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동안 한국 기독교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였던 ‘역사교과서의 기독교 서술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보게 됐다.

지난 12월 16일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열린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공청회에서 발표된 시안에 따르면 개항 이후 근대국가의 성립 과정에서 “개신교의 수용과 각 종교의 활동에 대해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서술하도록 유의한다”고 명시되어있다. 이것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이하 한기총)가 여러 단체와 함께 오랫동안 집필기준을 개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국사편찬위원회가 수용한 결과다.

지금까지 한국사 집필기준에는 개항 이후의 종교에 대해서 “특정 종교에 대한 편향이 없도록 하고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객관적으로 설명하도록 한다”고 돼 있었다. 한국 기독교는 이 조항이 기독교의 수용과 발전에 대한 서술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해 왔다.

실제로 현행 집필 기준은 불교와 유교는 물론 조선 후기에 등장한 천주교, 천도교도 상당하게 서술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개항 이후에는 특정 종교를 중점적으로 다루지 말라고 되어 있어서 이 시기에 등장한 기독교에 대한 서술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하지만 새로 발표된 시안에는 과거의 기준을 삭제하고 새롭게 기독교의 수용과 각 종교의 활동에 대해서 서술하도록 되어 있어서, 기독교의 수용 과정도 자세하게 다룰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이번에 개정된 내용은 ‘교육과정’이 아니라 그 하위 개념인 ‘집필기준’인 것이다. 사실 불교, 유교, 천주교, 천도교와 같은 종교들은 교육과정 자체에 그 종교의 수용 과정과 그 의의를 설명하도록 되어 있지만, 기독교에 관해서는 교육과정이 아닌 집필기준에만 나와 있는 것이다.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교육과정 자체에도 분명히 서술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독교의 용어 통일도 중요한 문제다. 현행 집필기준에는 개신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 보듯이 공식적으로 기독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기총은 기독교라는 용어를 사용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기독교의 시작에 관한 한국교회 사학계의 의견 통일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한국 기독교의 출발을 1885년 언더우드와 아펜젤라 선교사의 입국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최초로 입국한 선교사는 1884년 장로교 의료선교사 알렌이고, 알렌 이전에 이미 일본주재 감리교 선교사 매클레이가 고종으로부터 교육과 의료사업을 허가받았다. 그래서 초기 선교사들은 한국 선교의 출발을 1884년으로 간주해왔다.

또 한국인들이 처음으로 기독교를 받아들인 것은 1870년대 만주에서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의 존 로스와 의주상인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그 결과 1879년에 최초의 세례자가 생기게 된다. 그 후 일본에서는 조선 수신사의 일행이었던 이수정이 1883년 세례를 받게 된다. 한국교회 사학계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해서 한국 기독교의 출발에 대한 표준적인 서술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