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연합감리교회 전국 연합회 참석차 시카고로 향하는 동안에 버지니아 공과대학교에서의 참사를 전해 들었습니다. 이기천 전도사님과 여러 번 통화하면서, 우선 우리 교회에 속한 VT 학생들의 안전을 확인했습니다. 얼마 후, 감사하게도, 그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이 모두 안전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월요일, 개회 예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자, 범행자가 동양인이라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순간, “한국인이면 어쩌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럴 리는 없다고, 애써 가능성을 부인했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그 기대는 여지없이 깨어져 버렸습니다. 범인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성장한 한인 이민자 조승희 군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예배와 세미나 중간 중간에 뉴스를 확인할 때마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는데,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저는 일정을 취소하고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함께 있었던 강현식 목사님, 김병남 장로님, 그리고 양승길 장로님과 모여 이 문제에 대해 숙의했습니다. 일단 일정대로 그대로 머물면서,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하고, 꼭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으면, 그 때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곳에 계신 목회자들이 서로 협력하여 모든 일을 잘 처리해 주셨습니다. 저도 그곳에서 1310 기쁜 소리 방송, Washington Post 등과 전화로 인터뷰를 하여, 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수요일 오후, 버지니아 연회에 속한 목회자들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한 한인연합감리교회 담임 목사입니다. 저는 VT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 출신이라는 사실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저는 제 교회 교인들과 북버지니아의 한인들을 대신하여, 희생자들의 가족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섬기는 교회 교인 중에서 희생당하거나 부상당한 사람들이 있다면, 제게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유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저희가 도움이 된다면, 저와 저희 교인들이 돕기를 원합니다. 이 일로 인해 한인 이민 사회도 큰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테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많이 위축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갑자기 고립된 것 같은 느낌에 빠져 있습니다. 우리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와 우리 교회는 계속 기도로 깨어 있을 것입니다.”

이 메일이 나간 후, 수 없이 많은 목회자들로부터 위로와 격려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이 메일들을 읽다가, 저는 가슴 벅찬 감격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랫동안 위로를 주는 입장에만 있었기 때문에, 위로받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지 몰랐습니다. 메일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진심 어린 관심과 보살핌을 느끼게 해 주었고, 제 마음을 녹이고 깨뜨려 주었습니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한인 이민자들의 존재를 감사하게 느끼고 있었고, 우리가 느끼고 있는 염려에 대해 동감하며, 특별한 노력과 기도를 약속했습니다. 아, 연합감리교회 교인인 것이 이렇게 자랑스럽고 감사할 때가 없었습니다. 또한, 제가 이 땅에서 ‘이민자’ 즉 ‘나그네’가 아니라, 미국 사회의 온전한 시민이라는 사실을 이렇게 분명하게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서 얻어야 할 교훈이 많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진리를 확인한 것입니다. 이 비극은 필경, 모든 미국인들을 다시 한 번 연대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개인적으로, 가정적으로, 교회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굳게 연대하여 기도하고 노력하고 헌신하리라고 믿습니다. 그것이 아직도 미국을 지탱하고 있는 마지막 힘이라고 믿습니다. (2007년 4월 22일)

/글 김영봉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