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두 여인이 솔로몬 왕에게 재판을 청했습니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며칠 상간으로 사내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한 여인이 잠을 자다 아이를 깔아 죽이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습니다. 잠에서 깬 여인은 놀라 어쩔 줄 모르다가 옆에 있던 다른 여인의 아기와 바꿔치기를 했습니다. 감쪽같이 숨겼다고 생각했지만, 어머니들은 본능적으로 자기 자식을 알아봅니다. 자신의 아기가 죽은 아이와 바뀌었다는 것을 안 생모는 속을 태우다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왕에게까지 나아온 것입니다. 신생아는 아직 개성 있는 외모를 갖추지 못했기에 누구의 자식인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급 관리들의 손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당시 왕이었던 솔로몬에게까지 소급되어 올라온 것을 보면 이 사건은 충분히 미궁에 빠질 위험이 있는 완전범죄였습니다. 요즘처럼 유전자 감식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두 여인의 직업이 창기이니 자식을 식별해 줄 변변한 남편도 없었을 것입니다. 실로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솔로몬은 이 사건을 심리학적인 방법으로 너무도 쉽게 풀어버렸습니다. 한 병사에게 큰 칼을 가져다 아이를 절반으로 잘라 공평하게 나누어 주도록 한 것입니다. 당연히 생모가 아닌 여자는 “나만 자식을 잃을 것이 아니라, 너도 잃어야 한다”는 동반심리가 작용해 좋은 생각이라고 찬성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생모는 강렬한 모성 본능으로 아이의 소유권을 즉시 포기해 버립니다. 아기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차라리 그냥 저 여인에게 주십시오!” 절규합니다. 그녀의 간절한 마음과 몸짓을 읽은 솔로몬은 사람들 앞에서 선언합니다. “저 여인이 아이의 생모다!” 현대인의 시각에서 보면, 우스꽝스러운 동화 같은 재판이지만, 과학이 발달되지 않았던 당시 시대상 속에서는 거의 신기에 가까운 비범한 발상이었습니다.

솔로몬은 과연 이 사건의 실마리를 어디에서부터 푼 것일까요? 그것을 알려면 솔로몬의 기도를 살펴봐야 합니다. 솔로몬은 왕이 되고 나서 제일 먼저 “기브아”의 한 성전에서 하나님께 일천번제를 드립니다. 솔로몬의 정성에 감동하신 하나님이 그의 소원을 물으십니다. 솔로몬은 왕이 가질 수 있는 “장수”나 “부귀영화”를 구하지 않고, 백성들을 잘 다스리고, 재판할 수 있는 “지혜”를 구했습니다.

하나님은 그의 소원을 기뻐하셨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제일 먼저 다루어진 사건이 바로 이 영아의 생모를 찾아주는 재판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솔로몬이 하나님께 구한 것이 사람을 똑똑하게 만드는 “지혜”(호크마)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 히브리어로는 “레브 쇼메아” 즉 “듣는 마음”입니다. 솔로몬은 자신이 왕이 되어 어려운 재판들을 많이 다루게 될 때, 잘 듣고 공평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듣는 마음”을 달라고 간구한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들어주는 것”입니다. 들을 만한 말을 들어주는 것이라면 뭐가 그리 어렵겠습니까? 문제는 ‘말도 안 되는 소리’, ‘결론도 없는 불평으로 점철된 넋두리’, ‘잘난 척하는 소리’, ‘내 의견과는 정반대의 소리’ 그리고 ‘모욕적인 조소’ 같은 들어주기 어려운 소리를 귀담아 들어주는 것입니다. 솔로몬은 그 능력을 구한 것입니다. 그리고 솔로몬은 재판장에서 간절한 생모의 마음을 들었던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들을 줄 아는 사람이 하나님의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주님, 저에게도 ‘레브 쇼메아’를 주십시오!” 우리 모두의 기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