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호 목사는 지난달 26일 주일 설교 강단에 오르며 시애틀 온누리교회에서 본격적인 사역을 시작했다. 성도들은 지난 18년간 교회를 개척하고 이끌어온 김제은 목사의 은퇴를 아쉬워했지만, 이전보다 더 큰 비전으로 교회를 인도할 정광호 목사의 부임에 마음이 설레고 있다. 담임 목사 청빙을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린 만큼 하나님께서 앞으로 교회를 어떻게 이끄실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시애틀 온누리교회에서 첫 한 주를 보낸 정 목사를 교회에서 만나 앞으로의 각오와 목회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올해로 44살인 정 목사는 40대 목사에게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안정감이 있었다. '점잖은 목회자'로 보였지만 하나님 나라를 이야기 할 때는 불같은 열정을 쏟아냈다. 하나님을 뜻을 따르겠다는 신념과 세상과 시류에 타협하지 않는 신앙적 고집도 엿보였다.

▲정광호 목사는 정희승 사모, 딸 하은 양(11)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시애틀 온누리교회


-교회 부임 후 한 주가 조금 넘었습니다. 기분이 어떠신지요.

“아직 생소하지만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는 담임 목사 경험이 없는 사람이고, 여러 가지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저를 온누리교회로 불러주시고 온 성도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하나님뿐 아니라 성도들께서도 저에게 많은 기대가 있을 텐데 보답해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감도 조금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 의지로 온 것 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보내셨으니 사명감을 가지고 사역하려고 합니다.”

-시애틀 온누리교회의 첫 인상은 어땠습니까?

“첫 청빙설교를 위해 지난 6월에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1부 부터 3부까지 주일 예배 세 번을 드리며 계속 울면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 동안 성령께서 주시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교회는 성령의 임재가 가득한 교회구나'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력을 보니 사랑의 교회에서 오랫동안 사역하셨습니다.

“한국외대(한국어교육) 재학 중이던 1989년부터 사랑의교회 대학부를 섬겼습니다. 1993년 신대원 입학 후에는 교육 전도사로 사역했고 2000년에 미국으로 유학 오기 전까지 사역했습니다. 사랑의교회에서 11년 동안 사역하면서 옥한흠 목사님을 통해 제 목회와 사역의 철학이 정립된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을 제자로 세우는 사역 철학을 옆에서 지켜본 것은 큰 축복이었습니다.”

-옥한흠 목사님의 어떤 점이 가장 존경스러웠습니까?

“그리스도의 제자를 세우는 옥 목사님의 열정은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설교하실 때의 카리스마도 많은 분들이 흠모하는 부분이구요. 그런데 저는 그것뿐만 아니라, 옥 목사님의 세심함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옥 목사님께서는 교역자만 100명이 넘는 큰 교회를 담임했지만 교인 한사람, 교역자 한 사람을 세심하게 대하셨습니다. 참 정이 많고 배려심이 깊은 분이셨습니다.

제가 사임하면서 달라스에 간다고 했을 때는 오래된 수첩을 찾아 꺼내시고는 달라스에 아는 목사님 전화번호를 알려주셨습니다. '달라스에 가서 연락하면 도움이 될 거'라고 하시면서요. 이후에도 저희 경제 사정이 어려운 줄 아시고 2년 동안 장학금을 보내주셨습니다. 사랑의교회에서 계속 사역할 사람도 아니고, 사임하고 나온 사람인데도 사랑을 주셨습니다. 굉장히 자상하셨고……. 목사님을 생각할 때마다 배려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의교회 사역 경험이 앞으로 목회 방침에도 영향을 미치겠습니다.

“사랑의 교회 사역 경험도 제 목회 철학에 영향을 끼쳤지만 성경에서 제시하는 분명한 목회 방침이 있습니다. 그것은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온전케 하고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하고, 그리스도의 형상을 회복해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양육에 집중하는 목회를 하고자 합니다.

성령이 충만하다는 것은 말씀이 충만한데서 부터 오는 것입니다. 성경 말씀을 온전히 깨닫고 성령의 충만함을 덧입어 성도의 삶에서 말씀이 증거되는 것입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이민자들은 내가 있는 직장이나 살고 있는 이웃 간의 관계에서 그리스도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성숙한 모습을 삶의 현장에서 보여주고, 사람들이 우리 속에 있는 그리스도를 발견하게 하는 것. 그러한 삶이 바탕이 되어 성령의 열매와 인격의 성숙함으로 나타나길 바랍니다. 그런 열매를 맺는 교회 본질적인 사명을 감당하려고 합니다.”

