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원해도 우리 인생에서 행복은 언제나 지속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 순간 행복했다가도 다음 순간 큰 낙담과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인생입니다.

큰 손자 하람이가 저희 집에 놀러왔다가 동생 하준이를 반갑다고 꼭 끌어안았습니다. 10개월 밖에 안된, 아직 걷지도 못하는 하준이도 형을 반기며 빙긋 웃습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행복을 느꼈습니다. 한국에 나갔다가 일주일 만에 지친 몸으로 집에 도착했는데 아내가 차린 저녁 밥상에는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만 놓여 있었습니다. 밥을 먹기 전에 행복을 먼저 먹었습니다.

지난 목요일 저녁 교회에 들렀더니 페루와 몽골로 가는 선교팀들이 기도회를 하며 선교훈련을 받고 있었습니다. 새 성전 2층에서는 청년들이 부르는 맑은 찬양소리들이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건강한 교회, 아름다운 성도들의 모습에 깊은 행복을 느꼈습니다.

지난 주일 2부 예배가 끝난 직후 제 사무실로 들어서는 K 집사님의 온 가족의 얼굴을 보니 한 눈에 ‘무슨 일이 있구나’ 직감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몇 년을 고생하며 간절히 기도하던 영주권을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받게 된 소식을 갖고 오셨습니다. 기도에 응답받은 그의 가족들을 보며 제 가슴 속에 갑자기 행복이 퍼졌습니다.

행복은 하나님의 선물이며 지친 인생들의 목마름을 적시는 샘물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묘한 것은 이런 행복감이 언제나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행복에 잠시 젖었다가도 다음 순간 밀려 온 근심과 무거운 짐으로 가슴이 짓눌립니다.

반겨주는 형에게 싱긋 웃어주며 좋아하던 하준이가 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때문에 며칠을 시달렸습니다. 먹지도 못해 힘이 없어진 녀석을 품에 안고 기도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렀습니다.

목요일 밤도, 선교훈련과 찬양으로 기쁜 성도들의 삶 속에 탄식과 신음도 끼어있는 것을 다음 순간 깨닫게 하십니다. 새 성전 밖으로 나왔더니 어둠 속에서 어느 성도가 조용히 다가와 제 손을 잡고 기도를 부탁합니다. 방금 전에 부르던 찬양의 기쁨과 행복이 다음 순간 그 분을 위한 눈물어린 기도의 순간으로 변한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들의 인생입니다. 행복을 담아 주시는 주님, 고난을 통해 행복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드시는 주님! 행복은 지속성이 없어 보여도 하나님께서는 행복의 순간들을 누리게 하시는 분입니다. 성도들이 교만하지 않도록 행복은 순간, 순간으로 쪼개져서 우리 인생에 파도처럼 밀려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