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배려해 주어 북방 선교를 마치고 한국을 방문하여 잠시 안식과 몇 가지 목회 일정을 보내고 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방문 일정에 쫓겨 그 사회를 자세히 살펴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 사회를 비교적 여유를 가지고 돌아보면서 여러 가지로 충격을 받게 되었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서울 시청 앞에서 일어난 일들이었다. 덕수궁 앞에서는 전노조가 강력하게 데모를 벌이고 있었다. 현 정권을 비난하고 불만을 터뜨리는 그런 집회였다. 그런데 또 시청 앞에서는 종북주의자 척결이라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가장 극명하게 상징하는 아이콘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은 이념적인 갈등이 너무나도 첨예하였다. 적지 않은 젊은이들과 일정 비율의 국민들이 좌파 클릭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좌파와 우파의 사회와 정치 그리고 모든 문제를 보는 시각들이 치열한 갈등을 노정하고 있다. 이것은 사회의 커다란 불안 요소로 미래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아울러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특히 남녀 간의 역할, 가정에 대한 인식 등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사회가 경제적으로 부요해 짐에 따라 여성들이 보다 많이 취업 전선에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가부장 제도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있다. 아울러 여성들의 강력한 권리와 입김들이 보수적인 가정과 남녀의 역할 에 도전하고 있다. 남편들이 가정의 발언권을 상실하고 가정 중심의 가장 리더십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양상으로 인해 새로운 가정의 모습, 사회의 모습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경제적으로 축적된 부로 인해 풍요가 넘쳐 나고 부요가 흐르고 있지만 그로 인해 도덕적 이완의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도시 가는 곳마다 넘쳐 나는 것이 노래방이며 러브모텔과 호텔, 마사지샵 등이다. 그리고 퇴폐와 환락이 기승을 불이고 있었다. 그러한 유해한 환경 가운데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이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전 국토가 식당과 레스토랑으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 과연 가정에서 차분히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염려가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으로 말미암아 한국인들의 영성과 교회를 섬기는 자세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교회마다 개척이란 너무나도 어려운 현실이었다. 그리고 대형교회와 소형 교회, 그리고 개척 교회 간에 간극이 너무나도 벌어져 있는 시점이었다. 수많은 목회자들이 마음에 상처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는 그런 불투명한 목회 현실에 봉착하고 있다. 과연 한국 교회에 미래에 어떠한 부흥과 성장이 찾아올지 안타까운 모습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의 젊은이들은 책도 멀리하고 지나친 기계 문명에 빠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회의 인쇄 매체, 신문, 기독교 서적들이 잘 팔리지 않는 시대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소설 네트웍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대화를 하며 그것에 매달려 있다. 심지어는 젊은 사람들도 데이트를 하면서 서로가 스마트폰으로 각자의 세계로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길을 가는 사람으로부터 지하철을 타고 있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온 국민 스마트폰 시대로 인해 국민적 사고력의 감퇴의 시대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런 가운데도 한국 사회가 역동적인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젊은 세대들은 다 훤칠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환경과 공해에 신경을 써 강과 하천들이 깨끗해지고 있었다. 지방 분권주의가 발흥함에 따라 농촌과 도시의 격차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었다. 복지 시설들, 병원들의 약진으로 전 국민 100세 시대를 열어가고 있었다.

한국의 미래는 어두우면서도 환한 양면을 동시에 안고 있는 역설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그래도 내가 태어나고 자라난 조국이 이렇게 경제적으로 활력에 차 있음을 감사할 일이었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부의 이면에는 온갖 사회의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의 난제들과 병리현상을 깊은 영성의 안목과 통찰력으로 파악하고 목회해야 할 목회자들의 과제 역시 만만한 것이 아니다. 또 이러한 사회를 바르게 계도해 나갈 정치 지도자들의 몫도 엄청난 부담이 되는 시대이다.

한국이 좀 더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게 되기를 바란다. 하나님만이 이 세상의 문제들에 키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