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위기라 하고 대사회적 인식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하는데, 걱정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정신 깊숙한 곳에 기독교가 있고 기독교 없이 대한민국의 건국과 지금까지의 역사를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또 미국이나 유럽에 가보면 예배당이 텅텅 비어 있다. 한국교회엔 희망이 있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말이다. 김 지사는 28일 아침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국가와 교회를 위한 한국교회 지도자 조찬포럼’에 참석해 대선에 나서는 각오와 자신이 펼칠 정책, 통일 문제 등 각종 현안 등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무엇보다 국가의 발전을 위한 기독교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민주화에 기독교가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승만 대통령 등 나라의 지도자들 역시 기독교에 영향받은 바 크다”며 “성경에는 인간적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지혜와 힘이 있다. 이로 인해 나 역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고, 교회도 독재를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을 민주화 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돈과 권력보다 더 귀한 것이 성경에 있다. 원수를 위해 생명을 버리는 기막힌 반전의 힘이 그 안에 있다”며 “이를 따라 운명보다는 사명, 천명을 따라 살고자 하고 경천애인의 지도자가 되려 한다. 감당해야 할 십자가가 있다면 그것을 거꾸로라도 지면서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대선에 출마하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 지사는 한때 학생운동의 선두에 설만큼 소위 ‘좌파’로 분류됐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런 변화를 겪게 된 것에 대해 “젊은 시절 한반도의 분단은 미국과 친일파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독재권력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대한민국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며 “우연히 사회주의권 나라를 방문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가난으로 인해 기본적 인권조차 위협받는 상황을 보면서 회의가 들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말로는 평등과 민주주의를 외치는데 실상은 불평등하고 독재권력이 판을 치는 사회주의의 현실을 목도한 후 돌아섰다”며 “나의 이 같은 경험이 이념의 양극을 아우르고 사회의 통합을 이루는 데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대선에 나서는 각오와 자신이 펼칠 정책, 통일 문제 등 각종 현안 등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국가의 발전을 위한 기독교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진영 기자

통일 문제에 대해 김 지사는 “분단을 극복하는 길은 오직 사랑이다. 사랑 없이 돈과 정치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사랑이 있다면 콩 하나라도 나눌 수 있지만 사랑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나눌 수 없다. 통일 문제는 사랑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그는 “통일에 접근하는 방법에는 안보 및 외교적 차원과 대북 교류와 협력, 개혁과 개방이라는 두 가지가 있다. 햇볕정책은 후자를 강조하고 지금 정부는 전자를 강조하는 경우”라며 “그러나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되면 금강산 관광도 다시 하고 개성공단과 같은 것들도 더 많이 만들 것이다. 더불어 국방력도 함께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북한은 주체사상이라는 하나의 구심적으로 인해 북북갈등이 없지만 남한은 이념적 대립으로 남남갈등이 심각하다”면서 “그 원인에는 교육이 있다. 잘못된 교육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부정되고 사상의 대칭이 심각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광화문광장에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고 싶다”는 의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조선의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은 되고 왜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안 되느냐”며 “고구려나 조선보다 더 위대한 역사를 이 대한민국이 써왔고 그 중심에 역대 대통령들과 시민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고구려와 조선의 역사는 찬양하면서도 정작 우리가 속한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해선 무지하고 때론 그것을 부정하기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치적 이슈가 되기도 했던 이른바 ‘종북’에 대해선 “진짜 간첩이나 종북주의자들은 오히려 친북적 성향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며 “그러니 이 사람이 종북이다 저 사람이 종북이다 섣불리 말해선 안 된다. 그것은 검찰이나 경찰 등 전문적인 공안 기관에 맡겨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런 기관들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지사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 대한민국의 정신적 영역을 감당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그런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목회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생명의 문제는 돈과 정책으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영적 리더십을 발휘해 우리나라의 정신적 수준을 더욱 높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선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가 개회예배 설교를 전했고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고명진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 이억주 목사(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 청교도영성운동) 등이 패널로 참석해 김 지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정익 목사는 설교를 통해 “신분이 높을수록 그에 걸맞는 도덕성이 요구된다. 정치인이라면 마땅히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예수님은 그의 양을 위해 목심을 버리신 선한 목자셨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이 정신을 본받아 국민을 더욱 사랑하고 나라를 바로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한국교회 지도자 조찬기도포럼’은 김 지사를 시작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한 주자들을 차례로 불러 그들의 정책과 한국교회에 대한 생각 등을 물을 계획이다. 이재오·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철수 서울대 교수,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 등을 초청 리스트에 올렸지만 참석 여부는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