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질 상원 선거에 출마할 공화당 후보들이 결정되면서 당의 색채가 더욱 극우·보수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 때 상원의원 3분의 1과 하원의원 전 의석을 새로 뽑는 총선을 동시에 치른다.


2일 NBC 방송 등에 따르면 현재 진행되는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강경 보수파를 일컫는 '티파티(tea party)' 세력이 지원하는 후보들이 잇따라 승리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온건한 후보들은 '티파티' 거물 인사들의 '벌떼 지원'을 받는 후보들에게 밀리고 있고 일부 현역 의원들도 보수파의 반발로 스스로 은퇴하거나 낙선 운동에 걸려들어 물갈이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텍사스주 공화당 예비경선 결선 투표에서 히스패닉인 테드 크루즈(41) 후보가 승리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데이비드 듀허스트 부주지사를 57% 대 43%로 눌렀다. 이 지역에서 19년간 상원의원 자리를 지키다 은퇴하는 케이 베일리 허치슨 의원도 비교적 온건한 성향을 보여왔다.


텍사스주는 공화당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크루즈는 텍사스주 사상 첫 히스패닉계 상원의원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쿠바 난민 출신으로 카스트로 독재를 피해 단돈 1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온 아버지를 둔 그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뛰어난 연설 실력과 준수한 외모까지 갖췄다.


크루즈는 낙태 반대, 불법 이민 강력 규제, 세금 인상 반대 등을 주장하는 '티파티'의 정책 노선을 그대로 공약으로 내세웠다. '티파티'는 2010년 중간선거에서 강경파 하원의원을 대거 당선시켰고 이후 하원은 민주당 및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보수 이익단체인 '세금 개혁을 위한 미국인'의 대표로 20년간 공화당을 '비과세(no taxtation) 정당'으로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는 로비스트 그로버 노퀴스트는 "하원은 임기가 2년이어서 더 쉽게 물갈이할 수 있다"며 "상원도 차츰 보수세력으로 채워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7선에 도전했던 인디애나주의 리처드 루거(80) 상원의원도 예비경선에서 '티파티'가 지원한 인디애나주 재무장관 리처드 머독(60)에게 고배를 마셨다. 루거는 43세이던 1976년 상원에 발을 들여놓은 뒤 1985~1987년, 2003~2007년 두 차례 상원 외교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36년간 미국 의회의 외교 분야를 좌지우지했던 거물이다.


대화와 타협, 중재를 중시하는 초당적 정치·정책 행보로 명성을 쌓아 민주당으로부터도 존경을 받았으나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갈수록 심화하는 당파적·비타협적 대립 구도 속에 당내에서 역풍을 맞았다.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어렵게 민주당 의석을 유지해온 벤 넬슨 상원의원이 선거 불출마를 선언해 공화당이 자리를 빼앗을 호기를 맞은 네브래스카주에서도 보수파인 뎁 피셔 주 상원의원이 민주당 후보와 맞붙을 티켓을 거머쥐었다. 또 미주리, 애리조나주 등에서도 '티파티'를 등에 업은 후보들이 당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티파티'의 주요 정치 자금줄인 프리덤웍스(FreedomWorks)의 브렌던 스타인하우저는 "우리의 목표는 공화당이 상원의 과반을 차지하는 것뿐 아니라 보수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