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우리교회(담임 조원태 목사)는 지난해 연말 창립 이후 가장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야 했다. 성탄절을 앞둔 12월3일 뉴욕 맨하탄 지하철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평소 헌신적이고 신실한 성도였던 故 한기석 집사를 잃었기 때문이다. 정신이상자에게 떠밀려 지하철에서 사망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고 당시 주변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외롭게 철로에서 사망했다는 사실도 유족들과 성도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성실하게 교회의 굳은 일들을 도맡아 왔던 일꾼이었기에 뉴욕우리교회 성도들과 유족들이 받은 충격과 고통은 더욱 컸다. 이민자의 안타깝고도 쓸쓸한 죽음, 교회 성도의 그 어이없는 사고는 세계의 중심이라는 뉴욕의 화려한 모습 이면에 있는 적막함을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2013년 새해를 맞은 뉴욕우리교회는 고통의 긴 터널 끝에 ‘희망의 빛’을 보고 있다. 故 한기석 집사의 유족들에게 쏟아진 관심과 온정에 뉴욕에 살아가는 많은 이들 마음 가운데 따뜻한 온기가 살아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은 故 한기석 집사의 비극적인 죽음에만 관심을 갖고 그 사건 직후 밀물처럼 몰려들었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갔지만 세간의 관심이 줄어든 이후에도 누구보다 통곡하고 있을 유가족의 아픔을 생각해 그들을 돕는 손길들이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故 한기석 집사의 유족인 아내 박세림(54) 씨와 딸 애쉴리 한(20) 씨는 최근 뉴욕의 저소득층 아파트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사고 이후 알게 모르게 이어진 온정의 손길이 있어 새해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재출발을 다짐할 수 있게 된데 유족들은 너무도 감사해 하고 있다. 갈 곳도 없고 아내가 척수염까지 앓고 있어 안타까움이 더했던 유족들의 새 보금자리 마련 소식은 새해에 많은 이들을 미소짓게 하고 있다.

말 못할 슬픔이 감동으로 승화됐다

 
▲사고 직후 슬픔에 잠겨 있던 유족들. 사랑의 손길은 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안겨줬다.
 

故 한기석 집사에게 이어진 사랑의 손길은 2012년 연말부터 2013년 새해까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이런 도움과 사랑 나눔의 감동은 정말 소중했던 성도를 잃은 뉴욕우리교회 가족들에게도 큰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지역에 있는 다른 교회들도 故 한기석 집사를 돕는 일에 발 벗고 나섰다. 뉴욕우리교회는 이번 사고 직후 유족에게 1만 불을 전달했고 이들이 지낼 임시 거처를 마련했고, 이후 후러싱제일교회(담임 장동일 목사), 충신교회(담임 김혜택 목사), 뉴욕교회(담임 김은철 목사) 등 이민교회들이 유족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온전의 손길을 보냈다.

한인들과 한인단체들의 적극적인 도움도 큰 감동을 줬다. 뉴욕한인봉사센터(KCS)를 통해서 1만6천불 정도가 답지됐다. 한인들이 힘든 이민생활 중에서도 십시일반으로 유족들을 돕기 위해 지원한 금액이다. 뉴욕한인의사협회, 한미장학재단도 유족들을 도왔다. 크리스천 카렌다를 제작하는 디자이너 서 데이빗 씨도 자선활동을 통해 2천 불 가량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뉴욕우리교회 조원태 목사는 “갑작스럽고 너무도 비극적인 사고였기 이번 사건의 트라우마는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라며 “그러나 유족들과 뉴욕우리교회 성도들은 이 트라우라를 신앙적 감동으로 승화시켰다. 이번 슬픔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뉴욕우리교회는 오는 13일 주일예배에서 故 한기석 집사의 유족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들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2013년 한 해를 감사로 시작하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존 리우 감사원장, 론 킴 하원의원을 초청해 감사패를 전달하며, 유족들도 감사의 말을 전할 예정이다.

