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이 소알에 들어갈 때에 해가 돋았더라 여호와께서 하늘 곧 여호와께로부터 유황과 불을 소돔과 고모라에 비같이 내리사 그 성들과 온 들과 성에 거주하는 모든 백성과 땅에 난 것을 다 엎어 멸하셨더라 (창 19:23-25)

지금까지 크게 알려지지 않은 가장 오래된 기독교 공동체 가운데 하나가 사해의 남동쪽 조아라 (Zoara)에서 발견되었다. 조아라는 성경의 소알 (Zoar)로써 이전에는 벨라로 불렸다 (창 14:2). 소알은 싯딤 골짜기 곧 염해 (사해)에 위치했으며, 소돔, 고모라, 아드마, 수보임과 함께 기록었다 (창 14:8). 소알은 하나님께서 소돔과 고모라의 죄악을 보시고 멸망시키실 때에 롯이 피난처로 삼은 작은 성으로 나온다 (창 18:20, 19:20-23). 소알에 대한 기록은 요세푸스, 톨레미, 유세비우스, 제롬의 오노마스티콘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성경의 소알인 조아라에서 4세기에서 7세기까지 400개가 넘는 기독교인들의 무덤 비석들이 발견되었는데, 우리는 이 비석들을 통해 조아라의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문화와 사회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비석은 높이 약 1.5피트의 직사각형으로,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사암 (sandstone)으로 만들어졌다. 비석에는 사망한 사람에 대한 개인 정보와 비잔틴 시대에 기독교를 상징하는 여러 표시들이 새겨졌다. 십자가,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치-로 (chi-rho) , 비둘기, 공작, 물고기, 종려나무 가지, 포도송이, 심지어 배 모양도 비석에 새겨졌다. 비잔틴 시대의 초기 기독교 표시들은 그리스도, 하나님의 나라에서의 영생을 묘사한 것이며 또한 죽은 자들의 믿음과 죽음 이후 영혼 구원에 대한 믿음을 표현한 것이다.

비석에는 일반적으로 죽은 자의 이름, 성 (patronym), 나이, 죽은 날짜가 기록되었다. 사망한 연도는 트라얀 황제가 아라비아 지역을 설립한 106년을 기준하여, 이후 몇 년으로 표시하였다. 사망한 달과 날짜는 그레코-아라비아 달력 (Greco-Arabic calendar)에 기준하여 표시하였다. 그레코-아라비아 달력은 시작이 3월 22일이며, 매달 30일인 마케도니안 12달에 5일을 더한 달력이다. 죽은 자의 요일은 별의 이름을 따라 기록되거나 또는 그리스도와 관련하여 표시하였다. 5세기 중엽에는 후기 로마 시대의 15년 주기 (indiction)의 세금 연대에 기초하여 죽은 자의 날짜를 기록하였다.

비석에 기록된 내용은 ‘하나님은 한 분’이시라는 유일하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고백, ‘이 사람은 선한 이름과 선한 믿음을 갖고 사망’, ‘그(그녀)는 그리스도 안에서 안식에 들어가다’, ‘주여 당신의 종(여종)의 영혼을 쉬게 하소서’와 같은 내용이 기록되었다. 비석의 마지막에는 ‘평안히, 불멸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 일반적으로 기록되었다.

비석에 기록된 약 300 개의 죽은 자들 이름은 히브리식 이름이 헬라화로 변형된 이름들 (ioannes, Iakobos, Anna)이 대부분이며, 일부 나바티안 이름도 발견된다 (Abdalges, Dousarios and Obodas). 기독교의 전통에서 유래된 그리스와 라틴 이름들 (Petros, Paulos)도 발견된다.

무덤 비석을 통해 조아라 기독교 공동체의 사회 구조도 알 수 있다.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의 호칭은 낭독자 (reader), 부집사 (subdeacon), 집사 (deacon), 여집사 (deaconess), 집사장 (archdeacon), 장로 (presbyter), 수석 장로 (archpresbyter), 감독 (bishop)이다 조아라의 가장 오랜 감독 (bishop)인 앱시스 (Apses)의 비석도 발견되었는데, 그는 369년 7월 29일에 사망하였다. 사망한 사람들 중에는 조아라에 주둔했던 일반 사병과 계급 높은 장교들도 있었다. 또한 조아라 인근 마을에 살던 사람들도 일부 이곳에 매장되기도 했다.

비석에는 죽음에 이른 사람들의 나이와 정확한 사망 날짜를 기록하므로 조아라에 살던 기독교인들의 평균 수명과 사망의 원인도 일부 파악할 수 있다. 사망한 사람들의 나이는 8개월부터 108살에 이른다. 대부분의 여인들은 15살에서 24살에 죽었다. 여인들이 일찍 죽은 이유는 출산 중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반면 남자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많이 사망하였다. 그리고 조아라에서 죽은 자의 약 17%는 유아들이었다. 이것은 당시 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사망 시기는 겨울 (12월-1월)과 봄 (4월-5월)에 많이 사망하였는데, 이는 추위와 질병이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

비석에는 큰 지진과 같은 자연 재난도 기록되었다. 363년 5월 18일에 일어났던 큰 지진은 요단 계곡에 위치한 많은 도시, 마을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조아라 주민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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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섭 목사는 성경의 사실적 배경 연구를 위해 히브리어를 학습하였고, 예루살렘 대학과 히브리 대학에서 10여년에 걸쳐 이스라엘의 역사, 지리, 고고학, 히브리인의 문화, 고대 성읍과 도로를 연구한 학자이다. 그는 4X4 지프를 이용하여 성경의 생생한 현장을 연구하기도 했다. 문의 jooseob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