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변절자’ 발언으로 탈북자들의 정체성 문제가 다시 사회 전면에 등장했다. 이들은 노무현 시절 천덕꾸러기 대우를 받으며 ‘새터민’으로 강등(?)되기도 했는데, 이번 임수경 씨의 폭언으로 또다시 이슈가 된 것이다. 여기에 탈북자들은 남한 내 자신들의 유일한 안식처라 할 수 있는 교회를 떠나고 있다. 한국교회는 2만 4천명에 이르는 국내 탈북자들 절반 이상을 구출해냈지만, 최근 발표처럼 갈수록 교회를 떠나는 탈북자들도 늘고 있는 것. 이러한 문제들을 놓고 손과마음선교회(이사장 최덕순 목사)는 탈북자 문제를 포함한 북한 선교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오는 25일 오후 1시 북한선교세미나를 개최한다.
세미나에서는 탈북자 교회인 부산 장대현교회를 담임하고 있으며, 미국 한인교회 목회시절부터 통곡기도회를 개최하는 등 북한인권운동에 앞장선 임창호 목사가 주제발표를 맡았다. 임 목사는 최근 가짜 기독교 단체인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아닌, 탈북자들 중심의 진정한 북한 기독교인들의 대표 단체를 표방하며 만들어진 북한기독교총연합회에서도 탈북자들의 요청으로 대표회장에 취임했다. 선교회 김창범 사무총장과 함께 임창호 목사를 8일 만나 탈북자 문제와 한국교회의 사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임수경 폭언’이 탈북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데, 탈북자들 반응은 실제로 어떤가.
“대부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하지만 시위를 하려 해도 문제다. 대신 저희가 매주 월요일 부산역 광장에서 1백명 이상 모여 통일광장 기도회를 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하려고 한다. 북한 사람들은 임수경을 정말 모르는 사람이 없다. 20년 전인가 한국 대학생 대표로 왔는데, 전국에 얼굴을 비추면서 김일성에게 이용당했기 때문이다. 북한 사람들은 임수경이 사형을 당하거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줄 알고 다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반대로 국회의원이 되고 이런 막말까지 하니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좌경화됐다’고 분노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북한 체제가 싫어서 왔는데,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 김정일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니 기가 찰 노릇이라는 것이다. 제 생각은 이렇다. 철없는 20년 전 대학생 임수경이 평양에 올라가서 영웅 대접을 받아놓으니 아직 그 미몽에서 못 깨어난 것 아닌가. 이제 20년 전의 임수경에서 변절해, 국민들을 위해 품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임수경을 보면서 사상은 정말 마약과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장대현교회 이야기를 듣고 싶다.
“굉장히 희망적이다. 처음 시작했을 때 다들 탈북자 선교는 안 된다고 말렸다. 그리고 돈을 줘야 온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저도 처음에는 줬다. 탈북자들이 ‘차도 없는데 교통비는 줘야 저희가 갈 수 있지 않겠냐’고 해서, 처음 모였을 땐 5-6명에 불과해 1만원 정도는 줄 수 있지 하고 주고 밥도 사 줬다. 그런데 한 달 만에 30명이 모이더라. 한 1년을 했는데, 곤란한 게 89명까지 왔다. 그런데 고마워할 줄 모른다. 1년 지났는데 인사도 안 하고…, 돈 받으러 오는 것이다. 신앙도 안 자라고, 밥 먹고 정리도 안 하더라.
처음 교회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고 우여곡절끝에 귀한 성전을 얻게 됐고, 교회 설립한 지도 1년 반이 됐다. 더 이상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기도를 한참 한 뒤에 예배 마치고 그랬다. ‘여러분, 자기 집에 들어오는데 아새끼들이 돈 안 주면 집에 안 들어간다 하는 새끼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두드려 패야 된대(웃음). 그래서 앞으로 교통비 안 준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교회 건물은 주셨으니 안을 채우고 꾸미는 일은 우리 힘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다음 주에 몇 명이 왔는지 아나? 17명 왔다. 그들에게 다시 시작하자고 했더니, ‘우리가 그들을 다시 전도하겠습니다’ 라고 하더라. 자기들은 ‘진짜’라면서, 내가 도망갈까봐 우리가 다 할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웃음). 없는 가운데서 채워짐의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하니 교인들이 힘을 내더라. 십일조 내는 사람도 늘어났고, 지금 많이 나올 땐 70명까지 나온다.