故 한기석 집사 추모설교 ‘하나님 성명서’

 
 

故 한기석 집사의 장례식 이후 뉴욕우리교회 주일강단에서는 ‘하나님의 성명서’라는 제목의 메시지가 선포됐다. 요한복음 11장 33~46절 나사로의 부활에 관한 본문의 설교에서 조원태 목사는 故 한기석 집사의 죽음은 단지 비극적 사건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사로의 죽음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하나님의 성명이 선포되며 하나님이 영광을 나타내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역설적인 메시지를 선포했다.

조원태 목사는 본문의 말씀에서 예수님이 나사로를 부르시기 전까지의 장례식의 모습은 눈물바다였고 통곡과 슬픔만 존재했던 비극의 장소였다고 설명했다. 유족인 마리아도 계속 우는 모습을 보여줬고 조문객들 또한 짙은 아쉬움만을 표한다. 조원태 목사는 조문객들이 예수님을 향해 ‘맹인의 눈을 뜨게 한 사람이 그 사람은 죽지 않게 할 수 없었던가’라고 한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 나온 ‘성명’이라고 설명했다.

조원태 목사는 “본문에서 마르다도, 유족도, 조문객들도 저마다 자기의 입장표명을 했다. 왜 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는 어려워도 사람들은 예수님께 화살을 돌린다”며 “이 아쉬움이 장례식의 전반부를 끌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원태 목사는 예수님의 입장표명은 이런 비극적인 장례식의 분위기를 일순간에 반전시켰다고 강조했다. 조원태 목사는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바로 이 장례식의 성명서라며 “사람들은 뒤집을 수 없는 현실 가운데 가정을 세우는 정도로 입장표명을 했지만, 오늘 예수님의 입장표명은 바로 ‘하나님의 영광’이었다”고 전했다.

조원태 목사는 “나사로를 죽게 해버린 그 치명적인 질병, 그 소식을 듣고도 예수님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라고 하셨다. 사람들이 뒤집을 수 없는 상황, 그 가정. 만약 그랬다면.. 이라는 부정적 인식 속에서 그 부패되어가는 시신 앞에서도 예수님은 하나님의 영광을 봤다. 이것이 예수님의 성명서”라고 강조했다.

조원태 목사는 “한기석 집사님의 장례식을 치루면서 뉴욕의 많은 단체에서 기자회견과 성명서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의 입장표명 말고 하나님 성명서를 들어야 한다”며 “이 사건에 대한 하나님의 입장표명을 우리는 들어야 한다. 하늘의 천사들이 사닥다리에서 기자회견 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 그것이 세상의 그 무엇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라고 밝혔다.

이어 조원태 목사는 “절망의 표시인 천과 수건을 풀어 마음껏 다니게 하는 것, 이것이 나사로의 장례식에서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나님 성명서”라며 “이후 유족들과 현장의 조문객들에게 전환점이 일어났다.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무엇으로도 깰 수 없는 두꺼운 벽이었지만 그것을 깨고 새로운 것을 보이게 한 것이다. 이 일을 통해 그들이 새로운 눈이 떠졌다. 이 역사가 한기석 집사님의 유족들과 우리 성도들에게 있기를 바란다.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조원태 목사는 “세상의 무덤같은 뉴욕 한복판에서, 지하철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중에도 방관하고 있는 뉴욕 한 가운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무개야 아무개야 나오라’는 음성을 우리는 들어야 한다”며 “하나님이 긍휼의 마음으로 우리의 이름을 부르며 외치시는 것이다. 이것이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서 하신 것이고 이것을 세상 사람들에 보여준 것이 유족들”이라고 말했다.

조원태 목사는 “장례식을 치루며 한기석 집사님을 보내면서 마음에 갑자기 믿어지고 마음에 말할 수 없는 평안이 임했다는 간증을 한 두 사람에게 들은 것이 아니다. 장례식을 통해 주님을 만나고 믿음의 고백을 했다는 분이 한 두 사람에게 들은 것이 아니다”라며 “사랑은 생명을 잉태하는 것이다.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그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리tu서 우리를 애타게 부르셨다. 이것이 하나님의 영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