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요일 저녁예배에 순서를 따라 성경책 4-5장씩을 읽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는 열왕기하 5-8장을 읽었습니다.

5장에 보면, 문둥병에 걸렸던 아람의 군대장관 나아만이 엘리사의 말을 듣고 요단강에 일곱 번 몸을 담근 후에 기적적으로 치료받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아만 장군은 가지고 온 엄청난 선물을 엘리사에게 드리려고 하지만 그는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두고 일언지하에 거절합니다. 그 때 엘리사의 종 게하시의 마음에 욕심이 들어왔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두고 스스로 맹세하기를 “내가 그에게 쫓아가서 무엇이든지 그에게서 받으리라”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은 두 달란트(노동자가 40년 일해서 벌 수 있는 돈)와 의복 두 벌(속옷과 겉옷을 포함하여 최고급이었겠지요)을 받아다가 감추어둡니다.

그러나 게하시는 이 일로 인하여 엘리사의 저주를 받고 문둥병자가 됩니다. 6장에는 이름 없는 한 청년이 엘리사의 종으로 나옵니다. 그는 도단성을 둘러싸고 있는 아람군대를 보며 “아아, 내 주여 우리가 어찌하리이까”하고 겁에 질려 탄식합니다. 그는 문둥병자가 된 게하시를 대신하여 엘리사를 섬기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만일 그가 게하시였다면, 이전에 엘리사를 통하여 여러가지 기적을 목격했기 때문에, 그렇게 절망적인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7장을 지나면 다시 게하시의 이름이 나옵니다. 이스라엘의 여호람이라는 왕이 12년을 다스렸는데 그 중에 7년 동안 흉년으로 고통당했습니다. 그들이 하나님을 떠나 우상을 숭배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7년이 지나고, 아람군대도 물러간 후에 게하시가 여호람왕과 더불어 한가하게 엘리사의 지나온 행적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으로 8장이 시작됩니다. 그 때 엘리사의 말을 듣고 7년 동안 흉년을 피하여 불레셋에 내려가 있던 수넴여인(그녀는 엘리사를 지극하게 섬겼습니다)이 자기네 토지를 돌려받기 위해 왕을 찾아옵니다. 마침 수넴 여인 이야기를 하고 있던 때였으므로 게하시는 “내 주 왕이여, 이는 그 여인이요 저는 그의 아들입니다”하고 증언합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릅니다. ‘게하시는 이미 문둥병자가 되었는데 어떻게 여기에 다시 등장할 수 있는가’하는 의문입니다. 어떤 학자들은 8장의 이야기를 5장 이전에 옮겨놓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 합니다. 그런데 7년 흉년 이야기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8장은 원래 있어야할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문제는 우리들의 경직된 생각, 즉 게하시가 탐욕의 죗값으로 문둥병자가 되었으니 반드시 역사의 페이지에서 사라져야한다는 생각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 편에서 보면 얼마든지 용서받고 회복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아버지의 마음을 가지고 계시니까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재등장하는 게하시를 통하여 우리는 아버지 하나님을 곁에서 쳐다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