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뉴스위크>(Newsweek)에서 미국 전역에서 뽑은 100개의 최우수 공립 고등학교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여러 가지의 항목들을 과학적으로 비교하여 순위를 매겼다고 합니다. 이 명단에 북버지니아, 특히 페어팩스 카운티(Fairfax County) 안에 있는 고등학교들이 여럿 포함되었습니다. 제 아이들이 다니는 고등학교가 73위로 평가되었으니, 따지고 보면 대단한 일입니다. 그래서 조기 유학을 고려하는 한국 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 버지니아의 페어팩스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평가를 두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전국 73위라면 엄청나게 좋은 학교에 다니는 것인데, 그렇게 좋다는 것을 실감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아이들의 대답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우수한 대학교에 입학하는 성적이나 SAT 성적으로 따지면 좋은 학교라 할 수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좋은 줄을 모르겠다는 겁니다.

뉴저지의 시골 고등학교에서 2년을 공부하고 전국 73위의 현재 고등학교에서 2년을 공부한 큰 아이는, 뉴저지의 그 ‘후진’ 고등학교가 더 좋았다고 말합니다. 축구 경기를 그 예로 듭니다. 그 학교에서는 감독이나 코치가 주전 선수와 후보 선수를 가능한대로 교체해 가며 모든 선수가 즐겁게 한 시즌을 보내도록 배려하는데, 이 우수 학교에서는 성적에 대한 집착 때문에 후보 선수들에게 기회를 거의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고등학교 운동 팀은 원칙적으로 전인 교육의 한 차원으로 실행하는 것인데,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아이는 밴드를 예로 듭니다. 그 아이의 관찰이 흥미롭습니다. 밴드 단원들의 실력으로 치면 그전 동네 아이들보다 이곳 아이들이 월등히 높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 아이들은 대부분 개인 레슨을 받기 때문이고, 그전 동네 아이들은 제 스스로 독학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밴드 연습과 실제 공연을 할 때, 그전 동네에서는 신나고 즐거웠는데, 지금은 그런 감정을 느끼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곳 아이들은 대학에 가기 위한 하나의 과목을 이수하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아무런 신이 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곳 아이들은 정말 음악이 좋아서 참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습도, 공연도 즐겁고 신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둘째 아이는 그전 학교의 밴드가 더 좋았다고 말합니다.

두 아이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에 의하면, 이곳 선생님들보다 그곳 선생님들이 더 좋았다고 말합니다. 비록 실력으로 따지면 이곳 선생님들이 더 좋을지 모르지만,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나 인간적인 태도에 있어서는 그전 선생님들이 더 좋았다고 합니다. 이곳 선생님들은 대부분 매우 사무적이고 무신경하며, 그래서 존경스러운 구석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보니, 두 아이는 전국 73위의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에 대해 조금도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평가를 한 거야?”라고 질문하면서,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은 지금 아주 수준 높은 입시 학원에 다니고 있는 느낌인 것 같습니다. 그런 학교를, 세상은 ‘최우수 고등학교’의 명단에 올려 놓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명단에 올라있는 100개의 고등학교들이 대부분 그런 학교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말 좋은 학교는 이 명단 밖에서 찾아야 할지 모릅니다. ‘좋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주간이었습니다. (2007년 5월 27일)

/글 김영봉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