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도를 웃도는 날씨가 계속된다. 건물 밖을 나올 때마다, 마치 프라이팬 위를 걸어가는 듯, 지글거리는 뜨거운 열기에 숨이 턱턱 막힌다. 이런 더위를 맞으면 세탁소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와이셔츠를 다리고 있는 성도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강렬한 햇빛에 새까맣게 그을려 흑인인지 라티노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로 정원일을 하는 성도들도 떠오른다.

자바시장에서 일하는 성도의 공장에 마침 들렸는데, 들어갈 때 기분이 마치 군고구마 통 안에 들어가는 듯한 열기를 느꼈다. 땀에 젖은 셔츠가 역력한 성도님이 밝게 웃으면서 뛰어 나온다. 사무실로 들어갔는데, 이제 막 에어컨을 켠 듯 아직 후덕 지근했다. 오늘 같은 날은 에어컨을 당연히 켜고 지내야 할 날씨인데, “더위에 일하는 일꾼들을 보며 저도 에어컨 안 켜고 선풍기로 지내고 있습니다.”말씀하는 우리 교회 성도님을 보면서 모세가 만난 타지 않는 떨기나무가 생각이 났다.

불에 분명 타고 있는데, 타버리지 않는 떨기나무는 바로 성도의 정체이다. 자동차 타이어가 아스팔트에 자국을 남기며 달리는 것 같은 이런 날씨에도 결코 타 없어지지 않는 존재가 바로 성도이다. 자기들과 똑같이 더위를 먹고 있는 사장님을 보며 일하는 종업원들은 아마 에어컨으로도 식힐 수 없는 마음의 짜증을 시원하게 한방에 날려 보냈을 것이다. 잔잔한 감동을 받고 교회사무실로 돌아왔다. 에어컨이 꺼져있던 내 사무실은 뜨끈했다. 이내 에어컨을 켜려다가 무더위에 종업원을 생각하며 대신 선풍기로 지내는 우리교회 성도님을 생각하고, 나도 그냥 견뎌 보려고 했다. 그런데, 5분도 못가서 에어컨을 틀고야 말았다.

오늘도 나는 목사보다 백배는 나은 성도님을 섬기며 목회하고 있다는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이 동시에 몰려온다. 지금도 땀이 나지만, 덥지 않다. 타지만 타버리지 않는 성도들이 있기 때문이다.