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달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젖소가 발견된 이후 국내에서도 파문이 일자 이를 틈타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 공세가 부쩍 강화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광우병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우리 사회의 불안감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4년 만에 광우병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북한 매체들은 집회 소식을 신속히 전하면서 우리 정부를 비난하며 `촛불 선동'까지 개시한 양상이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4일 `누구를 위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인가'란 제목의 글을 싣고 "남조선에서 미친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인민들의 투쟁이 반정부 투쟁으로 타 번지는 것은 응당하다"며 반정부 투쟁을 선동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명박 패당의 용납 못할 역적행위로 하여 남조선에는 지금도 미친소병 위험이 있는 미국 소고기가 아무런 제한 받음이 없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이로 하여 남조선 인민들의 건강과 생명에 커다란 위험이 조성됐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지난달 30일 "광우병에 걸린 소 한 마리는 5만5천여 마리의 소에게 병을 전염시킬 수 있으며, 병원체의 0.001g만 섭취해도 사람이 이 병에 걸리게 되며 뇌수에 구멍이 생겨 목숨을 잃는다"는 근거없는 사실로 불안감을 조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광우병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조치와 현지조사단의 활동도 `관광단' `위안단' 등으로 왜곡하며 공세를 쏟아내고 있다.
우리 정부는 농식품부, 소비자단체, 유관단체, 검역검사본부 관계자 등 9명으로 조사단을 꾸려 지난달 30일부터 12일간 미국 현지에서 조사활동을 마치고 11일 귀국했다.
조사단은 현지 농무부, 국립수의연구소, 사체 처리장, 농장 등을 방문해 광우병 발생, 정밀검사, 사료안전관리 실태 등을 살펴봤으며, 정부는 조사단의 의견을 토대로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위험 요인이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
그러나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현실적으로 미국에 간 현지조사단은 소목장 농장주로부터 문전거절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지난 10일에는 "이번 조사단이라는 것은 미친소고기의 발육과정과 그 생산지의 참관을 목적으로 한 관광단이며 `조사'라는 허위와 기만으로 시간을 얻어 분노한 민심을 잠재우려는 쥐XX패당의 속심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무어진 위안단"이라고 이명박 정부를 맹비난했다.
북한은 이번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4년 만에 서울 도심에서 촛불집회가 다시 열리자 대남 선전·선동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 정부를 집중비난하면서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양상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송두리째 불살라 버려야 할 재앙의 소굴'이란 개인필명의 글에서 "남조선 도처에서 나날이 강화되고 있는 반정부 촛불투쟁은 지극히 정당하다"며 "남조선 인민들의 과감한 투쟁은 온갖 재난만을 빚어내는 이명박 패당의 썩은 정치, 동족대결 망동에 대한 쌓이고 쌓인 원한과 울분의 폭발"이라고 주장했다.
대외용 라디오방송인 평양방송은 8일 `미국산 소고기에 미친 쥐새끼무리'란 제목의 방송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미친소병에 걸린 소고기는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며 "이명박 역적패당은 검역강화니 뭐니 하면서 인민들의 요구를 귓등으로 흘려보내고 있다"고 우리정부를 비난했다.
북한이 이처럼 이번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4년 전의 `촛불'을 다시 지피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북한의 대남선동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예전보다 미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북한 매체들의 대남선동은 우리 내부에 있는 종북세력에 반정부 대중투쟁을 전개할 것을 지시하는 일종의 지령문"이라며 "하지만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과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경험 등으로 북한의 상투적인 선동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