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후에 과일을 먹다가 두 번 떨어뜨렸다. 첫번째 떨어뜨렸을 때는 실수였다. 한 입 베어 먹는 순간 포크에서 과일이 빠져 나와 떨어졌다. 다시 집어 과일을 먹는 순간, 또 입에 들어가던 과일이 슬그머니 밖으로 미끄러져 두번째 떨어졌다.
두번째는 실수가 아닌 듯 했다. 갑자기 내게 무슨 일이 생겼나 위기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두번씩이나 옆에서 지켜보았을 아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를 향하여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아내도 너무 놀랐는지, 과일을 먹던 모든 동작을 멈추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몇 초가 흘렀을까? 생각이 더 진전할 사이도 없이, 아내는 폭탄 같은 선언을 쏟아내었다.
“아이고, 역력한 50대 나이 티가 납니다.”
아내와 나는 과일을 먹다가 그만 웃음이 터져서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했다.
요즘 종종 음식을 먹다가 입 주변에 음식이 묻었다고 아내가 냅킨을 건네어 주는 일들이 잦다. 입에 묻히는 수준을 넘어 밥그릇을 상 밑으로 떨어뜨리며 바지를 버리는 일들도 있었다.
젊었을 때 이런 실수를 하면 나사 하나가 빠졌다고 생각하고 정신차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것이 나에게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나이 티’라고 한다. ‘나이 티.’ 숙제를 끝내지 않으면 잠을 못자고, 남에게 신세를 지느니, 차라리 고상하게 금식하자고 외치던 나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온 손님이다. 머리 가르마조차 완벽주의인 자에게도 면도할 때 놓쳐버린 긴 털이 여지 없이 나이 티를 내며 너풀거리고 있다.
매사에 깐깐하고 바늘구멍 들어갈 틈도 없고, 남 뿐만 아니라 자신을 혹사하던 사람에게도 빈틈을 찾아 들어오는 것이 ‘나이 티’이다. 40일 금식기도, 100일 철야기도, 1년 365일 새벽기도를 해도 안 변하는 숨막히는 성격이 드디어 나이 티를 드러내는 순간, 예수님의 성품이 조금씩, 아주 가끔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가 되면 인생이 측은해진다. 은혜에 젖어 물렁물렁해진 것이다. 다 이해가 되고 용서가 된다. 지난 주, 성경공부를 하며 요셉의 형들이 60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요셉에게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도 나이 티가 주는 성화(sanctification)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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