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지금 인터넷을 이용한 이동전화와 화상전화같이 날이 갈수록 발전되는 통신수단과 교통수단 덕으로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이 되어 살아가는 것을 경험합니다. 문화와 정보를 어느 때보다 빨리 나누며 교류합니다. 전통적으로 살았던 민족 고유의 삶의 스타일과 함께 자신의 음식과 의상, 음악, 문화를 모두 함께 나눕니다. 특히 LA에 살고 있는 우리는 다민족 사회에 살고 있기에 다른 민족들과 피부를 맞대고 어울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저는 함께 어울려 살아가지만 우리가 참 다르다는 것을 느꼈던 일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제가 미국에 처음 와서 경험했던 기억 하나를 나누겠습니다. 1980년대 중반에 저희 가족이 미국 동남부에 있는 학교에 공부하러 왔을 때였습니다. 한 학기가 지났을 때 그 대학원에서 일하던 도서관 사서가 아이를 낳게 되었습니다. 아기를 곧 낳는다고 해서 사람들과 함께 축하를 해 주며 당연히 한동안 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기를 낳고 삼일째 되는 날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곧바로 학교 도서관에 나타났습니다. 병원에서 막 퇴원한 산모가 아기를 안고 아주 추울 정도로 에어콘이 켜 있던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들에게 아기를 보여 주며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한국에서 그러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저로서는 ‘미국 사람은 저렇게도 하는구나!’ 탄복하던 생각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출산 후 산모는 삼칠일동안 가능한 목욕도 하지 않고 뜨거운 방에서 몸조리를 하고 나야 몸이 괜찮다고 믿던 그 당시 저의 생각과 서양의 산후 조리법은 너무 달랐습니다. 그 후 아기를 출산한 산모에게 병원 간호원이 샤워를 권유하고 이를 거부하는 한국인 산모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본다는 이야기를 미국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 종종 듣곤 하였습니다.


최근 출장을 많이 다니면서 한국 국적 비행기, 일본 국적 비행기, 미국 국적 비행기를 다양하게 타게 되었습니다. 관찰을 해 보니 한국 비행기 승무원이나 일본 비행기 승무원은 승객들에게 음료수를 줄 때 승객이 아무런 말이 없으면 얼음없이 물과 음료수를 건네줍니다. 그런데 미국 국내선 비행기에서 일하는 승무원은 “얼음 없이(with no ice)”란 말을 하지 않으면 얼음을 가득 담아서 음료수를 건네줍니다. 또한 미국 비행기 안의 온도는 한 여름에도 거의 대부분은 긴 옷을 꼭 입고 있어야 할 정도로 춥습니다. 최근 저는 미국 목회자 여섯 분과 같이 미국교회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또 호스트 하시는 목사님 댁에 식사 초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사무실이나 집 거실 모두 에어콘이 너무 잘 나와 추워서 반팔 옷을 입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들 반팔을 입고 앉아 있는 데 저는 추워서 자켓을 입고 있어야 했습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온도에 관한 한 미국 사람들과 동양인인 우리가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러한 것을 볼 때 개인 간에 차이가 있지만 함께 사는 사람들의 전체적인 체질에 맞추어 문화와 습관이 형성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부부 지간에도 온도가 달라 서로 각각 얇은 이불, 두꺼운 이불을 찾는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그래서인지 전기요나 전기 이불도 각각 온도 조절기가 따로 부착되어 있고 자동차에도 운전석과 조수석의 온도를 다르게 할 수 있는 옵션이 나오기도 합니다.


또한 각 개인별로도 나이에 따라서, 몸의 컨디션에 따라서도 체감온도가 다른 것을 경험합니다. 이처럼 온도 하나만을 가지고도 다양한데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실 속에서 저에게 위로를 주는 분이 있습니다. 나에게 인종별로, 나이별로 다양한 사람들의 모든 차이를 아시는 분이 함께 계시다는 것이 기쁨이고 힘이 됩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지으셨음을 알고 계시며 우리의 체질이 진토임을 기억하고 계시다’(시편 103:14)고 전합니다. 그 하나님께서 저희 한 사람 한 사람을 돌보고 계시다는 사실에서 희망을 가집니다. 저는 이 하나님을 우리 모두가 모시고 함께 살아갈 때 진정으로 이 지구촌이 평화와 사랑 속에서 하나가 되리라 믿습니다.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나라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서로 다른 상대방을 품고 섬기며 살아가는 행복한 사회입니다. 저는 이 세상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체질을 다 아시는 하나님이 다스리는 세상이 되기를 소원하여 비록 작은 목소리로나마 그 하나님을 모두에게 알리고 전하며 살기 원합니다. 저와 함께 그 하나님을 섬기며 살아가시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