨으로 춤추며 섬기는 모습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의 모습 그 자체였다.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저토록 멋진 삶을 살 수 있을까? 인도에서 받은 신선한 충격은 놀라운 힘이 되어 미국에서도 새로운 일기를 쓰게 했다. 한 사람의 헌신과 사랑으로 많은 사람들을 살려내는 힘, 그것은 바로 하늘 능력이었다. 세상이 감당치 못하는 믿음과, 심령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감출 수 없는 기쁨과 감사의 노래가 척박한 인도 땅을 살려 내었고, 그분을 만나는 사람마다 커다란 감동으로 삶의 전환점이 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개척교회를 섬기며 이민목회가 힘들다고 말했던 것이 얼마나 부끄럽던지… 홀로 인도에 남아서 그 많은 일들을 기쁨으로 섬기는 사모님을 보면서 정말 깊은 회개가 절로 나왔다.

결국 천국은 내 마음 속에서 결정된다. 어떤 상황과 환경 때문에 불행한 것이 아니고, 내게 주어진 것에 어떻게 반응하며 살 것인지 진지한 선택을 해야 한다. 결국 행복도 불행도 내가 결정하는 일임을. 그러기에 어설픈 핑계와 이유는 이제 그만하자.

매일 아침마다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듯이 아무런 값도 치르지 않고 거저 받는 엄청난 선물 24시간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 것인지…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새날을 열면서 무릎을 꿇어 지혜를 구한다. “살리는 것은 영이니…” “그의 영으로 말미암아 너희 죽을 몸도 살리시리라”(로마서 8장 11절)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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