돈 안 준다고 탈북자들 안 오는 것 아니다. 새터교회(담임 강철호 목사)도 그렇고, 탈북자들 변화가 된다. 많은 남한 사람들 속에 적은 수로 끼어 있어서 기가 죽어 있는데, 공동체 만들어주고 신앙훈련 하니 기가 살고 달라진다. 자신감이 생겨서 오히려 한국 사람들 우습게 보고 그러기도 한다(웃음). 장대현교회는 탈북자들이 다 헌신돼 있다. 신앙은 깊지 않을 수 있는데, 의리가 있다. 돈으로 하려고 하면, 헌신자들이 안 나온다.”
-그런데, 탈북자들은 자신들을 구출해 준 한국교회를 차츰 멀리할까.
“탈북자들 중 선교사나 교회의 도움을 받고 들어온 사람들이 70-80% 된다. 중국에서 그들이 살 수 있는 길은 교회에 피신하는 것 뿐이다. 거기 계신 분들이 먹여주고 도와주고 성경도 가르쳐 준다. 탈북자들은 살기 위해서 시킨대로 하게 되는데, 신앙도 그렇게 생긴다. 그들은 앞으로 교회 다니려고 작정하고 한국에 들어온다. 하나원에 있는 교회까지도 70% 가까이 교회 나오는데, 한국 정착하고 1년 지나면 절반 이상 떨어져나간다.
중국 있을 때 선교사나 교회 일꾼들은 탈북자들만을 위해 일하고 목숨을 걸고 그들을 지켜준다. 밤새 이야기하고, 울어주고, 같이 도망다닌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다 구세주인 줄 알고 온다. 그런데 한국교회에 오면 그런 취급을 못 받지 않나. 우리가 준비되지 못한 것이다.
탈북자들이 교회에 가면 일단 호기심이 있으니 소개하고 냉장고든 뭐든 사 주고 박수쳐 준다. 그런데 한 달 정도 그러고 나면 말이 통하니까, 별걸 다 물어본다. ‘북한에 이런 것도 있나요?’ 이런 건데, 처음에는 순수하게 대답하지만 차츰 자존심이 상한다. 그리고 탈북자들을 다소 무시한다. 교회는 이불도 주고 많은 걸 주지만, 개인적으로 교인들이 다가와서 상처를 주는 것이다. 특히 교회에도 종북좌파들이 있어서 그 사람들 소리 들으면 탈북자들 ‘뚜껑 열린다’.
교회의 탈북자 선교는 헌신된 사람들이 해야 한다. 북한선교위원장도 돌아가면서 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아예 맡겨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연구하고 접촉하고 식구처럼 하지 못하면 정착 못 한다. 또 너무 세련되게 해도 옆에 다가오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우리나라의 1970년대 시골 사람 같은 순박한 분위기가 있다. 그들이 교회를 떠나서 탈북자 교회로 가는가? 그것도 아니다. 탈북자들끼리도 제3국 생활 등 파란만장한 삶 가운데 지켜야 할 비밀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 교회로 온 사람들은 주로 한국교회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다.”
▲임창호 목사는 “저 사람이 거짓말하고 있구나 하면 내가 마음을 닫지만 진실을 말하면 나도 문이 열리고, 반대로 듣는 사람이 진실한 얘기로 받아들이면 거짓말하다가도 안 한다”며 “한국교회가 탈북자들에게 돈 주면서 간증해라 하니 탈북자들이 돈맛이 들어 인터넷 뒤져서 자기 얘기처럼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탈북자들이 교리나 신앙을 배우면서 가장 어려워하는 점이 무엇인가.
