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크리스천투데이가 이단 전문가를 자처해온 박형택 목사(예장 합신)의 학력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지도 어느새 3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박형택 목사는 크리스천투데이가 지적한 문제에 대해 초점을 흐리고 횡설수설하다가 크리스천투데이 기자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함으로써 입막음하고자 안간힘을 썼으나, 법원은 크리스천투데이 기자에게 무죄 확정 판결을 내림으로써 크리스천투데이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앞서 교육과학기술부 역시 박형택 목사의 학력 취득 과정이 위법했음을 확인한 바 있다.

목회자, 그것도 다른 교회나 목회자의 신학을 검증해 이단성 여부를 비판하는 이단 전문가에게는, 당연히 높은 신학적 소양이 요구된다. 그러나 박형택 목사는 기본적 학력에 대해서조차 문제를 안고서도, 여전히 이단감별사를 자처하며 교계를 활보하고 있다. 양식 있는 지도자들은 그같은 처신을 비판하고 있지만, 소위 이단감별사들이 공공연히 그를 비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학력 문제에 있어 엄정한 검증으로 교계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신학교와 교단 지도부의 안이한 태도다. 이들은 이 문제가 처음 불거지고 3년여의 시간이 지나기까지, 그리고 교과부와 법원의 결론이 내려진 이후까지도 사실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가짜 박사 혹은 가짜 목사 등에 대해 매우 심각한 문제로 비판하고 처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크리스천투데이는 이처럼 이 문제에 수수방관하고 있는 이들이 누구이고 그 배경이 무엇인지 집중 취재해 지속적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교과부, 박형택 목사에 대해 “졸업 취소돼야”

먼저 한국성서대학교(총장 강우정)다. 기록에 따르면 박형택 목사는 1971년도에 서울신학교(당시 비인가)에 입학한 뒤, 1977년 성서대(당시 각종학교)로 편입학했다. 하지만 당시 교육법상 비인가 학교 학력을 근거로 각종학교로 편입학하는 것은 위법이다. 교과부측에서는 크리스천투데이의 문의에 두 차례 답변서를 통해 이것이 위법임을 확인했으며, 따라서 “졸업 취소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서울신학교 성적표를 보면 박형택 목사의 성적 취득 기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박 목사는 이에 대해 학교측의 기록 실수라고 주장했었다).

▲박형택 목사의 학력과 관련, 크리스천투데이 문의에 대한 교과부의 답변.


그러나 성서대측은 당시 이에 대해 “이미 30년이 지난 사건이고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교직원들이 퇴직하였고, 연락하여 문의를 해본 결과 그들 역시 자세하게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무책임한 답변을 하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사실조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더욱 심각한 문제가 추가로 발견됐다. 박형택 목사가 성서대 편입학시 제출했던 ‘서울신학교 성적표’가, 서울신학교에 보관된 그것과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학교에 보관된 ‘서울신학교 성적표’는 서로 일치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다.

서울신학교 보관용 성적증명서에 따르면 박형택 목사는 1971년 서울신학교에 입학해 1976년 졸업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성서대에 제출한 서울신학교 성적증명서에는 1974년 서울신학교에 입학해 1976년 졸업한 것으로 되어 있다.



▲서울신학교(위)와 성서대(아래)에 보관된 박형택 목사의 서울신학교 성적표 중 일부. 둘 다 서울신학교에서 발행한 것인데, 수강 과목도, 취득 학점도 다르다.


더 황당한 것은 수강 과목도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서울신학교에서 보내온 증명서에는 1학년 1학기에 구원론, 교회사, 교회정치, 인죄론, 기독교교육학, 목회학, 변증학, 구약사, 바울서신, 영어 등을 수강한 것으로 돼 있는데, 한국성서대에서 보내온 기록에는 기독론, 교회사, 설교학, 교육학, 한국사, 신약개론, 목회서신, 로마서, 영어, 헬라어 등을 수강한 것으로 돼 있다. 바울서신과 목회서신을 동일한 과목으로 간주해도 일치하는 것이 10과목 중 4과목에 불과한 것이다. 동일한 과목도 점수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도 성서대에 제출된 ‘서울신학교 성적표’에는 “위의 성적은 학적원부와 틀림없음을 증명함”이라는 문구와 당시 교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성서대, 시간끌기로 일관하는 듯한 태도

크리스천투데이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성서대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11월 13일 공문을 보내 질의했으나, 성서대측은 1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전화를 통해 담당자에게 재차 문의하자, “확인 중이며, 일단 공식적인 답변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성적 기록이 조금이라도 사실과 다르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인데도, 이에 대해 확실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마치 시간끌기로 일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더욱이 박형택 목사도 만약 자신이 정상적으로 서울신학교 성적을 취득했다면, 성서대 편입 당시 성적증명서를 떼서 제출하는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미 교과부에서 “자격 없는 자의 편입학으로, 졸업 취소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재론의 여지 없는 분명한 법령 해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확인되면 조치한다거나 오래 전의 일이라 잘 모른다는 식의 답변만 반복하는 것은 교과부 인가 학교로서 매우 무책임한 행위라는 지적이다. 마치 서류를 위조해 입학 또는 편입학했다고 하더라도, 그저 적발되지만 않고 시간만 흐르고 나면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듯한 태도로 비친다.

이러한 성서대의 태도를 봤을 때, 박형택 목사의 편입학 당시 학력에 대한 문제를 알고도 방조했던 것은 아닌지, 그 과정에서 부적절한 거래가 오갔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

한 교계 관계자는 “박형택 목사가 성서대로 편입학하는 과정에 명백한 문제들이 다수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그와 유사한 사례가 너무 많아서 들추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무책임하게 덮고 넘어가려 하기보다, 엄격하게 사실확인을 해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잘못한 점이 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