-부임 후 교회에서 가장 먼저 추진하려는 사역은 무엇입니까?

“지금은 성도들이 예배를 통해 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도들이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감격가운데 교회는 회복과 하나 됨을 이룰 수 있습니다. 예배는 교회가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또 예배를 통해 동기부여를 받은 성도들이 제자훈련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예배가 바로 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배가 바로 서면 교회가 바로 서게 됩니다. 성도 모두가 하나님 앞에 가까이 나아가며 뜨거운 감격으로 예배드리는 교회가 되길 원합니다.”

▲정 목사가 인도한 첫 주일예배에는 시애틀 온누리교회 1대 담임 김제은 목사가 참석해 축복을 아끼지 않았다.ⓒ시애틀 온누리교회


-부목사로 오랫동안 사역하면서 배운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18년 넘게 큰 교회 작은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했습니다. 담임 목사님 옆에서 많이 보았고, 부목사 사역 경험은 분명 지금의 제가 있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물론 직접 교회를 담임하는 것과 옆에서 돕는 것은 분명 다르겠지만, 오랜 시간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하나님 앞에 어떤 목회자가 되고 싶으십니까?

“하나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목회자가 되고 싶습니다. 사람의 소리나 사람의 시선에 좌우 되지 않고 하나님 앞에 순종하는 목회자가 되고 싶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좋지만 하나님 앞에 불순종하는 자세로 나아갔다면 하나님께서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순종하지 않으면 끝이란 생각이 있습니다. 제게 가장 두려운 부분이 그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의 두려움이 필요합니다. 목회자가 세상과 타협하고 하나님을 멀리한 채 자기 실속만 차린다면 더 이상 소망이 없는 것입니다.”

-언제부터 목회를 하겠다는 결심을 하셨나요?

“제 목회에서 부친 정기준 목사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목회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5-6살 때 입니다. 그때 아버지를 보면서 아버지 같은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버지는 황해도 출신으로 순회전도사로 사역하셨습니다. 가정을 돌보셔야 했기 때문에 평양 신학교까지 갈 수 없었고 공산당에게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기셨다고 합니다. 1.4 후퇴 때 남한에 오셔서 합동과 통합이 나뉘기 전에 장로회신학대를 졸업하시고 평생을 충성되게 사셨습니다. 시골교회 목회자로 큰 교회는 아니었지만 언제나 신실하시고 성실하셨습니다. 집안이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못했지만 아버지께서는 교인들을 위해 언제나 기도하셨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92년도에 합동신학대학원에 입학했는데 같은 해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작은 교회를 목회하셔서 전도사를 둘 형편이 안됐고 자연스럽게 제가 어려서 부터 유치부에서 고등부까지 감당해야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다양한 사역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어느 곳에서 사역했습니까?

“미국은 신학교 때문에 달라스로 처음 왔습니다. 제 아내는 사우스 웨스턴에서 예배음악, 종교음악을 공부했고 저는 달라스 신학교에서 STM과 D.Min과정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필라델피아 한인연합교회에서 3년 6월간 부목사로 사역했고 워싱턴 DC 펠로우십교회에서 1년 9개월을 부목사로 사역했습니다.”

-이민교회 성도들의 삶을 보면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한국이나 미국이나 모두 힘든 상황입니다. 교회는 성도들의 삶의 현장의 어려움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머무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본질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양육과 훈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물론 이민자들을 이해하고 위로하고 어려움을 공감해야 합니다. 상황을 무시한 목회자의 설교는 공허한 울림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위로하고 격려 받는 것으로 신앙 생활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핍박과 환란 가운데서도 그리스도 안에서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인도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도들에게 당부하는 말은 더 깊이 하나님과의 교제하라는 것입니다. 신앙의 연륜이 쌓일수록 하나님과의 교제가 깊어져야 합니다. 깊은 교제의 방법은 하나님과 더 많은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이민교회 성도들은 삶의 분주함으로 하나님 앞에 많은 시간을 드리지 않습니다. 기도하는 시간, 말씀 읽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고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는 경험을 하게 되면 스스로 하나님 앞에 나아갑니다.

이민 교회 성도들에게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일대일로 주님과 만나서 깊이 교제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미주 한인들의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미주 한인교회의 사명은 미국 교회를 깨우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인들의 위상이 날로 커지겠지만 우리는 분명 아직 주류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도 충분히 주류 교회를 깨우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교회 부흥의 단초를 제공하고 부흥의 불씨를 붙이는 것을 이민교회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할 수 있다면 이민교회가 하나님 앞에서 큰 사명을 감당할 것이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