“아직까지 성령님의 역사 이런 말들은 못 알아듣는다. 막연히 신이 있고, 하나님을 믿어야 된다, 예수님을 믿어야 구원받는다 정도? 이런 것은 고백한다. 세례 주면서 공부도 시키고.
그래서 주일 오후에 ‘자유시민대학’이라고 해서 궁금한 것들 물어보면 다 알려준다. 보험이 뭐에요? 신용이 뭐에요? 우리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었는데, 민주주의 뜻이 뭐에요? 막 묻는다(웃음). 법을 왜 지켜야 하냐고도 묻는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법을 어겼기 때문이다. 다시 가르쳐야 한다.”
-탈북자들은 중국과 제3국 등을 거쳐 오면서 많은 영적·육체적 상처를 받았을텐데, 치유가 가능한가.
“상담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너무 상처가 깊다. 우리 교회에 상담사가 왔었는데, 탈북자들이 오지 말라고 요청하더라. 별걸 다 물어봐서 싫다는 것이다. 가만히 봤는데, 그냥 인간으로서 대해주면 될 것 같다. 밥 먹었냐? 오늘 뭐 하냐? 물어보면서 그냥 똑같은 딸로서, 동네 아줌마로서 대해주면 된다. 그들은 인간 대접을 받고싶어 한다. 북한에서도 인간 대접을 못 받고, 중국에서는 개 취급을 당했기 때문이다.”
-아까 말씀 중에 교회 내에도 종북좌파가 있다고 하셨는데, 정말인가. 최근 소위 한국교회 통일운동가들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기자가 너무 나이브하다. 그것 때문에 싸우는 대형교회가 얼마나 많은데. 예배 끝나고 목사님이랑 악수하면서 ‘오늘 실수하셨습니다’, ‘요즘 정치에 너무 관심이 많으신 것 아닌가요?’ 대놓고 말한단다. 북한 선교 하시는 한 분 만났는데, 북한에 여섯 번 다녀왔다고 자랑하더라. 우리가 북한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길은 오직 탈북자들을 통해서다.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은 그들 홍보수단 아닌가. 그걸 탈북자들보다 더 믿는 사람도 있다. 물론 거짓말도 하고 엉터리도 있으니 잘 분별은 해야 한다. 중요한 건, 그들은 인간적으로 대하면 인간적으로 이야기한다.
일부 대형교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 자기들이 모든 걸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상한 신념을 갖고 있다. 통일을 위한 기도회에 여러 강사들 세워가면서 여론몰이를 하는데, 강사를 세우는 데 있어 분별력이 없다. 기도회 자체는 좋지만, 적과 아군을 구분해야 전쟁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영 분별을 해야 한다. 결국 오도하고 있다.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목회자들이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신사참배도 반대했고, 숭실학교도 타협하는 대신 차라리 문을 닫아버렸다. 옳은 길을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죽음의 길을 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의 교회는 어지러워질까봐, 자기가 어렵게 될까봐, 그 일 때문에 쫓겨날까봐, 기득권을 놓칠까봐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번 세미나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고 계시고, 주제 발표를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으신가.
“세미나에 참석하실 분들은 북한 선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 생각한다. 이번에는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보다, 우리가 북한 선교라고 계속 이야기는 해 왔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개념부터 정리하고 싶다. 예를 들어 북한이나 탈북자들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선교를 한다고 할 때 누구를 타겟으로 해야 하는가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했던 선교의 개념을 정리한다면 뜻이 나오고 의미가 나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답이 나오고 방향이 나온다.
교과서적인 얘기 같지만, 이런 개념들을 우리가 정확히 몰라서 혼동하고 있다. 북한 선교의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으니 방향도 없고 어떻게 할지 기준도 없고, 정책이 성립되지 못한다. 기본적인 개념을 이번에 정리하면 저절로 답이 나온다. 제대로 해 오던 것들은 계속 하고, 방향이 잘못된 것들은 수정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