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아마띠뜰란이 고향인 싼띠아고 뚜치(Santiago Tuch, 39세)는 아내와 3자녀를 둔 순박한 깜뻬시노(campecino,농부)였다. 얕은 산자락에 커피 나무 50 그루를 심었다. 열심히 경작하면 일년내내 일가친척들이 구수하게 마실 수 있는 과테말라 특산품 커피가 주렁주렁 열린다. 어미 닭 체온이 아직 남아 있는 계란을 매일 닭장에서 20여개씩 꺼내 올망졸망한 3남매 영양거리로 삼았다. 실한 두마리 젖소에서 젖을 내어 자녀들에게 신선하게 내었고, 먹고 남은 것은 손수 치즈를 만들어 식구들의 군것질 거리를 만들던 전형적인 과테말라 농부출신이다.

2002년 7월. 싼띠아고는 라디오에서 솔깃한 얘기를 듣는다. 밀입국을 알선하는 코요테 마피아가 라디오에서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안전하고 빠르게 미국행을 안내한다. 친절하고 경험많은 에이전트가 보름만에 미국 원하는 도시에 안전하게 도착하도록 돕고, 시간당 25달러를 벌 수 있는 닭공장에 취직이 보장된다. 4개월이면 밀입국 수속비를 변제하고 버는대로 가져올 수 있다!”

싼띠아고를 포함한 마음이 동한 140여명의 희망자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에서 모아지자 두명의 코요테 마피아들이 따라 붙으며 과테말라와 멕시코 국경까지 안내한다. 노예상인이 인신매매 하듯 한사람당 $1,500를 쥐어주고서야 멕시코 국경안으로 들어설 수 있다. 멕시코 코요테가 준비한 커다란 트레일러에 짐짝처럼 밀입국 희망자들이 실린다. 밤낮없이 멕시코를 종단하여 텍사스 주경계까지 60시간을 논스톱으로 달린다. 개인용무에 따라 달리는 차가 서는 법은 없다. 여자 밀입국 희망자 40여명을 포함한 남녀노소 모두는 트레일러에서 대소변을 봐야한다. 국경으로 질주하는 차속에 숨을 죽인채 불안에 떠는 각사람에게 배당되는 것은 1리터짜리 물병 하나와 샌드위치 한 개가 전부이고 악취로 코를 쥐게하는 트레일러에서 여러날을 걸식한채 실려간다.

이윽고 텍사스와 멕시코 경계인 마따모로스(matamoros)에 도착하면 다시 미 국경을 넘겨주는 미국 코요테에게 한사람 당 $3,000를 건내야 한다. 싼띠아고와 일행은 아리조나에서부터 발원하여 멕시코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수심이 깊고 강폭이 넓은 리오 그란데(rio grande) 강을 건너야 한다. 수영을 할 수 없는 여자와 청소년들은 별도로 $300를 더주고 코요테가 미리 마련한 자동차 타이어 쥬브에 몸을 맡기고 일행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싼띠아고 옆에서 3시간여 도강을 하던 엘살바돌 아가씨와 과테말라 청소년 하나가 리오 그란데에 물에 빠져 순식간에 사라졌다.

낙오하여 죽은자를 돌아볼 여유는 코요테나 밀입국 라티노 누구에게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대를 물리며 흐르는 가난의 족쇄를 끊어보고자 과테말라 시골집 땅과 집을 은행에 저당잡히고 빌린 천문학적인 돈이 이미 건내졌고, 생명걸고 넘는 고난의 긴 여정에 오로지 자기 몸 하나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있을 뿐이다.

가까스로 뭍에 오르고 나면 숨고를 새없이 휴스턴까지 26시간 동안의 황량한 사막길을 밤에만 행군해야 한다. 국경을 단속하기 위해 동원한 수비대의 헬리콥터와 지프차가 수시로 왕래하는 살벌한 곳에서 밀입국자의 간담이 녹는다. 뿐만 아니다. 은근슬쩍 일행의 후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