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친구와 함께 설악산에 갔다가 길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푸르른 여름산의 비경에 취해 비가 오는데도 등반을 강행하다가 산중턱 어디에선가 길을 잃고 말았던 것입니다. 비는 오고, 또 산은 점점 깊어만 가고…정말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7-8시간을 그렇게 헤매였을까…친구는 비교적 평평해 보이는 곳에서 작은 계곡(?)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어? 물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희는 계곡 속으로 몸을 던졌고 땀과 빗물로 범벅이 된 조난의 흔적들을 아주 말끔하게 씻어버렸습니다. 그것이 더 큰 화를 불러올 줄은 상상도 못한채 말입니다.

다시 길을 걷던 친구가 풀잎처럼 주저 앉기 시작했습니다. 탈진을 한데다, 계곡 물에 갑자기 체온을 빼앗긴 탓에 다리에 마비가 온 것입니다. 겁이 덜컥 났습니다. 호기있게 흥얼거리던 노래 가락도 사라졌습니다.

비가 내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친구의 다리를 주무르는데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한쪽 어깨엔 배낭을, 또 다른 어깨엔 친구를 얽어맨채 정말 죽을 힘을 다해 길을 찾고, 또 찾았습니다. 다리가 너무 후달려 걸을 수가 없을 때면 친구의 뺨을 때리며 정신을 차리도록 했고, 친구는 지친 눈을 치켜뜨며 그런 저를 보고 혼자 가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어느 싸구려 삼류영화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정말 만화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날다람쥐 같은 청년(?) 하나가 저 위에서부터 뛰어 내려오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깊은 산속에서 만나는 사람인지라 조금은 무섭기도 했지만 본능적으로 그 청년을 잡고 물었습니다. “길을 잃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대청봉으로 가는 길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 청년이 의아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바로 저 언덕만 넘으면 대청산장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그러니까…언덕 너머에 있는 길을 보지 못하고 이제는 끝이니 뭐니…쌩쑈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구름 위를 날면서 한번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하늘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구름 저 너머의 하늘에도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런 길을 찾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길이 마음에 든다. 저 길이 더 좋아 보인다...”라고 말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세워 놓으신 성경이라는 이정표를 기도로 찾아가며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이시는 하늘의 길을 찾아 갈 수 있는 저와 여러분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