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째 억류돼 있다가 최근 북한 최고재판소로부터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44, 한국명 배준호)씨에 대해 북한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북한은 노동교화형 선고 사유로 '배씨가 기독교 선교를 통해 북한의 체제 붕괴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9일 "(배 씨가)지난해 11월 3일 모략 선전물을 가지고 나선시로 입국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 기소됐다"며"(그는) 2010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반공화국적인 종교활동으로 우리 제도를 붕괴시킨다는 소위 '예리코(여리고)작전'을 직접 계획하고 그 실현을 위해 학생 250여명을 관광 목적으로 나선시에 들이밀었다"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배준호는 모략선전의 신빙성을 부여하기 위해 '디에크의 밀착취재 북한을 가다', '15억 중국, 그리고 지구상 마지막 폐쇄국 북한'을 비롯한 여러 편의 반공화국 동영상을 수집, 제작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공화국 정권 붕괴에 나서도록 적극 부추겼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또 배씨가 국제예수전도단의 선교사로 지난 6년 동안 중국에 모략 거점을 세우고, 북한 주민과 중국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반공화국 강의'로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재판 과정의 정당성도 주장했다. 조성중앙통신은 "본인의 요구와 공화국형사소송법 제270조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했다"면서 "배준호 본인이 변호를 거절해 공화국 형사소송법 제275조에 따라 변호인은 참가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성중앙통신에 따르면"재판심리과정에 배준호는 자기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전부 인정했으며, 그의 범죄는 증거물들과 증인들의 증언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입증됐다"며 "그의 범죄는 사형 또는 무기노동교화형에 해당하는 엄중한 범죄이지만 본인이 자기 범죄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인정한것을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배 씨의 무사 귀환을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4년 전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다가 체포돼, 5개월 간 억류됐던 미국 여기자 유나 리와 로라 링은 배 씨의 안전과 조속한 귀환을 바라는 하루 열 통 가량의 편지를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배 씨에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배 씨가 거주했던 워싱턴 주 정치인들의 구명 움직임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신호범 워싱턴주 상원의원은 "케네스 배는 스파이도 아니고 그 정부를 반대하는 사람도 아니고 거기 서민들을 도와주러 갔다. 그런데 이렇게 한다는 것은 법적으로서나 사회적으로나 너무나 물의가 된다"며 "북한이 배 씨를 조속히 석방해 대미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