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회 가운데 ‘공동체’란 의미가 부각되면서 소그룹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더욱이 신앙과 삶의 분리가 현 기독교의 가장 취약점으로 드러나면서 소그룹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라면 ‘어떻게 하면 교회 소그룹을 활성화 시킬 수 있을까?’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것이다. 새해를 준비하면서 소그룹 사역으로 교회 부흥을 기대하는 교회도 있을 것이다.

시중에 소그룹 인도 교제나 지침서가 있지만 교회의 지역과 문화적 환경이 달라 적용하기 쉽지 않다. 또 학문적 이론보다는 교회의 사례를 통해 배울 점과 주의할 점을 알아가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란 의견도 있어, 소그룹 활성화에 대한 시원한 해답을 기대하면서 시애틀 형제교회의 소그룹 ‘순’에 대해 알아봤다.

시애틀 형제교회의 ‘순’은 권 준 목사가 2000년 1월 부임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 중에 하나다. 그전에는 구역이란 모임이 있었지만 순으로 개편되면서 모임은 더욱 소규모로 바뀌고 높은 결속력을 이룰 수 있었다.

현재 형제교회 순은 약 150개 정도가 된다. 각 순은 평균 5-6가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순이 3-5개 모여 교구를 이루고, 6-8개 교구가 모여 한 공동체를 이룬다. 또 6개의 공동체가 모여 형제교회를 이루고 있다. 순은 교회 안에서 관계별, 지역별, 연령별로 교우들에게 안정적인 가족구조를 형성하여 교회 정착과 영적 성숙을 통해 순원들의 제자화를 실현한다.

순은 대게 2주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있으며 서로의 삶을 나누고 말씀을 개인의 신앙에 적용한다. 이 가운데 순원들의 믿음이 삶과 일치되도록 인도한다. 순에서는 세상 가운데 말씀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성도들을 양육하고 있다.

순의 비전은 ‘분순’으로 순에서는 영적인 재생산 과정이 계속 이뤄진다. 순이 8가정을 넘으면 부 순장이 기존의 5가정을 인도하며, 기존 순장은 새로운 3가정을 데리고 또 다른 순을 만들게 된다. 그만큼 형제교회 순은 빠른 성장과 리더 양육에 효과적이다.

순은 믿지 않는 사람들을 예수께로 인도하는 전도 공동체이자 새가족을 돌보는 양육의 공간이다. 또한 순에서는 순원들의 말씀과 삶이 구체적으로 공유되면서 실제적인 영적 도움을 주는 곳이다. 순에서는 일대일 제자 양육과 큐티의 생활화를 도전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를 세우는 터전을 마련하고 있다.


1. 순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있다.

순은 사교 모임이 아니다.

영적인 공급 없이 세상적인 이야기로는 소그룹을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다. 세상의 이야기가 아무리 궁금하고 재미있었도 그것은 순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지 못한다. 사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순 모임의 주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순장은 순원들이 매일 말씀과 함께 살아가고 예수님과 함께 하루를 살아가도록 인도한다. 순의 가장 기초는 큐티를 생활화 하도록 돕는 것이다. 순에서는 한 주간의 큐티 내용을 나누고 오늘 나의 삶 속에 말씀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배우게 된다.

그렇다고 순에서 큐티를 나누는 것이 성경 공부를 위한 목적은 아니다. 순에서는 큐티를 나누고 성경공부는 1:1 제자양육에서 하도록 인도한다. 1:1 제자 양육을 통해 기독교의 교리와 자세한 성경공부가 이뤄진다. 삶 가운데 말씀을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도움도 1:1 제자 양육을 통해 얻을 수 있게 된다.

2.순에는 삶의 나눔이 있다.

왜 많은 교회들에서 소그룹이 실패하고 방향을 잃어버리는가?

형제교회 순에서는 그 원인을 치유성의 부재로 꼽는다. 순은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이 된 영적인 모임으로 순원들이 큐티를 하고 삶을 나누며 치유가 일어나는 모임이다.

소그룹 모임을 통해 치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삶의 나눔이 없기 때문이다. 순에서는 내가 고민하고 있던 문제가 ‘하나님의 은혜 속에 치유 받았다’는 타인의 나눔을 통해 용기를 얻게 된다. 또 ‘아직 해결되지 않았지만 하나님을 향한 믿음 가운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삶의 나눔을 통해 듣는 사람들도 ‘나 역시 하나님 안에서 회복 될 것’이라는 소망을 갖게 된다. 서로 고난에 대한 간증과 고민을 나누면서 모임의 영적 단결력과 생명력이 일어난다.

순원들은 삶을 나누면서 기도가 필요할 때는 함께 기도해주고 고민과 아픔을 나누면서 순 안에서 영적인 교제가 이뤄져 간다. 그렇기 때문에 순은 성경 공부 보다는 삶을 나누고 말씀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3. 순의 목적은 분순이다.

형제교회 순은 가급적 12명까지를 순으로 말한다.

12명을 넘으면 순에서의 나눔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말씀과 나눔이 있고 하나님의 사랑이 흐르는 순에는 생명력이 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비 기독교인들도 순 식구들의 나눔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교회에는 다니지 않지만 순 모임에는 참석하게 된다.

순장은 순에 가정이 늘어나고 안정감이 생기면 분순을 계획하게 된다. 순원들은 기존의 가정들과 함께 하며 하나 됨을 누리길 원하지만 순의 목적은 번식임을 기억한다. 하나의 순이 두 개가 되고, 두개의 순이 네 개로 번식하는 것이 순의 목적이다. 분순하지 않고 순을 크게 이끌어 가면 나눔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고 생명력 또한 기대할 수 없다.

분순의 핵심은 ‘누가 나가야 하는가?’이다. 분순할 때는 순장이 부 순장에게 기존 가정들을 맡기고, 순장은 새로운 가정들과 또 다른 순은 개척하게 된다. 형제교회에서는 이것이 ‘건강한 순의 개척 모양’이라고 말한다. 모임이 안정된 5가정의 순은 부 순장이 맡게 되고, 새로운 3-4가정을 기존 순장이 맡아 개척하게 된다. 이것은 순의 번식과 함께 리더의 육성이 함께 일어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4. 리더는 하나님의 사명을 붙드는 사람

형제교회 순장들은 ‘순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사역’이라는 소명이 있다. 순장이 순을 섬기다 보면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지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하나님께서 부르신 소명이 있기 때문이다.

순장은 하나님 부르심의 확신 가운데 주께서 허락하신 기한이 있음을 알기에 ‘끝가지 가리라!’고 다짐할 수 있다. 또한 순장은 ‘사역이 나를 살리고 회복시키기 위한 하나님의 축복’임을 알기에 영적 공동체를 만들고 제자를 양육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소그룹 리더가 소명을 붙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리더가 소명을 놓치게 되면 자신의 사역을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소명을 붙드는 사람은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내게 된다. 그들은 소명의 확신이 있기에 감사할 수 있고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또 형제교회 순장들은 작은 목자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순원들의 삶의 필요를 채워주고 교회의 정착을 돕게 된다. 순원들은 자신들을 향한 순장의 헌신적인 사랑을 보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보게 되고, 낮선 교회의 문턱도 어렵지 않게 넘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