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미국에서 노숙자가 길게 줄을 서 배식을 기다리는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 필라델피아가 최근 시립 공원에서 무료 급식 행사를 못하게 하는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거리에서 홈리스를 몰아내려는 지방정부 차원의 도심 정화 조치가 확산되고 있다.
덴버가 시의 허가 없이 거리에서 먹고 자는 행위를 금지한 가운데 애틀랜타와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오클라호마 시티, 피닉스, 샌디에이고 등 50개 이상의 대도시가 올들어 노숙과 무료급식 단속을 강화했다고 11일 일간 USA 투데이가 전했다.
구호단체들로부터 무자비한 조처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노숙자들을 범죄와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등 지역 치안과 대중 보건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게 해당 지자체 측의 설명이다. 당국은 특히 시에서 운영하는 노숙자 보호소가 홈리스를 위한 훌륭한 대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의 보호소를 이용하면 시와 봉사 단체들이 제공하는 일자리 소개 등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재기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엔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 거리에서 얻어먹고 사는 게 더 낫다는 이른바 `노숙 중독증'을 해소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많은 지자체가 노숙자에 대한 충분한 음식 제공과 응급 의료 지원 체제를 갖춰놓지 않은 상태"라면서 노숙행위 단속이 대책 없는 노숙자 몰아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에선 일부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시를 상대로 거리 급식 금지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등 상당수 도시에서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