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32년 동안 미국 연방 하원의원 자리를 지켜온 데이비드 드레이어(59. 공화당) 의원이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29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보도했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당선될 때 하원에 입성한 드레이어 의원은 무려 32년 동안 16선을 기록하며 하원법사위원장을 지내는 등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거물 정치인이다. 이런 드레이어 의원이 올해 11월 선거를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지역구 조정에 따라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때문이라고 지역 언론은 분석했다.


드레이어 의원이 17선에 도전하려면 캘리포니아주 31선거구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로스앤젤레스 도심을 포함한 31선거구는 유권자의 70%를 라티노가 차지하고 있어 공화당에서도 보수적인 인사로 꼽히는 드레이어 의원에겐 절대 불리하다. 31선거구 유권자들은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79.9%라는 몰표를 몰아줬고 작년 상원의원 선거와 주지사 선거 때도 민주당 후보에게 80%에 가까운 지지를 보였다.


공화당의 선거 전략가 마이크 머피는 로스앤젤레스 지역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그렇지 않아도 은퇴하려고 생각하고 있던 드레이어 의원은 선거구가 이렇게 조정되자 '그만 둬야 할 때'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경제, 개인의 자유, 작은 정부, 그리고 강한 국방력 등 보수적 가치를 주창한 드레이어 의원은 한국을 비롯한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장서서 지지해왔다. 그는 "사실 3년 전에 그만두려고 했지만 한미 FTA의 마무리, 국방력 강화와 정부 지출 삭감 등 할 일이 많아 미뤘던 것"이라며 "정파를 떠나 국익을 위한 가장 유익한 길을 모색하는 의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드레이어 의원처럼 지역구 조정 결과 라티노가 절대 다수인 유권자를 맞게 된 제리 루이스, 월리 허거, 엘턴 갤리글리 등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3명이 이미 다음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미국은 10년마다 인구 구성 등을 고려해 연방 하원의원과 주 의원, 시의원 선거구를 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